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도 뒤집어 봐야 첩경 찾을 수 있어

인천 앞바다는 간만의 차가 7m나 돼 상륙작전을 펼 수 있는 날이 며칠 안 된다. 기회를 놓치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그것도 밀물이 들어왔다가 썰물이 나가는 3시간 안에 작전을 끝내야 한다. 대규모 상륙함대가 들어오기에도 너무 협소하다. 모든 면에서 인천은 상륙작전에 맞지 않았다. 미 합참본부조차도 성공 가능성이 5천분의 1이라며 반대했다.

그럼에도 맥아더 원수는 인천상륙이 서울탈환과 북한군보급로 차단의 첩경이라며 이를 관철, 성공했다. 지리적 여건을 믿고 불과 2천명의 병력만을 인천에 배치했던 북한의 허를 찌른 것. 인천상륙 후 13일만에 서울을 탈환했다. 낙동강전선 돌파에 몰두했던 북한군의 보급선을 끊음과 아울러 낙동강전선의 국군과 한반도 허리를 장악한 유엔군이 북한군을 포위했다. 이때 사살된 북한군만 십만, 도망간 북한군이 3만을 넘었다. 문제해결의 첩경 확보를 위한 맥아더원수의 탁월한 전략 덕분이다. 세상사에도 첩경이 없을 수 없다. 세금문제라고 하여 예외는 아니다. 

내국법인의 의결권주 10% 이상을 소유한 미국법인이 받은 배당에 대한 제한세율은 11%다. 반면 내국주식을 25% 이상 직접 소유한 헝가리법인이 받은 배당에는 5%가 적용된다. 그러니 미국법인이 한·헝조약의 5%혜택을 받고 싶음은 당연하다. 투자 직전 헝가리에 인적·물적 시설이 없는 자회사를 설립, 그로 하여금 내국주식의 25% 이상을 취득하게 하는 소위 “조약쇼핑(treaty shopping)”은 그래서 생긴다.

이 조약쇼핑은 상업적 목적 없이 한·헝조약의 혜택만을 누리기 위한 것이라 하여 한·헝조약을 적용해 주지 않는다. 배당의 실질귀속자가 미국법인이므로 한·헝조약의 5%가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도 조약쇼핑에 관대하지 않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배당이 미국모회사에게 실질 귀속된 것으로 본 터이니, 한·미조약의 배당 제한세율을 적용해주긴 해야 한다. 한·미조약은 내국법인의 의결권주의 10% 이상을 소유한 경우 제한세율 11%를, 그렇지 않으면 16.5%를 적용토록 한다. 이 중 어떤 세율을 적용하는가가 문제라는 것. 미국법인이 헝가리자회사를 통해 내국주식을 간접 소유해 온 만큼, 이 소유가 간접소유도 포섭한다면 11%가 적용되나 직접소유만 의미하면 영락없이 16.5%다. 한·미조약이 그냥 소유라는 말만 쓴 데서 비롯된 논란이다.

이럴 때 흔히 타국과의, 또는 타국 간 조약 체결례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필요한 작업이나 결정적이지는 않다. 어차피 조약이 두 당사국간 계약인 이상 그들의 의사가 표현된 문언이 중요하지 다른 조약례는 참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첩경은 딴 데 있다.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2조의 2 제3항이 그것이다. 이 조항은 조세조약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해 제3자를 통한 간접적 방법으로 거래한 경우 경제적 실질에 따라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아 조약을 적용토록 하고 있다. 외국투자자가 한 조약의 혜택을 부당히 받기 위해 제3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거래한 때는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아 해당되는 타 조약을 적용한다는 얘기다.

특기할 것은 '조약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거래'가 '앞으로 생길 소득에 관해 조약혜택을 부당히 받기 위한 거래'라는 장래적 의미라는 점. 뒤집으면 '거래'가 '배당을 받는 당장의 행위'가 아니라 배당을 생기게 한 '선행 주식취득·소유'가 된다. 그렇게 되면 헝가리자회사를 통해 내국주식을 '간접 취득·소유'한 미국의 모회사가 과세 목적상으로는 이를 '직접 취득·소유'한 것이 되어, 한·미조약의 11%가 적용되게 된다. '거래'를 배당을 받는 눈앞의 행위가 아니라 배당을 낳은 선행행위인 주식취득·소유로 뒤집어 새기면 첩경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맥아더원수는 모든 면에서 불리한 상황을 뒤집어놓고 생각함으로써 대역전의 첩경을 찾았다. 세법도 때론 뒤집어놓고 봐야 문제 해결의 첩경을 찾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하여는 문제가 생기면 먼저 판례나 행정해석부터 찾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그보다는 세법조문에 천착해야 한다. 그래야만 뒤집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문제의 첩경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바로 조문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