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와 송양공, 그리고 세제개편

영국의 몽고메리 원수가 이끌었던 연합군의 노르망디상륙작전 성공은 2차 세계대전 승전의 결정적 계기다. 메이릭 클리프턴 영국 육군정보국 중위. 이 작전 성공의 숨은 주역이다.

클리프턴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 부상을 입고 전역했다.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그의 나이 41세 때 2차대전이 터졌다. 그는 군 위문부대에 자원, 중위로 복무하면서 어떤 코메디극에서 몽고메리역을 맡는다. 몽고메리로 분한 클리프턴을 보고 관객들이 깜짝 놀랐다. 기가 막힐 정도로 원수와 닮았기 때문. 이 소식을 영국군대령으로 군영화제작을 책임졌던 명배우 데이비드 닛븐이 들었다. 닛븐은 클리프턴에게 몽고메리의 목소리, 걸음걸이, 습관 등 일거수일투족을 익히게 한다.

독일군의 최대관심사는 상륙지점이었다. 몽고메리는 노르망디를 상륙지점으로 찍어 놓고 가장 가까운 영국 남부 사우스 햄튼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었다. 히틀러와 롬멜도 노르망디로 예상하고 그쪽에 병력을 집결시켜 놓은 터. 그런데 이게 웬일. 몽고메리가 도버해안에서 상륙훈련을 지휘하고 있다는 첩보가 뜬 것이다. 

2년전 독일전차군단은 아프리카전선에서 몽고메리의 기만술에 속아 섬멸 당했다. 그 악몽 같은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히틀러와 롬멜은 몽고메리가 사우스 햄턴에 병력을 집결시키는 척하면서 도버해협을 건너 프랑스 칼레로 상륙할 것으로 보고 병력을 급히 칼레로 뺐다. 또 속았다. 도버에 뜬 몽고메리가 진짜가 아니라 몽고메리로 위장한 클리프턴이였던 것.

몽고메리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클리프턴을 유럽대륙 서쪽 끝 지브롤터해협으로 보내, D-14일부터 2주 동안 그 곳 전황을 시찰케 했다. 지브롤터는 노르망디에서 2천km나 떨어진 곳. 가짜 몽고메리, 육군중위가 수많은 별들을 거느린 채 전선을 시찰하는 장면이 찍힌 사진이 히틀러와 롬멜에게 즉각 전달된다. 이들은 몽고메리가 지브롤터에 있으니 당분간 상륙은 없을 것으로 보고 방심한다. 롬멜이 노르망디상륙작전 D-day에도 한가롭게 부인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있었을 정도였다. 수뇌부가 그 모양이었으니 연합군의 상륙을 저지할 재간이 없었을 터. 이 모두 클리프턴을 자기로 위장시켜 상대의 허를 찌른 몽고메리의 기만술 덕분이다.

중국 춘추시대 송나라가 중원을 장악하려는 초와 한판 붙었다. 초군이 강 건너편에 진지를 구축한 송군을 격파하려면 강을 건너올 수 밖에 없었던 형국이었다. 송군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 그러나 송왕 양공은 강을 건너는 적을 공격함은 정정당당하지 못하다며 강을 건너올 때까지 공격하지 말라고 명한다.

강을 건너온 초군이 진영을 갖추는 중에도 송양공은 준비하는 적을 치는 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니라며 공격하지 않는다. 초군이 그런 송군을 가만둘 리 만무하다. 결과는 송의 대패. '송양지인(宋襄之仁)'은 송양공처럼 덮어놓고 착하고 어질기만 한 사람을 비꼬는 고사다.

곧 세제개편시즌이 열린다. 운용과정에서 정부가 자체 파악한 것과 이해관계자들이 제기한 개정수요를 모은 후 고칠 것을 추려 7월쯤 개편안을 발표할 것이다.

세제개편은 곧바로 국민의 재산권에 영향을 미친다. 예측가능성이 제1의 덕목으로 꼽히는 것의 이유다. 전쟁에서 상대에게 예측가능성을 허용하면 필패이나, 세제개편에서는 예측가능성을 최대한 허용해야 필승이다. 세제개편에 몽고메리식 성동격서(聲東擊西)가 동원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송양공처럼 덮어놓고 어질기만 해서도 안 된다. 냉철해야 한다. 세제개편이 국가경영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하여 제도를 바꾸는 작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바램이 있다면 국민이 강을 건너와 하고 싶은 말을 다하게 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야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정부가 하고자 함을 이룰 수 있다. 국민은 적이 아니다. 아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