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391조…지출규모 올해 예산比 3.0%↑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나라 빚 증가세 지속
"일시적 재정건전성 악화 불가피…점차 회복 전망"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 예산대비 11조3000억원(3.0%) 늘린 386조원 규모로 편성키로 했다.
청년 일자리, 중소기업 역량 강화, 취약계층 지원 등을 중점으로 재정을 투입하면서 내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복안이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나라 빚이 늘어나는 등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실 재정건전성 악화는 기우에 그치질 않는다.
재정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적자액이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국민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사상 처음으로 40%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욱이 수출부진이 지속되고 청년실업률이 9% 넘는 상황에서 중국 리스크 및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내수 개선세가 확대될지도 미지수다.
□ "경제 살리는 과정…당분간 국가채무 증가" = 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6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국세와 세외수입, 기금 등을 포함한 총수입은 올해 대비 9조1000억원(2.4%) 증가한 391조5000억원, 총지출은 올해 대비 11조3000억원(3.0%) 늘린 386조7000억원으로 잡았다. 수입 증가율보다 지출을 높여 경기활성화와 구조개혁을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후폭풍도 존재한다. 정부가 전망한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규모는 37조원으로, 올해 33조4000억원 수준보다 3조600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GDP 대비 재정수지 비율도 –2.1%에서 –2.3%로 증가한다.
특히 국가채무도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38.5%(595조1000억원)에서 내년 40.1%(645조2000억원)로 증가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동안 누적된 세수결손, 올해 추가경정예산편성, 부동산 거래 증가에 따른 주택채 발행 확대 등에 영향 탓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경제를 살리는 과정으로 당분간 국가채무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가채무는 2017년 692조9000억원, 2018년 731조7000억원, 2019년 761조원 등 매년 증가세로 관측되고 있다.
정부는 다만, 재정개혁으로 재정수지는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개선되고, 국가채무도 GDP 대비 40% 초반 수준에서 관리하면 재정건전성이 우리 경제에 발목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강도 높은 재정개혁, 재정지출 증가율 조정 등 건전화 노력을 강화하겠다"며 "구조개혁 성과 가시화로 '경제성장→세입기반 확충→재정건전성 제고'의 선순환 구조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 내년 나라살림, '일자리'에 초점 = 내년 예산은 크게 '일자리 예산'으로 불린다. 청년실업률이 9%를 넘고, 청년 취업애로계층이 100만명을 상회하는 등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 정부는 내년 일자리 관련 예산을 증액 규모를 가장 높게 설정하면서,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우선 보건·복지·노동 분야에 재원이 가장 많이 쓰인다. 정부는 올해 예산 115조7000억원 대비 6.2%(7조2000억원)을 늘린 122조9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일자리 관련 예산은 올해 14조원에서 12.8%(1조2000억원)나 증가한 15조8000억원 규모로 책정했다. 기업수요 맞춤형 후년, 중견기업 인턴제, 실업급여 확대 등에 재정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이틀 통해 청년 일자리수는 올해 4만8000개에서 내년 6만4000개로 확대되고, 실업급여 지급율은 평균임금 60%(올해 50%), 지급기간은 120~270일(90~240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복지관련 예산에 이어 문화관련 예산이 7.5%의 높은 증액규모를 보였다. 올해 문화·체육·관광예산은 6조1000원이었으나, 내년에는 7.5%(5000억원) 늘어난 6조6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정부는 문화창조융합벨트를 본격적으로 가동, 기획 단계부터 구현에 이르기까지 자생적 창작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의료기관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한류 융·복합 프로젝트(신규 25억원) 등 한류의 해외 확산을 촉진하는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지역순회 공연(180→350억원), 문화가 있는 날(90→150억원) 등 생활 주변에서 문화·예술 향유기회도 적극 확대하기로 했다.
국방비는 총지출 증가율(3.0%)보다 높은 4.0%로 증액된다. 북한 위협에 대비한 핵심방위력을 적극 보강한다는 차원에서다. 내년 국방 예산은 올해(37조5000억원)대비 1조5000억원 늘린 39조원으로 책정했다. 북한의 DMZ 도발에 대비한 접적 지역 전력을 강화하고, 병 봉급을 인상(15%)하는 등에 쓰일 전망이다.
반면,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는 올해 예산대비 2.0% 감소한 16조1000억원으로 책정됐으며, SOC(사회기반시설) 관련 예산은 이미 추경을 통해 올해 집행이 본격화 궤도에 오른 만큼, 올해보다 6.0% 깎인 23조3000억원으로 규모로 책정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예산안은 재정건전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한 재정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편성했다"며 "청년희망, 경제혁신, 문화융성, 민생안정에 중점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경제성장 전망은 '보수적' =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더라도 글로벌 수요 회복 지연, 자동차·조선 등 주력 제조업 경쟁력 약화, 미 금리인상 여파 등 위험요인도 상존하고 있오 경제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기 애매한 측면이 크다.
정부가 실질성장률을 당초 전망치보다 낮춘 것도 이 같은 대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해서다. 정부는 내년 실질성장률을 당초(올해 6월) 전망치인 3.5%에서 3.3%로 낮춰 잡았다. 경기회복 속도를 감안해 세수결손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성장률을 보수적으로 전망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환율상승 여건 등을 반영해 종합물가 지표 GDP디플레이터 증가율을 0.9%(0.7%)로 올려 잡음에 따라, 경상성장률은 4.2%로 기존의 전망치와 같다.
대내외 불확실성은 존재하나, 내년 이후 세계경제 회복세, 세계교역량 개선 등으로 수출 회복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과 투자 등의 증가세를 비롯해 메르스 영향으로 감소했던 소비·서비스업도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수출이 여전히 부진하면서 경기회복세에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정부는 4대 부문 구조개혁 등 경제혁신 3개년 성과 가시화 등이 경제 성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OECD는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을 3.6%로 전망한바 있다. OECD는 경제전망 보고서(OECD Economic Outlook)"를 통해 "(한국이)내년에는 세계무역 증가세, 주요국과의 FTA 효과, 저유가·실질임금 상승에 따른 소비 증대로 3.6% 성장세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2016년 예산안과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11일(금)까지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