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초반이라…" = 국세청이 지난 23일 개통한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이 초반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느려진 일처리로 인해 일선 세무서에 길게 늘어선 민원인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터뜨리고 있는 상황. 국세청은 아직 시스템이 불안정하고 직원들의 숙달 상태가 좋지 않아 이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당분간 다수 민원인들이 불편을 감수해야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국세청은 지난 23일 지난 20년간 사용해 온 전산시스템을 전면 개편한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TIS)을 선보였다.
납세자들이 전자신고, 세무관련 정보조회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홈택스'와 국세청 직원용 '세정업무 포털'로 구성된 차세대 시스템은 납세자의 성실납세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직원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탄생됐다.
하지만 이 같은 취지가 무색하게도, 개통 초반 차세대 홈택스와 직원용 세정업무 포털 모두 삐걱 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차세대 홈택스는 과도하게 많은 사전 설치프로그램으로 인해 벌써부터 '액티브X 종합판'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설 연휴가 끝나고 차세대 홈택스에 접속하려던 이용자들은 느려진 서비스와 로그인 문제 등으로 분통을 터뜨렸다.
개통 이틀째인 지난 24일 일선 세무서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특히, 즉각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민원봉사실에서 문제가 무더기로 터져나왔다.
스스로 시스템 안정화 문제로 인해 민원이 지연될 수 있음을 알린 일선 세무서에는 실제로 수십명의 민원인들이 시계만 쳐다보고 있다. 앉을 자리가 부족해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민원인들도 허다하다.
한 일선 과장은 "시스템 도입 첫날 2시간30분을 기다린 민원인도 있었으며, 곳곳에서 민원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공무원을 싸잡아 비난하는 소리까지 들렸다"고 전했다.
민원봉사실 직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차세대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 충분히 운용방법을 숙달했던 직원들은 시스템 안정화라는 '복병' 앞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들 앞에 수많은 민원인들이 대기하고 있는데 프로그램이 아예 정지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설 연휴까지 반납하는 등 시스템의 정상화에 공을 들이던 국세청의 노력이 무색하게된 것이다.
◆…일선 민원실에 붙여진 안내문. 차세대 시스템으로 인해 일처리가 지연될 수 있음을 알리며 민원인들의 양해를 구하고 있다.
다수의 일선 관계자들은 민원실 일처리가 늦어지는 이유로 차세대 시스템 자체가 느리다는 점을 꼽았다.
직원들은 이미 차세대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충분한 연습과정을 거쳐 문제가 없으나, 시스템이 안정화가 덜 된 상태로 구동되다 보니 처리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한 일선 과장은 "차차 나아지겠지만 당분간(시스템이 안정화 될 때까지)은 이 같은 현상이 계속 될 것으로 본다"며 "종합소득세 전자신고 때까지는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될 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자칫 시스템 안정화 작업이 더뎌진다면 일선이 가장 바쁜 5월 종합소득세 신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국세청에서 차세대 시스템을 총괄하는 부서는 아직 시스템 개통 초기라 불안정한 면이 있고 일선 직원들의 숙달 상태가 미흡하기 때문에 업무처리 속도가 늦어 질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앉을 자리가 없어요" =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이 구축된 지 이틀째인 지난 24일 한 일선 세무서 민원봉사실 풍경.
종이문서를 없애고 모든 문서를 전자문서로 보관하자는 것이 차세대 시스템의 취지인데, 민원실 내부에 스캐너가 2~3대 밖에 없어 스캐너 앞에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웃지 못 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캐너가 자리마다 구비돼 있다는 일선 세무서는 그마나 상황이 낫지만 일일이 문서를 스캔 받아 보관해야 하는 고충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민원실에서는 퇴근시간 후 따로 민원서류를 스캔하는 진풍경까지 펼쳐지고 있다.
한 일선 과장은 "시스템 개편으로 인해 종이문서들을 전자화하려고 전부 스캔을 하고 있다"며 "민원실 직원 1인당 한대씩 스캐너가 있기는 하지만 성능이 좋지 않고, 민원처리 할 때마다 일일이 스캔을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퇴근 후에 한꺼번에 몰아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시스템이 개선된 것은 좋지만 스캔을 하느라 민원인 대기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예산을 들여 스캐너를 좋은 것으로 바꿔주면 업무가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원실을 제외한 타과는 아직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타과들은 아직 기존의 시스템을 통해 일을 처리하고 있으며, 화면 하나에 각종 기능을 모아 놓아 시스템에 적응만 되면 편리할 것 같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