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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으로 본 조세]

대법원, 법률해석 권한의 '내재적 한계'

  • 보도 : 2018.12.12 14:11
  • 수정 : 2018.12.12 14:22

최근 항소심까지 승소한 법인이 대법원 상고심에서 예상하지 못한 패소 판결을 받았다.

법률상 '대도시'로 분류되는 수도권에 있던 본점을 서울로 옮긴 법인(이하 '이 사건 법인')이 다시 중과세 처분을 받아 소송을 제기했는데, 고등법원(항소심)까지는 이 사건 법인이 승소했지만 대법원이 과세처분이 적법하다는 취지로 파기한 것이다.

'대도시 밖에 있는 법인의 본점이나 주사무소를 대도시로 전입함에 따른 등기'라는 중과세 요건의 해석이 쟁점으로 다퉈졌다.

대법원은 "전입은 기존 장소에서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법인의 본점 등을 특정하는 '대도시 밖에 있는'이라는 요건은 전입하는 본점이 대도시가 아닌 장소에 있다는 의미로서 '대도시로 전입'이라는 요건을 부연하여 설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관련 시행령에 규정된 '수도권의 경우 서울특별시 외의 지역에서 서울특별시로의 전입은 대도시로의 전입으로 본다'는 규정을 적용해 '서울시 이외의 대도시'에서 서울시로 본점을 옮기는 것은 중과세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6두65602 판결).


대법원이 설명한 것처럼 '전입'이란 '기존 장소에서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전입'에 중과세 처분을 내리려면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기존 장소'와 '새로운 장소'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

단순히 '기존 장소'가 '전입하는 새로운 대도시가 아닌 장소'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기존 장소 역시 '대도시 밖에 있는' 장소에 해당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 사안과 달리 법률에서 '법인의 본점이나 주사무소를 대도시로 전입함에 따른 등기'를 중과세 대상으로 규정했다면 '기존 장소'가 대도시인지와 관계 없이 일단 대도시로 전입하면 중과세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결론이 용인될 수 있겠지만, 법률이 '대도시 밖에 있는 법인의 본점'이라고 하여 '기존 장소'를 특정했다면 그에 관한 요건은 엄격히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굳이 조세법률주의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명백히 실재하는 법문의 의미와 가치를 '부연 설명'이라고 평가절하할 이유는 전혀 없으며, 중과세가 문제되는 사안이라면 더더욱 과세의 근거 법률을 정확하고 엄격하게 해석ㆍ적용해야 한다.

'엄격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도시 밖에 있는'이라는 요건을 '해석ㆍ적용'하기만 하면 이 사건과 같은 결론은 도출될 수 없는데, 아무리 곱씹어 보아도 '대도시 밖에 있는'이라는 요건에 관한 대법원의 해석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만약 이 사건에 적용된 법률이 '대도시 밖에 있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면, 이 사건 법인은 서울시로 본점을 옮기는 과정에서 다시 중과세 처분을 받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최종 의사결정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법인은 이미 수도권에 있는 대도시로 전입하는 과정에서 중과세된 세금을 납부했고, '대도시 밖에 있는'이라는 요건이 규정된 법률을 신뢰하여 다시 중과세 처분을 받으리라는 염려 없이 서울시로 본점을 옮겼다.

비단 이 사건의 당사자만이 아니라 위와 같은 법률을 신뢰한 일반 국민들의 법률에 대한 믿음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물론 대법원은 헌법상의 '최고법원'으로서 법률 해석에 관한 최종적 결정권을 갖고 있지만, 헌법이 대법원에 위와 같은 권한을 부여한 이유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설령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중과세 요건을 그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단순히 법률을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보다 면밀히 검토했어야 한다.

나아가 해당 중과세 요건에 관한 법률이 대법원 결론과 같이 해석될 수밖에 없다면, 대법원이 법률 자체의 위헌성 여부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

대법원 해석이 맞다면 관계 법률은 사실상 아무 의미 없는 '대도시 밖에 있는'이라는 표현을 포함하고 있는 것인데, 이미 대도시 안에 본점을 두고 있던 납세자는 '대도시 밖에 있는'이라는 법률을 신뢰할 수밖에 없어 법률이 납세자를 기망하여 중과세 처분을 받게 한 셈이므로 위헌의 소지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 법인은 종전 소재지가 '대도시'라는 이유로 한 번, 이전한 본점이 '서울특별시'라는 이유로 다시 한 번 중과세 처분을 받게 되었다.

중과세 처분이 확정됨으로써 이 사건 법인이 부담해야 할 경제적 손실도 상당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법률 규정에 대한 신뢰를 보호받지 못한 결과도 매우 우려될 수밖에 없다.

조세법은 그 자체로 낯선 용어나 복잡한 구조로 구성되어 있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얽혀 있어 해석이 쉽지 않은데, 그럴수록 법률 자체, 특히나 과세에 관한 근거 법률은 분명하게 규정되어야 하고 그 해석은 일반인의 상식에 부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헌법이 조세법률주의를 천명한 이유는 단순히 과세처분의 근거를 법률로 마련하면 충분하다는 것이 아니라 위법한 과세처분으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법부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 역시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것으로, 최고법원인 대법원은 법률에 관한 상식적이고 합리적 해석을 통해 법률의 문언을 신뢰한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입법부나 행정부가 제정한 법령은 헌법재판소나 법원의 통제를 받지만, 대법원의 법률에 관한 해석을 통제할 헌법상 장치는 특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부디 대법원이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은 소명을 엄중히 여겨 법률을 위헌적으로 해석한 것은 아닌지 숙고한 후 최종 판단을 내리길 간절히 희망한다.

법무법인(유) 지평
김태형 변호사

경기과학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졸업, 제49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9기 수료, 서울지방변호사회 제14기 조세연수과정 이수, 서울지방변호사회 제3기 회계연수원과정 이수, 현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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