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 감찰에 대한 의견은 나
이가 든 직원인지 아닌지에서 갈린다. 나이 든 직원들은 감찰
부서 직원들도 조직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 기분이 나쁘더라도
참자고 하는 반면 젊은 직원들은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바로
항의하면서 국세청 내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얼마 전,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 갑론을박을 촉발시킨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1일 남양주세무서 소속 직원이 밤 늦게 자신의 차량을 타고 가던 중 감찰 직원들에게 붙들리면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감찰 직원들은 다짜고짜 차량 문을 열라고 요구했고 이 직원이 거부하자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경찰까지 출동했다.
지역신문에까지 대문짝 만하게 보도가 된 이 사건이 대체 누구의 잘못때문에 이리 소란을 야기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었다.
혹자는 국세청 내부의 일에 경찰까지 출동하게 만든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세무서 직원을 탓하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이들은 감찰 직원들의 고압적 감찰 행태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 등 양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두 가지 의견 중 어느 의견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조직의 일이니만큼 참고 협조를 했어야 한다는 의견과 감찰 직원들의 고압적인 태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견은 생각 차이인 만큼 쉽사리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국세청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부분은 분명했다.
'감찰 방식' 자체가 과거의 폐습 속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었다.
군사정권 시절을 오랫동안 겪으면서 형성된 철저한 위계질서에 기반한 권위적 조직문화는 시대가 흐르면서 사실상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독 '상명하복' 조직문화가 강했던 국세청도 내부에서 '변해도 너무 변했다'는 한숨이 나올 정도로 몰라보게 유연해졌다는 것이 정설.
즉 '조직의 일이기 때문에 참아야 한다'는, 논리는 국세청의 하부조직을 대부분 장악해버린 젊은 국세공무원들에게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관장들이 젊은 직원들 통제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십 여년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 국세청 내부에서 현실이 된 지 오래다.
이는 감찰 부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비리와 관련한 제보를 받은 경우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 감찰 입장에서는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강압적이고 고압적이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임환수 국세청장은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감찰담당관을 '청렴세정담당관'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감찰이란 명칭 자체가 조직원들에게 주는 강압적이고 고압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직원들은 여전히 감찰은 감찰일 뿐, 과거와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명예퇴직을 앞둔 세무서장들에게 '전별금'을 받지 말라는 전화를 돌려 가뜩이나 퇴직을 앞두고 착잡한 세무서장들에게 불쾌감을 준 것도 현장의 분위기는 감안하지 않은 채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감찰행정의 전형이라는 평가다.
불과 2~3년 전 '실적'에 눈이 멀어, 지인들과 한 식사비가 3만원이 넘었다는 것을 꼬투리 잡아 감찰한 전직 감찰담당관실 출신 직원의 '유명세'는 여전히 국세청 내부에 회자되고 있다.
또한 자신이 감찰담당관실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부하 직원들을 강압적으로 지휘하는 지방국세청 소속 중간간부에 대한 '원성'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는 '감찰담당관'이 '청렴세정담당관'으로 개칭됐을 뿐 감찰의 방식과 감찰에 대한 조직원들의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랫동안 쌓여온 '감찰 트라우마'가 감찰의 변화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국세청의 한 직원은 "임 국세청장이 감찰 부서의 명칭을 변경한데는 다 이유가 있는데 아직도 옛날 방식대로 하고 있다"며 "이제 감찰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오새 젊은 직원들은 우리 때와는 다르다. 술 한잔 권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이야기 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세청 직원은 "요즘 직원들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부당하다고 느끼면 절대 참지 않는다"며 "감사를 받을 때도 그 자리에서 항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전처럼 참으라고 강요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