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세 제도 고쳐달라", 대한상의·중기중앙회 '한목소리'
"가업승계 세부담 덜어주고 해외진출 세정지원 강화해 달라"
화답은 아직? 정부, "세법개정 반영 여부 검토하겠다"
세금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재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의 잠재된 성장역량이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기업관련 조세제도를 대폭 개편해 달라는 취지다.
정부(국회)를 상대로 세제개편 요구에 전면에 나선 경제단체는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와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다.
두 단체는 조세제도를 합리화하거나 사업재편 등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조세환경을 바꿔달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가산세·증여세 과세체계 개편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더이상 정책당국자들이 재계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일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세제건의안(47건)을 정부측에 전달했으며, 이어 지난 14일 대한상의도 147건에 달하는 세제개선과제 건의안을 정부와 국회에 제출하며 "기업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들이 잠재된 성장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해달라"며 총 147건의 세제개선안을 지난 14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사진은 대한상의가 요청한 개선과제 주요 내용.
"가혹한 가산세 부담 덜어달라"
이들 두 단체가 가장 크게 한 목소리를 낸 부분은 가산세 부담 완화였다.
특히 대한상의는 납부불성실가산세 체계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현행 납부불성실가산세가 연 10.95%의 이율로 부과되는데, 신고불성실가산세가 '부정행위 유무'에 따라 차등 가산세율을 매기는 것과 형평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납부불성실가산세 이율도 10년 이상 시중금리 인하폭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손익귀속시기 오류에 대해 납부불성실가산세 부담은 완화한 반면 신고불성실가산세는 10%로 유지되고 있는 점이나, 납세자 스스로 수정 신고한 경우까지 신고불성실가산세를 부과하는 점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중앙회는 세제건의안 제출 이후인 지난 14일 임환수 국세청장과 만나 "세금 선납은 유인효과를 두지 않으면서 세금 연체시에만 가산세를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바쁜 경영환경으로 예정납부시기를 놓치는 경우까지 과도한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점도 어필했다.
중기중앙회는 또 "'1일 1만분의 3'의 이율(연11%)로 최대 5년의 가산세가 적용되면 미납 세액이 본세의 50%를 넘기도 하다"며 "고의성 여부와 관련없이 연체금을 무제한으로 부과하는 것 또한 시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4일 임환수 국세청장 등 국세청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의 경영활동을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세정지원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진은 임환수 국세청장이 중소기업인들의 요구사항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가업승계 세부담도 너무 높다
가업승계 등 증여세와 관련된 제도개선 요구도 비슷한 맥락이다.
대한상의는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사업기회를 제공받은 수혜법인 주주에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자기증여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동종 다른 기업 대비 초과 발생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과세하지 않고 해당 사업부문의 전체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은 과도한 제제"라고 덧붙였다.
증여세 정산 규정과 관련해서는 "시혜법인에 대한 범위 개선을 통해 자기증여에 해당하는 사업기회 제공에 대해서는 증여세 과세부분을 제외하고, 수혜법인의 이익 재검토와 증여세 정산 규정 또한 보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가업승계와 관련해 "사전증여가 가업승계 진행과정이므로 가업상속공제와 동일한 수준으로 지원되어야 하나, 법인기업만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어 개인 사업체와 형평성 문제가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가업승계 증여세 혜택 대상기업을 법인 외 개인사업체까지 확대하고, 특례한도를 가업상속공제 공제한도와 동일한 500억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진출 기업 세정지원 강화해달라"
해외로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의 세정지원 확대 방안도 언급됐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들의 외국세제에 대한 정보력이 빈약하다는 점을 들어 "해외진출 중소기업을 전담하는 조직 및 창구를 통해 적극적인 세정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도 정부와 국회에 제출한 세제개선안에서 해외진출 기업을 위한 내국법인의 해외자회사 구조조정 지원 확대, 해외 파견직원 퇴직급여에 대한 세무상 처리 개선, 해외배당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해소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와 함께 부가가치세 환급절차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수출업체나 시설투자사업자와 같은 기업에 대해 조기환급기간을 단축함으로써 자금 부담을 경감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중기중앙회는 "농약구매자에 상관없이 부가가치세 환급신청이 가능하도록 농민으로 제한한 규정을 폐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세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재계의 건의를 수용할지의 여부를 놓고 고심 중에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한상의를 비롯해 여러 단체에서 세법개정건의안을 매년 제출하고 있다"며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