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떨렸던 설 연휴…매일 출근한 국세청장, 왜?

추석과 함께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 친척들을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직장인들에게는 짧게는 3일, 길게는 5일 이어지는 '황금연휴'라는 의미가 더 크다.

설 연휴가 지나면 이제 여름 휴가만을 바라봐야 하는(?) 직장인들은 길고도 행복한 이 황금연휴를 놓치고 싶지 않을테지만 이런 바람이 무색하게도 설 연휴 내내 긴장 속에서 보낸 사람들이 있다.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TIS) 개통을 준비했던 국세청 직원들이다.

1990년대 중반 구축,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국세행정시스템은 20년이 다 되어가면서 노후화되고 더 고차원적이 된 납세자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웠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 사회는 너무나 많이 변했다. 지금은 흔하게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20년 전에는 그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혁신적인 기술로 우리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지만 486컴퓨터를 쓰던 시대에 만들어진 국세행정시스템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업무처리를 하는 국세청 직원들은 물론 납세자들도 여러 불편함을 느꼈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 2011년부터 2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 구축 사업에 들어갔고 23일 새로운 시스템을 개통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눈 앞에 두고 있지만 국세청 직원들은 그 감동을 느낄 새도 없었다.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오류와 접속 지연, 서비스 일시중단 등 납세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을까 등 여러 걱정에 국세청 직원들은 연휴 내내 한 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시스템 점검을 했다는 후문이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연휴 첫날인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서울 합정동 차세대시스템추진단 사무실을 매일 방문해 시스템 개통 초기 발생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점검에 들어갔다.

시스템 개통을 위해 설 연휴를 반납하고 불철주야 일하고 있는 추진단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만반의 준비를 하더라도 어디서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일.

특히 연말정산으로 불만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납세자들이 시스템 오류로 불편함을 겪는다면 불만을 넘어선 분노의 화살이 어디로 향할지는 뻔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직원 몇 명이 테스트하고 끝내는 것보다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시스템을 사용해보고 오류를 점검하는 것이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에 2만명의 국세청 전 직원들은 설 연휴 마지막날인 22일 출근해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을 테스트하는 등 막바지 점검에 들어갔다.

그동안 납세자들이 사용하던 홈택스, 현금영수증, 전자세금계산서, 연말정산간소화, 근로장려세제, 공익법인공시, 국세법령정보, 고객만족센터 등 8개 사이트가 23일부터는 홈택스(www.hometax.go.kr)에서 통합·운영되기 때문에 일선 세무서에서의 테스트는 필수였다.

이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임 국세청장은 22일 북대전세무서에 방문해 시스템 접속 및 문제점 등에 대한 상황을 보고 받고 설 연휴 마지막 날 출근한 직원들을 격려했다.

임 국세청장은 차세대 시스템 개통 준비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지만 곧 다가오는 연말정산 환급과 분납 등에 혼란이 없도록 연휴 마지막날, 연말정산 국세청 상황실도 방문해 비상근무 중인 직원들을 격려하고 후속 업무 진행상황을 보고 받기도 했다.

임 국세청장은 "연말정산 신고가 종료되어도 분납·세액공제 개정 등의 제도개선과 아울러 종합소득세 신고 시에도 연말정산 관련 후속 신고가 이어질 수 있으므로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