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관리할 방안으로 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한다.
차주가 보유한 소득과 부채를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새 기준을 마련한 것인데, 기존보다 대출자의 소득과 상환 능력을 꼼꼼히 따지는 것이 핵심이다. 쉽게 말해 다주택자의 추가대출을 막는 수단인 셈이다.
적은 자금으로 대출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거두는 '갭투자'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24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따르면 차주의 상환 능력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DTI 산정 방식이 바뀐다. DTI는 소득 기준으로 총부채 상환능력을 따져 대출 한도를 정하는 비율을 말한다.
정부가 DTI 산정방식을 손질하려는 데는 가계부채 연착륙을 통해 경제 전반의 불안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가계부채 증가율을 향후 추세전망치 보다 0.5~1.0%포인트 낮게 점진적으로 유도하고 실수요자의 금융접근성이 제약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현재 DTI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기존 대출의 경우 이자상환액만 반영하는데, 새로운 DTI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원리금 상환액까지 더해 대출한도가 결정된다. 주담대를 2건 이상 보유한 차주가 대상이다.
다주택자의 추가 주담대 만기를 제한한다. 복수 주담대 차주의 두 번째 주담대부터 만기를 15년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DTI 산정 때만 적용하고, 실제 상환기간은 15년 이상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차주의 상환 능력도 꼼꼼히 따진다.
소득을 산정할 때 최근 2년(현재 1년)간 소득기록은 확인하고, 인정소득·신고소득 등은 소득산정 시 일정비율 차감하도록 했다. 장래소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될 땐 소득산정 시 최대 10% 인정해준다는 방침이다. 10년 이상의 장기대출을 할 때는 주기적으로 소득정보를 갱신하도록 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경우 실수요자의 고통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실수요자들의 대출 접근성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함께 이루어진다.
기존 복수 주담대 차주를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DTI 도입 이후 신규대출 분부터 적용하고, 기존 주담대의 금액 또는 은행 변경 없이 단순 만기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일시적 2주담대일 경우 즉시처분 조건으로 부채산정 시 기존 주담대 이자상환액만 반영하고, 2년 이내 처분 조건일 땐 두 번째 주담대의 만기제한(10년)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청년층·신혼부부는 최근 2년간 소득확인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고, 청년층에 대해 장래예상소득 증액한도(10%)도 설정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 DTI 기(旣) 적용지역에 대해 시행하고, 향후 시행상황을 보면서 DTI 적용범위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사가 상환능력 자체 평가
금융회사 자체적으로 상환능력평가, 한도관리를 하는 방식인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 도입된다. DSR은 주담대 뿐 아니라 신용대출 등 전 금융권의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반영하기 때문에 기존 대출규제보다 강력한 규제로 인식되고 있다.
DSR은 차주의 상환능력 대비 원리금상환부담을 정확히 반영하자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부채의 경우 대출종류, 상환방식 등에 따라 차주의 실제 상환부담을 반영하고, 소득은 새로운 DTI 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DSR 도입으로 금융회사는 기존 대출의 상환부담이 과도하거나 소득상황에 비춰 신규대출 상환이 명백히 어려운 경우 대출을 거절해야 한다. 대출한도는 금융사가 차주그룹별 감당 가능한 DSR 수준을 산출한 이후, 차주 상환능력을 평가해 설정하도록 했다.
또 금융사는 고(高)DSR 대출을 별도 관리하고, 채무조정(원리금상환유예·원리금감면 등) 시 차주 DSR 수준을 감안해야 한다. DRS는 내년 1월 시범운영을 거쳐 같은 해 하반기부터 도입된다. 시행 시기는 은행권에서 제2금융권으로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
아울러 취약차주들의 가계부채 위험을 막는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제2금융권 주담대를 장기 고정·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정책모기지 상품(5000억원, 수요 증가 시 확대)을 출시하기로 했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 중도금대출 보증한도를 6억원에서 5억원으로 내리고, 보증비율을 90%에서 80%로 축소한다.
또 최근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는 부동산임대업자 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년 3월 은행권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모형 운영의 적정성 여부, 대출자금 용도 외 유용, 사후관리 등도 운행권·상호금융사가 점검하도록 했다.
이 밖에 정책모기지 대상을 서민·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혜택을 확대하고, 정책모기지 공급규모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