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기획재정부 차관(사진 가운데)이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7년 경제정책방향'과 관련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전망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의 경제 성장률이 2%대로 둔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최순실 사태'로 인한 정치리스크와 미국의 금리인상·통상정책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저성장 기조를 탈피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해 얼마나 방어를 해낼 수 있느냐다.
정부는 29일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으면서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20조+α' 규모의 경기보강책을 마련하겠다는 목표점을 설정했다. 내년 초부터 돈을 풀어 경기·고용 위축 흐름을 조기에 막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탄핵 정국 영향으로 투자나 소비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불안한 경제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해 전방위적인 재정·세제지원책 세트를 무더기로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고용비례 추가공제율을 1년간 2%p(대기업 1%p) 올리기로 했다. 11개 신산업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최대 30% 세액공제하는 '신산업 육성세제'도 시행된다. 이 분야에 정책금융 지원 규모도 85조원(올해 80조원)으로 늘렸다.
또 10년이 넘은 노후 경유차를 새차로 바꿀 때 개별소비세는 70% 감면해준다. 이 과세특례는 내년 6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감면한도는 최대 143만원이다. 같은 조건으로 승합·화물차도 100만원 한도 내에서 취득세 50%가 감면된다.
대내외 리스크 요인에 대해선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를 갖춘다.
정부는 외환시장, 외채, 자금유출입 등 대외건전성과 관련된 부문을 심층 분석하기로 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거나 중소기업 자금난이 심화될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한다. 이에 회사채시장 안정을 위해 미매각 회사채를 최대 5000억원 인수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기준금리를 2.47%에서 2.3%로 내리고, 금융지원도 6조8000억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불안한 고용시장…더 불안한 저소득층 지갑
일자리 창출은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의 핵심. 그러나 고용시장 현실은 그리 밝지 못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은 26만명으로, 올해(29만명)보다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재부는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창출·연계하고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일자리 관련 예산은 올해(15조8000억원)보다 늘어난 17조1000억원으로 잡혀 있는데, 정부는 이 재원을 내년 초부터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부족한 민간 일자리는 창업으로 메꾼다. 창업성공패키지를 도입해 이 패키지에 참여하는 팀당 최대 1억원까지 예산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여기에다 국가·지자체 4만명, 공공기관 2만명 등 공공부문에서 6만명 이상의 신규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늘어나는 청년실업도 문제다.
올해 11월 기준으로 청년(15~29세) 실업률은 8.2%로, 전체 실업률(3.1%)의 2.6배를 상회하고 있다.
정부는 청년일자리 예산인 2조6000억원을 1분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하면서, 청년 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세액공제액을 현 500만원에서 700만원(대기업 200→300만원)으로 늘리는 인센티브를 병행하기로 했다.
저소득층의 지갑을 두껍게 만드는 대책도 이루어진다. 최근 소득 하위 계층인 1분위와 2분위의 소득이 감소하고, 5분위의 배율이 상승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생계급여 최대급여액을 월 127만원에서 134만원으로 5.2% 올리고, 주거급여도 월 11만6000원으로 2.5% 인상하기로 했다. 내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에서 6470원(7.3%↑)으로 올라간다.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에게 부가금을 부과하는 등의 경제적 제제도 강화한다.
정부는 가계의 실질소득이 늘어날 수 있도록 주거비 등 핵심 생계비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뉴스테이 공급을 4만6000호로 현 수준(2만5000호)보다 두 배 늘리고, 최대 2000만원 한도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재난적 의료비의 혜택도 내년까지 연장한다. 3분위 이하에 속하는 저소득층 대학생 한해 학업이 우수하다면 학자금대출의 이자를 전액 면제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우리나라, 아이울음 소리 들리게…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빠질 수 없다.
지난해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출산율 제고를 위해선 두 자녀 이상 출산에 대한 장려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 이에 결혼·출산 관련 인센티브를 전수조사해서 3자녀 이상 가구 중심의 다자녀 혜택을 3자녀 가구 중심으로 재설계하기로 했다.
또 중·저소득층에서 혼인률이 낮다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재 신혼부부의 주거·보육 등에 대한 지원(임대주택 공급, 전세자금 대출 등)이 있으나, 혼인 자체에 대한 지원은 없다.정부는 서민·중산층(총급여 7000만원 이하) 근로자가 혼인을 했을 때 1인당 50만원(맞벌이 부부 1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기재부는 "소득재분배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고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소득공제 대신 세액공제를 적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노인연령기준도 재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단 기초연금(65세), 노후 긴급자금 대부(60세), 공공시설 할인 등 경로우대(65세) 등 복지서비스 대상자 선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는 논의체계를 구축하고, 하반기부터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방침.
4차 산업혁명 준비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민관합동으로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며,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R&D 지원도 늘린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따라 2030년까지 매출·후생증가 등 최대 460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하고, SW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등 최대 8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