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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세 신고 '현장토크'…세무서를 찾은 납세자들에게 듣다

  • 보도 : 2016.01.27 19:00
  • 수정 : 2016.01.27 19:00

초유의 신고기한 연장(1일) 등 소동 속에 26일 마무리된 2015년 제2기 부가가치세 신고납부.

국세청은 이번 부가세 확정신고부터 납세자가 직접 세무서를 방문하지 않아도 어디서든 부가세 신고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맞춤형 전자신고제도를 선보였다.

하지만 일선 세무서 부가세 신고창구의 풍경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초 신고 마지막 날인 25일 오후 신고자들이 세무서로 대거 몰리고 홈택스 과부하로 인해 급히 세무서로 발걸음을 옮긴 세무회계사무소 직원들까지 뒤섞이며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세무서 업무마감 시간인 오후 6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도 대기인원이 500명이 넘는 세무서도 있었을 정도. 

최근 연이은 한파 속에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보다 대기시간 없이 집에서 편하게 전자신고를 통하면 해결 될 '부가세 신고·납부'를 세무서를 직접 찾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납세자들에게 들어봤다.

◆…25일 오후 5시 32분, 서울의 한 일선 세무서의 번호표.

  □ 가깝고도 먼 세법…"무슨 말이죠?"

벤자민 프랭클린 명언 중에는 사람들이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은 '죽음'과 '세금'이라는 말이 있다. 세금은 예나 지금이나 모든 사람들이 피하고 싶어 하지만 오히려 꼭 관심을 가져야 하는 대상이라는 소리다.

세무서를 찾은 대다수의 납세자들은 세법을 '어려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세법은 '먼 나라 얘기 같다'며 용어 자체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분식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납세자는 "신고를 하려면 생소한 세법용어부터 알아야 하는데 잘 모르겠다"며 "일단 세무서로 오면 공무원들이 세금신고방법과 신고서 작성요령을 안내 해주니 찾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납세자는 "홈텍스에서 신고를 하기 위해 첫 클릭을 하는 순간부터 세법용어가 나오던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며 "신고서에 나온 세법용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쏟아 냈다.

이어 "신고서가 세법용어에 맞게 작성되면 좋겠지만 전문적인 세법 용어들로 구성된 신고서가 아닌 쉽게 풀어진 신고서로 작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성격 탓…"내가 해야 믿음이 간다"

신고창구를 찾은 납세자 중에는 사소한 것도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답한 이도 있었다.

한 납세자는 "어떤 일을 남에게 맡기는 성격도 아닌데 컴퓨터에 맡긴다고? 내가 하는 게 속 편하다"며 "인터넷으로 한 신고는 제대로 제출 됐는지 믿을 수 없고 직접 신고서함에 넣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말했다.

이어 "공과금 등의 각종 세금 납부도 자동이체를 해놓지 않는다"며 "나도 모르게 은행에서 돈이 빠져 나갈 수 있다. 아직 인터넷으로 하는 전자신고는 믿지 못하겠다"고 전했다.

□ '난 세금 내러 온 손님'…"손님은 왕이니 대접받아야"

 납세자 중에는 자신을 세금 내러 온 손님이라며 손님은 왕이지 않느냐는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을 펼친 이도 있었다.

한 여성 납세자는 "식당을 찾은 손님은 왕이다. 식당 주인이 손님에게 어떻게 하는지 알지 않느냐"며 "세무서에 세금 납부하러 온 납세자도 엄연한 손님이니 완벽한 친절 서비스는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무서 오면 공무원들이 옆에서 친절하게 다 알아서 해주는데 굳이 내가 스스로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덧붙였다.


□ '자식사랑'…"내 아들은 바쁘다"

바쁜 자식들을 대신해 한 움큼의 서류를 들고 온 고령의 납세자도 있었다. 

자식들을 대신 해 신고 하러 왔다는 한 납세자는 "자식들이 바빠서 한가한 내가 와서 해주고 있다"며 "자식들은 자기개발이나 본인 일에 좀 더 집중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부모 입장에서 더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대한민국 사회는 경로사상이 존재한다"며 "노인들이 세무서를 방문하면 특히 좀 더 잘해주기 때문에 자식들이 간다고 하더라도 말리게 된다. 부모들이 오는 것이 더 낫다"고 전했다.

□ "이제 컴맹 탈출…핸드폰도 카톡만 가능"

노인층에 속하는 납세자들은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를 잘 다루지 못해 전자신고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60대 후반으로 본인 건물에서 월세를 받고 있다고 밝힌 한 납세자는 "인터넷을 접한 세대가 아니다. 컴퓨터는 겨우 인터넷만 하는 수준이고 핸드폰도 카톡으로 대화만 가능한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신고까지 하는 건 무리다. 세무서를 찾으면 공무원들이 다 알아서 처리해주니 직접 왔다"고 말했다.   


□ 골치 아픈 건 딱 질색…"쉬운 길로 가자"

집으로 날라 온 신고서를 펼쳐보자마자 세무서로 바로 달려온 납세자도 있었다. 그가 대답한 이유는 '귀찮다'였다. 

그는 "귀찮은 건 딱 질색이다. 세무서에 필요한 서류만 들고 오면 공무원들이 옆에서 지켜보면서 다 처리해주기 때문에 혼자 신고를 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작년 신고 때도 세무서로 왔는데 신고서 작성을 못하고 있으니 공무원이 와서 작성을 대신 해줬다. 물론 이번에도 대신 작성해 줬다"고 덧붙였다. 

 □ 내 신고가 잘 됐을까?…"확인 받고 싶다"

부가세 신고를 스스로 진행할 수 있지만 확인 받고 싶은 심정에서 세무서를 찾았다는 납세자도 있었다. 

작은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30대 남성은 "홈텍스에서 혼자 신고를 해 봤지만 내가 한 신고가 잘 된 건지 확인 받고 싶었다"며 "세무서에 오면 검증이 가능하고 모르는 것은 바로 물어볼 수 있으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이어 "주위에 신고를 잘못해 가산세를 고지 받은 지인을 봤는데 세무서는 이왕 온 김에 신고에서부터 확인까지 받고 갈 수 있으니 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선 일선 세무서들의 불필요한 과잉 친절이 '뻔뻔한 납세자'를 만든다는 지적도 있었다.

중년의 한 납세자는 "일부 사람은 세무서에서 자기 뜻대로 안 되면 큰 소리부터 내는데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 같다"며 "방치하면 저렇게 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해 따라 하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적인 과잉친절은 생각지 못한 부작용을 양산한다"며 "받아주다 보면 이런 상황은 끝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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