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노무사입니까?" 지난 5일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에 모 세무사가 작성한 '4대 보험 제도의 행정운영 누구의 피와 땀이 녹아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십니까?'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사업주가 4대 보험 업무를 이해하고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해 세무대리인이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청원의 골자다.
"4대 보험 제도의 행정운영이 누구의 피와 땀이 녹아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십니까?"
지난달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같은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4대 보험 행정업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세무사들이 원칙적으론 사업주가 해야 할 4대 보험 업무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떠맡고 있는 현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 청원글의 골자.
글을 올린 세무사는 4대 보험 업무는 본래 세무사가 해야 할 주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세무사의 업무로 인식되어 있다면서 사업주들의 자발적인 업무 처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그는 "4대 보험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면 사업주들은 먼저 세무대리인을 원망한다"면서 "4대보험 문제는 세무사가 알아서 해야하고, 그 해결도 세무사가 해야 한다는 인식이 이미 당연시 되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불가피하게 세무사들이 4대 보험업무를 계속해야 한다면 적절한 보수를 국가에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대 보험공단의 고압적인 태도와 혼란스러운 업무처리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4대 보험 업무처리에 필요한 정보를 알기 위해 공단에 요청하면 아무리 대리인임을 밝혀도 개인정보 보호를 핑계삼아 사업주 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한다"며 "하지만 반대로 공단 쪽에서 업체의 일로 필요한 부분이 생기면 당연하다는 듯이 저희에게 연락해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사이트만 해도 국민연금 EDI, 건강보험 EDI, 사회보험통합징수포털, 4대보험 정보연계센터,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 등으로 나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마다 중복처리가 불가능 해 각 사이트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세무대리업계의 고충은 이번 청원글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지만, 사실 세무대리 업계 내부에선 오래전부터 골칫거리로 인식되어 왔다.
한국세무사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보험 업무의 가중함과 제도적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들이 심심치않게 올라왔으며, 세무사들이 여럿 모인 자리라면 4대 보험 업무에 대한 고충이 계속해 터져나오곤 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의 댓글에 "그동안의 곪은 것이 터진 것일 뿐"이라는 표현이 나온 이유다.
청원 마감일(2월4일)까지 3일이 남은 이번 청원은 1일 오후 4시 현재 9078명의 동의가 이어지고 있다.
'독이 든 성배' 들이킨(?) 세무사들
4대 보험 업무는 신규 입사자의 취득신고, 퇴직자의 상실신고 등 기본업무부터 보수총액 신고, 로자의 각종 변동사항 신고와 정산업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는 엄연히 임직원을 고용한 사업주가 직접 해야 할 일들이다.
하지만 온전히 사업에만 집중해도 살아남기 쉽지 않은 시대에 담당 인력을 갖추고 있지 않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업주들 입장에서는 복잡한 4대 보험 업무를 직접 처리하는 것은 버거울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럴 때는 업무 관련성이 있는 노무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비용문제를 생각하면 이 또한 쉽지 않은 일.
이 시기에 세무사가 '짠' 하고 등장하면서 사업주들의 갈증을 해소해 줬다.
세무사는 급여대장을 작성하면서 세금신고를 했기 때문에 사업주들에게 4대 보험 업무를 '덤'으로 처리해 줄 수 있었던 것.
세무대리업계의 경쟁이 점점 과열되다보니 아예 4대 보험 업무를 끼워 파는 세무사들이 생겨났다.
협회 차원에서도 적극 권장했다.
한국세무사회는 지난 2014년 말 업무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노무사 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무마하며 보험업무 대행요건을 취득, 세무사들의 업무영역이 늘어났다고 적극 홍보했다.
당시 정구정 전 세무사회장은 "중소사업자의 90% 이상이 세무사에게 장부 기재와 세무신고 업무를 맡기는 상황인데도 세무사가 4대보험 업무를 대행할 수 없어서 사업자들이 불편을 겪었다"며 "법 개정으로 앞으로 이런 불편이 해소될 것"이라고 밝히며 업무영역 확대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4대 보험 업무를 대신해준다는 영업 전략이 통하면서 세무사들의 기장관리 업체가 늘어났고, 일부 세무사들의 이윤창출로 이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런 과정속에 4대 보험 업무는 세무사들이 당연히 처리해 주는 것으로 깊게 각인됐다.
하지만 달콤한 꿈도 잠시, 4대 보험 업무는 세무사들의 '악몽'으로 돌변했고 현재와 같은 극한의 상황으로까지 치닫게 된 것이다.
②편에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