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대학세무사회가 개최한 '제7회 조세포럼 및 장학금 수여식'에서 이종탁 서울지방세무사회 부회장(오른쪽에서 2번째)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동기 세세회 연수이사, 이재삼 세세회 자문위원, 맨 오른쪽은 박일렬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포화상태에 접어든 시장에서 치열한 업역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세무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세무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신규 세무사들을 대상으로 제도를 도입해 이들의 안정적인 시장정착을 유도하자는 주장이다.
6개월에 불과한 현 수습제도 하에서는 신규 세무사들이 전문성 확보는 물론 시장 진입 후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지적이다.
26일 서울시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세무대학세무사회(회장 : 김승한, 이하 세세회) '제7회 조세포럼 및 장학금 수여식'에서 이종탁 서울지방세무사회 부회장(전 세세회장)은 '전문세무사제도 도입에 관한 연구'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급변하는 세무사 업계 시장상황, 답은 무엇인가?
이 부회장은 세무사 공급과잉과 업역다툼, 시장개방에 따라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세무사 업계 환경을 우선 지적하고 나섰다.
이 부회장은 "매년 배출되는 630명의 신규 세무사는 현 세무사 업계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많은 숫자이며, 국세경력 세무사들까지 시장에 매년 유입되고 있다"며 "잠재적 경쟁자인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의 숫자까지 감안하면 매우 치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FTA로 인해 외국 세무관련 자격사들의 국내 유입 가능성도 높아진 상태"라며 "세무 업계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러한 '무한경쟁 체제'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무사 업계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전문세무사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세무사 업계는 업무를 다양화하고 시장을 키워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이는 타 자격사의 업무영역 침범의 문제 등 사회적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의 고유 업역에서의 소비자 수요 증대를 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 환경속에서 세무사가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갖추기란 쉽지 않고, 이는 세무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세무서비스의 소비자인 납세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세무사에게도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가질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전했다.
더불어 "질 높은 전문적 서비스의 제공은 소비자로 하여금 추후에 다시 세무사를 찾게 하는 긍정적 효과를 낳고, 세무사 업계 전반의 수요 증가를 야기할 것"이라며 "이는 세무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 신규 세무사의 세무업계 진출을 수월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탁 서울지방세무사회 부회장은 신규 세무사들의 전문성 강화와 안정적인 시장 정착을 위해 전문세무사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헀다.
'전문세무사' 제도, 운영은 어떻게?
이 부회장은 의사 업계의 '전문의' 제도, 변호사 업계의 '변호사 전문분야 등록' 제도를 벤치마킹해 세무사 자격 취득 후 별도의 추가적인 교육과정을 거쳐 '전문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양도, 상속 및 증여, 국제 조세, 세무조사, 조세불복, 중소기업 관리, 금융 회계 아웃소싱, 합병 및 분할, 컨설팅, 성년후견인, 고용산재보험 등의 분야에 일정 요건을 충족한 세무사들에게 세무사회 차원에서 전문성을 인증해주고 이를 통해 질 높은 서비스 제공과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전문세무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습기간 후 일정기간 세무사회에서 운영하는 교육을 이수해야하며, 등록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하고 일정 금액의 등록비를 납부해 전문세무사 제도 유지와 발전에 사용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세무사로 등록되지 않은 세무사가 전문세무사라는 명칭을 사용할 경우 회 차원에서 현실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제도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지방회가 전문세무사 제도를 맡아 관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도 제안했다.
이 부회장은 "전문세무사 제도가 개업 초기나 시장 진입 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규세무사들을 위한 제도인 만큼 이들의 취득을 장려하기 위해 수습교육과정에 별도의 시간을 편성해 알릴 필요가 있다"며 "이들은 기존에 시장에 진입한 세무사에 비해 전문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진로 선택이 상당히 유연한 상태이기 때문에 홍보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세무사회에서 전국 각지 1만1000여명의 세무사들에게 전문세무사 자격을 부여하고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각 지방회별로 전문세무사 자격을 부여하고 관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전문세무사 제도, 기득권층과 갈등 우려된다"
한편 이 부회장의 발표에 토론패널로 참여한 전문가들은 전문세무사 제도의 취지에는 적극 공감을 표했으나 시행의 현실성 부분이나 기존 업계 기득권층과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
박일렬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매년 우리 학과에서 10명 정도의 세무사가 배출되지만 대부분은 공무원을 선택하고 1~2명 정도만이 개업을 생각한다"며 "팍팍한 시장 환경을 개척하고 더 좋은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이런 좋은 연구를 한 것에 대해서는 반갑고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전문세무사는 신규 세무사들을 많이 고려한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며 "기존 세무사들이 얼마나 협조할지 의문이다. 이들이 얼마나 협조하느냐가 문제"이라고 밝혔다.
세세회 연수이사를 맡고 있는 이동기 신안산대학 겸임교수 또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득권층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제도 성공의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미 시장에서 잘 자리잡은 세무대 출신 세무사인 우리 세세회로서는 전문세무사는 크게 절박하지 않은 이슈"라며 "세세회로서는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고, 제도 도입으로 인해 분란의 씨앗을 키울 우려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세무대에서 학비를 면제받고 심지어 교재까지 무료로 제공받으며 공부한 뒤 국세청에서도 근무할 수 있었다"며 "우리가 이렇게 사회로부터 받은 것들을 먼저 자리잡은 선배 세무사로서 되돌려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문세무사 제도는 시도가 굉장히 좋다고 본다"며 "기존에 자리잡은 세무사들의 반발과 세대간, 경력에 따른 갈등을 어떻게 잘 조합해갈지, 설득해갈지를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