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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도 : 2019.05.24 08:20
  • 수정 : 2019.05.24 08:20

그림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불교가 들어 온지 어언 1600여 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상에서 많은 불교용어를 사용하곤 합니다.


       

“엄마다. 점심 먹었니?”
        “응. 교수님과 식당에서”
        “공부는 잘 되고?”
        “그럼”
        “우리 딸 기특하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엄마와 딸의 평범한 대화입니다만, 이들 말 중에 점심(點心)· 교수(敎授)· 식당(食堂)· 공부(工夫)· 기특(奇特)이란 단어는 모두 불교에서 온 말입니다.

스님들은 아침과 저녁 두 번 식사(공양)를 하는데, 낮에 시장기가 돌면 한자 뜻처럼 마음에 점을 찍듯 조금 먹는 음식을 '점심'이라 했습니다. 교수란 불가에서 규율을 가르치는 사람이고, 식당과 공부는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입니다. '기특'은 부처님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온다는 뜻인데, 오늘날에는 아랫사람을 칭찬할 때 쓰는 말로 변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쓰는 말 속에는 불교에 뿌리를 두거나 영향을 받은 어휘가 무려 1170여개에 이른다 합니다. 당연히 산이나 마을 지명에서도 그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겠지요.

서울지역만 한정해 봐도, 인왕(불교 수호신)· 청량(번뇌가 사라짐)· 보문(중생구제)· 불광(부처님 감화)· 도선(도선스님)· 미아(아미타불)· 신사(절 터)· 천왕(수호신) 등등의 이름으로 산이나 동네 명(名)을 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대기에 정착한 천주교나 개신교 입장에선 다소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용어 중에 많은 것들 또한 불교에서 온 말입니다. 몇 개를 열거해 보면, 종교· 교회· 성당· 예배· 본당· 천당· 지옥· 천사· 자비· 말세· 장로· 집사· 전도 등 이미 절에서 쓰던 말이었습니다. 종교와 상관없이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명복(冥福)을 빕니다.'라고 건네는 이 말 역시, '염라대왕으로부터 복된 심판을 받아 극락에 들어가길 빈다.'는 불심의 표현입니다.

본래의 뜻이 부정적으로 바뀐 불교 말 중에 '탈락', '이판사판', '건달', '투기'를 고를 수 있겠습니다. 탈락은 본디 해탈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낙오'를 뜻하고, 이판사판은 스님을 총칭하는 높임말이었으나 오늘날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습니다. 건달은 극락(수미산)을 지키는 신으로 노래를 즐겼는데, 차츰 빈둥거리며 놀거나 게으름을 부리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로 바뀌었습니다.

'기회를 틈타서 큰 이익을 얻으려 함'이 투기의 사전 말 풀이지만, 사찰에서는 마음을 열고 몸을 던져 깨달음을 얻고자하는 의지표현 이었습니다.

사람의 환경에 따라 붙여진 불교용어도 여럿 있습니다. 먼저 '주인공'인데, 원뜻은 '열반에든 사람'이었습니다. 나이 들어 어떤 일을 시작한 '늦깎이', 절에서는 '늦은 나이에 스님이 된 사람'을 나타냅니다. '아사리 판'에서 아사리는 '덕망 높은 스님'의 다른 말이었지만, 판이라는 단어와 합쳐져 '서로 잘났다고 떠드는 어지러운 현장'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짐승'은 사전에 '사람이 아닌 동물'로 나오는데, 원래 불교의 '중생'이 치환되어 짐승으로 변한 것입니다.

최근 불교행사에 참석한 모 정치인의 행동이 논란이 되고 있어 살펴 본 우리말 여행이었습니다.  

홍남일 한·외국인 친선문화협회 홍보이사

홍남일 한·외국인 친선문화협회 홍보이사

[약력] 한국외국어대 졸업, MBC애드컴 카피라이터, 한국전통문화진흥원 자문교수, 수필가, 문화칼럼니스트 [저서] 이야기가 있는 인천 관광 가이드, 시간이 담아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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