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알려진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인 사업자가 정부위탁공단에 감축 실적을 판매하고 받은 금원은 '재화의 공급'에 해당해 부가세 과세가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롯데케미칼이 동작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대법원은 "롯데케미칼이 에너지관리공단에 감축실적을 판매하고 받은 금원은 재산적 가치가 인정돼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의 공급'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2005년부터 실시해 온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사업'에 참여해 에너지관리공단에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판매했다. 이에 에너지관리공단은 롯데케미칼에 지급금 명목으로 2010년 2분기와 2011년 1분기에 걸쳐 9억8천여만 원의 금액을 지급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지급금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지급금에 대한 세금계산서도 발급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롯데케미칼이 감축실적을 판매한 행위가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의 공급'에 해당된다고 보고 약 1억6천만원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했지만 롯데케미칼은 감축실적을 재화로 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롯데케미칼은 "정부가 감축실적을 구매하는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정부 이외에는 실제 시장에서 거래된 바 없어 교환가치를 인정할 수 없고, 명목상의 실적에 불과해 현실적인 이용가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롯데케미칼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함에 따라 정부가 인센티브로서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라며 "지급금은 감축실적의 이전과 대가관계가 없는 국고보조금에 해당돼 과세표준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롯데케미칼은 또 "에너지관리공단이 '보조금이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공문을 통해 공적 견해를 밝혀 이를 신뢰했음에도 과세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정부가 구매한 감축실적의 소유권은 정부에 귀속되고 에너지관리공단이 관리하는 롯데케미칼의 감축실적은 그만큼 삭감된다"며 "따라서 공단이 롯데케미칼에 판매 지급금을 준 뒤 감축실적을 삭감해 정부에 보고한 것은 '감축실적의 귀속'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감축실적이 국고보조금이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원심은 감축실적이 일정한 재산적 가치를 지니고 있고, 사업자가 정부에 감축실적을 판매하는 경우 감축실적이 정부에 귀속된다고 판단했다"며 "롯데케미칼이 받은 지급금은 사업자가 정부에 감축실적을 공급한 대가로써 재정상 원조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관리공단이 공문을 통해 '정부에서 지급되는 보조금은 부가가치세법 제13조에 따라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힌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롯데케미칼이 이러한 에너지관리공단의 견해를 신뢰했더라도 공단이 과세에 권한이 있는 기관이 아니므로 롯데케미칼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법원은 "롯데케미칼이 지급금을 받을 당시 감축실적 판매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에 해당된다는 점을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가산세 부과처분만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1심과 2심 역시 정부가 일정한 가액으로 실제 감축실적을 구매했다면 정부가 구매한 가액만큼의 재산적 가치는 인정할 수 있다며 가산세를 제외한 나머지 처분에 대한 롯데케미칼의 청구를 기각했다. [참고판례 : 2017두65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