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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한영 칼럼]

세계에서 살기 좋은 나라, 죽기 좋은 나라

  • 보도 : 2018.11.19 09:28
  • 수정 : 2018.11.19 11:15

ㅇㅇ

◆…EY한영 고연기 파트너 세무사.

미국 비영리단체인 사회발전 조사기구(Social Progress Imperative)에서 발표한 2018 사회발전지수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전 세계 146개국 중 18위로 살기 좋은 나라로 꼽혔다고 한다. 지난해 26위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미국(25위)보다도 살기 좋은 나라로 성장했다니 매우 기쁜 일이다.

하지만 죽음을 맞는 장소로서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박 모 교수 사례를 한번 들어보겠다. 박 교수는 외국에서 평생을 활동해왔다.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한 공학박사다. 평생을 호주, 싱가폴에서 활동했고 어느 정도의 재산을 모았다. 그는 "일흔이 넘으니 조국에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전하고 싶다"며 한국에 돌아왔다. 주거는 외국에서 가지고 온 돈으로 작은 전세집을 구했다.

박 교수는 한국에서는 어떤 대학교에서 3년 정도 명예교수로 재직했다. 급여는 생활비정도로만 받았다. 박 교수는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대부분의 재산이 있는 호주의 변호사에게 유언장을 남겼다. 한국에 있는 약간의 재산과 해외의 재산을 모두 해외 거주 중인 자녀에게 남겼다.

해외에서 성공해 부를 이룬 분들 중에는 위의 박 교수와 같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에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상속세 절세 목적으로 본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외국 국적자라고 하더라도 국내에 영주를 목적으로 귀국해 국내에서 사망한 경우에는 거주자로 본다. 위 사례의 박 교수는 한국에 3년간 주소를 뒀고 소득이 발생했기 때문에 거주자로 판정된다. 피상속인이 국내 거주자로 판정되면 재산의 소재지, 소득의 발생지를 불문하고 국내외에 있는 모든 상속 재산에 대해서 상속세를 부과받게 된다. 상속인의 거주자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

EY 글로벌에서는 2018년 세계상속세 안내서(Worldwide estate and inheritance tax guide book)를 발행했다. 알파벳 순으로 각국의 상속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이 책자는 모두 39개국의 상속세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중 17개 국가가 상속세가 없다는 점이다.

17개국은 호주를 비롯해 뉴질랜드, 캐나다,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포르투칼, 스웨덴, 싱가포르, 러시아, 체코, 우크라이나, 사이프러스, 인도, 태국, 중국, 인도네시아, 멕시코다. 소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까지 다양하다. 또 스위스 같은 국가는 0~50%로 세율 규정은 존재하지만 연방세 (Federal tax)는 없으며, 주세(Canton tax)로 과세하는데 과세하지 않는 주가 많아서 사실상 상속세가 과세되지 않는 국가의 수는 더 많다.

다시 박 교수 이야기로 돌아오자. 박 교수는 사후 한국에 전세보증금 및 약간의 현금을 남겼다. 하지만 우리나라 세법상 박 교수는 거주자로서 외국에 있는 재산에 대해서도 납세 의무가 있다. 납부할 세금은 그동안 한국에서 번 월급보다 많고, 외국에서 가져온 전세금으로도 부족한 금액이었다. 결국 자녀들은 한국에 있는 재산만으로는 부족해, 호주에 있는 돈까지 한국으로 들여와 세금으로 납부한 후에야 상속세 신고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자녀들은 "호주(상속세가 없는 국가)에서 여생을 마치셨으면 세금을 내지 않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현행 세법상 박 교수가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내야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해외에서 벌었던 소득으로 발생된 재산을 한국에서 상속세로 내는 것은 합리적일까?

참고로 스위스 등 여러 나라에서는 외국 시민권자 중 10년이상 해외에서 거주하다가 이주한 사람 중 특정 요건을 만족하는 경우에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재산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 제도를 갖고 있다. A국가에서 벌어들인 재산은 A국가에서 세금을 내야된다라는 점에서 스위스의 해당 제도는 합리적인 면이 있는 제도다.

국내 상속세제 개편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들이 있다. 외국에 비하여 세율이 너무 높다는 점이 가장 큰 이슈로 꼽힌다. 부의 재분배 등의 기존 논리에 더해 국가간의 세율 차이가 있어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재산가들이 한국에서의 높은 세금부담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면 국가적인 손해일 것이다. 이에 대한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고 본다.

박 교수가 세금을 잘 알고 있었다면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박 교수에게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였지만 죽기 좋은 나라는 아니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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