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국세청 49년 역사의 산증인, '국세청사'의 역사

1966년 개청한 뒤 49년 동안 8번 청사를 이전해 왔지만 서울을 떠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던 국세청이 오는 22일 서울을 떠나 세종시에서 첫 발을 내딛는다.

1966년 서울 서대문구에 소재한 작은 6층 건물에서 국세행정의 첫 역사를 썼던 국세청은 서울 관훈동과 광화문, 태평로, 양평동, 수송동 등 서울 곳곳을 누비며 49년 동안 역사를 써왔다.

국세청과 동고동락을 함께했던 국세청사들의 모습은 어땠을지 옛 국세청사의 모습을 되짚어봤다.

개청 당시 임시로 사용했던 건물.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6년 1월 국세청 신설을 발표한 지 두 달만에 개청, 새로 청사를 짓거나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에 재무부(現 기획재정부)는 국세청이 처음으로 자리잡게 될 건물을 물색한 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2가에 있는 '노라노' 양재학원 건물을 국세청의 임시 청사로 사용할 것을 결정했다.

이 건물은 700평 규모의 6층 건물로 임대방식으로 사용했으며 국세청 직원 200명을 수용했다.

국세청은 1966년 3월3일 서대문청사에서 개청식을 갖고 곧바로 업무를 개시했다.  

□ 관훈동 청사(1967년 1월~1970년 11월)

서대문청사에서 첫 발을 내딛은 국세청은 1967년 해가 바뀌자마자 관훈동 청사로 이전했다.

관훈동 청사는 안국동 사거리 동국여대 건물이었으며 서대문구 청사보다 1개층 낮은 5층이었다.

당시 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한 곳에 정부부처를 모아두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국세청도 정부의 기조에 따라 관훈동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국세청이 관훈동으로 자리를 옮겼던 1967년에는 현재의 정부서울청사 건물이 착공되기 시작해 1970년 완공됐다.

한편 국세청이 광화문 청사로 옮긴 후 건물을 병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공사를 하던 중 5층에서 길이 5m, 두께 15cm의 콘크리트 슬라브가 떨어져 초대 상공부 광무국장인 유복렬 씨가 현장에서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는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

□ 광화문 청사(1970년 12월~1975년 11월)

지금의 정부서울청사 건물이다. 당시 정부서울청사 건물은 4719평의 대지에 지하 3층 지상 19층으로 우리나라 최대건물이었는데 이곳에는 내무부와 법무부, 문교부, 농림부 등 중앙부처들이 대거 입주했다.

당시 국세청은 3층을 사용했으며 상공부는 4층과 5층, 법무부는 6층, 내무부는 14층을 사용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국세청은 공간이 협소해 직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국세청은 1975년 7층과 8층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 태평로 청사(1975년 12월~1976년 12월)

국세청이 정부서울청사 내에서 층을 옮겨 생활하기는 했지만 이것도 공간 협소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았다.

이에 국세청은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독청사를 물색 중에 있었다.

1975년 8월 태평로에 있던 국회가 지금의 자리인 여의도로 이사를 가게 되자 국세청은 국유재산인 국회제 3·4별관을 국세청사로 사용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내부수리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약 1년 정도 이 건물을 임시로 사용한 뒤 양평동 신축청사로 이전할 계획이었다.

□ 양평동 청사(1977년 1월~1983년 7월)

현재 국세청 전산센터가 있는 양평동 청사는 국세청이 1977년부터 1983년까지 머물렀던 곳이다.

국세청은 지리적으로 다소 불편한 한강세무서와 영등포세무서가 있던 자리에 입주해 당시 직원들의 불만이 컸다고 전해진다. 통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국세청은 5대의 버스를 동원해 통근버스로 사용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6년이 지난 1983년에는 오히려 이곳을 떠나기 싫어하는 직원들이 많이 생겼다.

이유는 청사이전 후 재무부와 건물을 함께 쓸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한편 국세청이 빠져나간 양평동 청사에는 서울지방국세청이 들어왔다.

□ 수송동 구청사(1983년 8월~1999년 9월)

국세청사 중 가장 오랫동안 사용했던 수송동 구청사. 이 건물의 위치는 현재 국세청과 서울국세청이 자리잡고 있는 곳으로 지금의 건물이 있기 전에 있던 청사다.

당시 건물은 10층 높이로 '합동빌딩'이란 명칭을 갖고 있었다.

이 때는 국세청과 더불어 재무부 세제국과 국세심판소 등도 함께 건물을 사용했다. 재무부가 청사 공간 부족에 시달리며 더 이상 직원들을 한 곳에 수용하기 어렵게 되자 궁여지책으로 세제국을 외부로 떼어놓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국세청 직원들은 세제국 눈치를 봐야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었다고 전해진다.

수송동 구청사는 국세청이 16년간이나 잘 사용했지만 건물 노후와 배관시설물이 뒤틀리는 등 안전상 중대한 문제점이 발견돼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건물을 다시 지었다.

종각역의 상징인 종로타워는 옛 화신백화점이 있던 자리에 세워졌다. 화신백화점은 1931년 2층 목조건물로 지어졌다가 1932년 3층 콘크리트 건물로 재건축 됐다.

이후 1935년 화재로 전소되면서 건물이 다시 지어졌지만 1970년부터 저조한 영업실적에 시달리다 1987년 폐업과 함께 건물이 철거됐다. 

삼성건설은 1995년 옛 화신백화점이 있던 자리에 지하 2층, 지상 33층의 현 건물 착공에 들어갔다.

종로타워의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상층부의 건물 중앙이 뻥 뚫려있는 것인데 이것은 당시 청와대의 요청에 의해 이렇게 지어졌다고 한다.

당시에는 공군 작전 등의 이유로 고도제한이 있었는데 삼성건설은 청와대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군 작전용 공중통로를 만든 것이다.

이 건물은 완공되자마자 국세청이 입주하게 됐는데 그 사연이 특이하다.

고층에다가 외관이 전부 유리인 종로타워에 국세청이 입주했다가는 '호화청사'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이 불보듯 뻔했고 국세청은 난색을 표했지만 건물주였던 삼성이 통사정을 하며 임대료를 대폭 깎아 입주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특히 화신백화점이 있던 자리는 불이 나 백화점이 전소할 정도로 기가 센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그 기를 눌러줄 만한 기관이 국세청이기 때문에 국세청이 입주해 기운을 눌러줘야 한단 얘기도 있었다.

일부 풍수지리 전문가는 돈을 만지는 국세청이 입주했다가 이사가고 그 뒤에 삼성증권 등이 종로타워에 들어왔기 때문에 국세청의 '금전' 기운을 삼성에서 가져갔단 얘기도 한다.

국세청은 종로타워 건물 14개층을 임차해 월세 7억4000만원을 주고 사용했다.  

□ 수송동 신청사(2002년 10월~2014년 12월)

2002년 10월 지어진 현재의 수송동 국세청사는 외벽이 화강암으로 지어져 당시 호화청사 논란에 휩싸였다고 한다.

특히 그 시절에는 주변에 고층 건물이 없어 국세청사 건물이 단연 돋보였다고 하는데 이에 국세청에서는 신청사 건물에 대한 언론보도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했단 후문이다.

수송동 신청사는 직원들의 요구를 적극 받아들여 지어졌는데 가장 큰 요구가 '창문'이었다고 전해진다.

종로타워에 있던 당시, 외관이 전면 유리로 돼 있는 등 멋은 있었지만 내부에서 생활하는 직원들은 추위와 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은 물론 창문이 열리지가 않아 환기가 제대로 안돼 고생했다고 한다.

더구나 내부에는 항상 카페트가 깔려 있었는데 그 때문에 먼지가 많이 날려 직원들이 늘 기침과 감기에 시달렸다는 후문이다. 이에 국세청 직원들은 신청사에는 카페트는 절대 깔지 않으며 외관은 전면 유리로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창문은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해 직원들의 요구대로 현 청사가 지어졌다고 한다.  

□ 세종시 나성동 청사(2014년 12월~)

오는 22일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게 될 세종시 국세청사는 지하 2층, 지상 12층 건물이다. 외관은 1단계와 2단계 이전 대상 부처들처럼 전면 유리로 되어 있지 않아 직원들이 환영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종로타워'의 트라우마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장실과 차장실은 꼭대기층인 12층에 위치한다.

1층에는 카페 등 민원인 편의시설이 자리잡을 예정이다.

1966년 국세청이 개청할 당시만 해도 본청 직원이 200명이었지만 현재는 800명으로 4배 늘어났으며 청사는 '천지개벽'을 할 만큼 좋아졌지만 새집증후군 걱정과 수송동 청사보다 1인당 사용면적이 수송동 청사보다 더 좁아진 탓에 직원들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