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오피니언 > 칼럼

[헌법으로 본 조세]

일감 몰아주기와 과세 문제

  • 보도 : 2018.08.28 16:36
  • 수정 : 2018.08.28 16:36

A법인과 B법인의 지속적인 거래, 그 사이에 甲이 있다. 甲은 A법인의 지배주주이면서 B법인과 특수관계에 있다.

甲이 지배주주로 있는 A법인은, B법인에 꾸준히 물품 내지 용역을 공급한다. 수혜자인 A법인은 굳이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더라도 사업기회를 얻는다. B법인과 특수관계 있는 甲의 영향력 덕분이다. A법인이 입는 수혜는 지배주주 甲의 이익으로 이어진다.

이런 방식으로 甲이 부를 축적하는 거래를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라고 부른다.

우리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수혜법인 A의 매출액 대비 특수관계법인과 거래하는 매출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상거래비율'을 초과하는 경우, 특정 지배주주가 법령에 따라 계산되는 이익을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증여세 간주 조항에 대해서는 위헌론이 제기되어 왔다.

거래의 필요성, 영업외손실의 비중, 손익 변동과 같은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세하는 것은 위헌의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단지 특수관계법인과 수혜법인의 거래가 있기만 하면, 수혜법인의 세후영업이익과 특수관계법인 거래비율이라는 획일적 기준에 따라 증여 이익을 산정하는 논리의 단순함이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8년 6월 28일 합헌결정을 내렸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이 정당하다는 전제는 쉽게 수긍이 간다. 적정한 소득 재분배를 촉진하고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 우려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명분을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합헌을 위해 요구되는 침해의 최소성 요건이 충족된다는 판단에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입법자가 덜 침해적인 수단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수혜법인의 세후영업이익은 지배주주에게 구체적으로 실현된 이익이라고 보기 어렵다.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가 문제된다. 물론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 자체로 헌법상 조세개념에 저촉된다고 볼 수 없지만,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한 과세는 보다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할 수 있는 수단은 공정거래법, 상법, 형법에도 존재한다. 각 법률은 중첩 적용된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는 법률에서 더 직접적이고 실효적인 규제수단을 갖추면서, 조세법에서는 간주조항의 예외가 되는 정당한 사유를 수범자가 증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두는 방안이 덜 침해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헌재의 합헌 결정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법무법인(유) 지평
박성철 변호사

[약력] 법무법인(유) 지평 파트너변호사
[이메일] scpark@jipyong.com

관련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