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듣도 보도 못한 괴상망측한 단어들이 등장했다.
'핀셋증세', '명예증세', '사랑증세', '착한증세'.
정치인들이 말로 먹고 산다지만 말도 참 잘 지어낸다. 세상 천지에 증세면 딱 증세지 무슨 핀셋이고 명예고, 사랑이라는 미사여구가 필요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는 증세의 본질을 호도하고 국민 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여당의 얄팍한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 말장난이라고 비판하면서도 '표적증세', '졸속증세', '청개구리증세' 등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있는 자유한국당 등 야권의 움직임도, 오십보 백보다.
'증세'... 프레임에 가두려는 정치권
문재인 정부의 증세 정책 추진이 공식화 됐다.
방향은 이미 대통령과 여당의 당수가 다 정했다.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세법개정안이 세상에 나오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그동안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세부담을 강화하는 문제를 놓고 수많은 찬반 토론이 있어왔지만, 정부와 여당이 정책 추진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천명했다는 측면에서 지금은 증세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려는 움직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 됐다.
그런데 정치권은 영 엉뚱한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른바 '네이밍 전쟁'으로 불려지는, '프레임 만들기'가 한창인 것이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볼 때 프레임을 짜는 것은 중요할 수 있다.
어떤 프레임(틀)을 만들어 놓느냐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증세가 '좋은 정책'이 될 수도 있고 '나쁜 정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지금 이 난리를 피우고 있는 이유는 '틀짜기 효과(Framing effect)'를 노리는 것이며, 상대방 보다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증세 논의의 주도권을 틀어쥐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프레임 만들기는 어디까지나 증세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지금 정치권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너무도 중차대한 증세 문제를 각자의 계산 속이 깔린 말장난으로 만들어진 '방어막' 뒤에 숨어 좌지우지 해보겠다는 대한민국 정치권의 낮은 의식수준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슬픈 자화상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부터 증세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화두가 될 것으로 보였다. 대선 과정에서 뜬구름 잡기식 증세 필요성이 언급됐다면, 현재는 대통령과 여당 당수가 대놓고 증세 정책 추진을 천명한 상황이다.
정말 필요하다면 세금은 올릴 수 있다.
굳이 선진국과 수치 비교 운운 할 것 없이 우리가 필요하면 세금은 올리면 된다.
다만 그 필요성에 대한 선택권은 정부도, 정치권도 아닌 국민이 가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그저 '제안자'에 불과하며 최종적인 선택은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다.
일부러 조세저항이 적은 집단을 '초(超)'라는 수식어까지 붙여가며 증세 대상으로 삼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수일지라도 그들은 직접적으로 세부담을 지게 될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은 증세를 추진하면서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입장인 이들을 '표'로 인식하지 말고 '국민'으로 인식, 열과 성을 다해 설득하고 달래어 정책에 부응하도록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무턱대고 여론으로 몰아세워 소득양극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정부가 결코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돈이 많다는 이유로 이들에게만 세부담을 더 지우는 것 또한 공평과세, 조세정의와도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
정부가 많은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는 기업과 개인에게 고맙고,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말 한번 제대로 건넨 적 있었던가?
상장 한번 준 적 있는가?
세금 많이 내면 존경받고 사랑받을 것이라는 해괴한 말장난으로 민심을 흐트러뜨리는 일은 삼가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