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가 대비 주세 비율, 국산맥주 48.34% vs 수입맥주 14.4%
국산맥주는 주류유통 규제에 '발목' 수입맥주는 연중 할인 이벤트
특혜성 세금부과 체계로 우대를 받은 수입맥주들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국내 시장을 급속하게 잠식하고 있다.
국세청의 주세 징수 통계에 의하면 수입맥주는 지난 2005년 1934만ℓ의 판매로 시장점유율 1.05%에 불과했으나 4년 뒤인 2009년에는 4149만ℓ로 늘어나며 점유율을 2.10%로 끌어 올렸다. 4년 사이 점유율이 2배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 후 4년 뒤인 2013년에는 9521만ℓ로 점유율을 4.41%로 끌어 올리며 또 다시 2배 이상 성장했다. 수입 맥주의 판매량이 4년 마다 2배 이상씩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3년간은 그 폭을 키우며 연평균 23.2% 성장했고 올해(1월~7월)도 23.7%나 증가했다.
최근에는 젊은층이 주로 찾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의 수입맥주 판매비율 증가추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어 시장점유율 10% 돌파는 물론 그 이상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홈플러스 경우 2009년 수입맥주의 점유율이 12.1%였으나 2013년에는 30.4%로 늘더니 올해 1∼5월에는 40.2%를 기록했다. 이마트도 2013년 32.2%였던 점유율이 올해는 38.2%까지 급등했다.
롯데마트에서의 판매량 증가도 눈에 띈다. 전년 대비 2011년 34.4%, 2012년 14%, 2013년 33.9%, 2014년 23.8%씩 늘었으며 올해 1∼6월에도 9.7% 증가했다.
편의점 판매도 대형 마트들과 다를 바 없다. CU의 경우 수입맥주 판매 비중이 2011년 15.9%에 불과했지만 올해 1월~5월에는 37.7%로 불어났고 GS25와 세븐일레븐도 2012년 20% 정도였으나 현재는 30%대로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수입맥주들이 이토록 폭발적인 성장을 보인 이면에는 ‘맛’보다는 과세 차별에 따른 세금특혜가 더욱 큰 역할을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일 판매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
◆…사진:법무법인 세종
실제로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에 부과되는 주세의 비율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평균 판매가격 2470원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자. 수입맥주는 과세 표준 320원(평균과세가격), 관세 60원(평균관세율 18.75%), 주세 273원, 교육세 82원 등 세금 합계 355.68원으로 주세비율은 14.37%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국산 맥주는 과세 가격(원가+판매비+이윤)은 1276원이 되며 주세 919원, 교육세 275원으로 세금만 1194원이 된다. 판매가에서 주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48.34%에 이른다.
동일한 가격에 팔더라도 불합리한 세금부과 체계로 인해 국산 맥주는 수입맥주보다 3.4배의 세금을 더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즉 맥주 한 캔을 동일한 가격인 2470원에 판매한다고 했을 때 국산제조사들은 수입업자들에 비해 세금 838.32원을 더 내게 된다.
이밖에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해 엄격하게 규정된 주류유통 규제도 국산맥주의 발목은 잡고 수입맥주는 시장을 맘껏 활보토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위임고시에 따르면 국내 주류제조업자는 제조→도매→소매→소비자의 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함으로써 제조자의 소매점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맥주의 경우는 수입업자가 소매상은 물론 심지어 소비자에게도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 결과 유통단계 축소로 높아진 마진을 할인판매에 쏟아 부을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 주고 있다.
더군다나 수입맥주의 경우 수입 통관가격에 세금을 부과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판매가격을 임의로 높게 올려 책정한 다음 파격적인 할인판매 이벤트를 벌여 값싸게 파는 것처럼 위장해 충동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이 같은 편법적인 마케팅에 대해 제재를 하는 기관은 어느 곳도 없어 주류시장의 유통질서마저 어지럽히고 있다.
◆…자료:관세청
맥주 수입업자들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수입단가와 세금부과 체계를 등에 업고 무제한적인 할인행사로 맥주시장의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이래 수입맥주 판매비중이 급격히 상승한 대형마트나 편의점들은 거의 1년 내내 상시 할인행사에 할인폭도 30%는 기본이고 38%를 넘어 45%에 이르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제도적 역차별에 설자리를 잃고 있는 국산 주류업체들의 움직임 또한 처절하다. 일부 업체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국내서 제조한 주류는 해외에 수출하고 국내 소비용은 해외에서 수입하는 방법까지 쓰고 있는 지경이다.
주류업계 소식통은 “중국에서 C맥주를 수입하는 A씨의 경우 최근 2년 동안 일반인들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같은 성공스토리가 알려지자 인기 높은 브랜드의 외국산 맥주를 수입하기 위한 과당경쟁마저 벌어지는 실정”이라고 귀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