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시도하는 족족 극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성역(聖域)'으로 남아있던 종교인 과세 문제를 둘러싼 대혈전 2라운드가 목전에 다가왔다.
지난 6일 정기국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가운데 지난해 통과는 커녕 논의도 제대로 하지 못한 종교인 과세문제가 세법개정안을 심의할 조세소위의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부가 세법개정안에 종교인 소득에 과세하겠다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포함시킨 후 종교계는 '벌집' 쑤신 듯 들끓었지만 정부는 '더 이상의 성역은 없다'는 각오로 과세안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정부의 의지 덕에 지난 1968년 첫 종교인 과세 도입 논의 이후 46년 동안 성역의 자리를 지켜왔던 종교계에 대한 특혜가 깨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종교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정치권은 법안 통과를 저지했고 해가 바뀌고 열렸던 임시국회에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파행과 6·4 지방선거 등으로 인해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지난 2월 열렸던 조세소위 회의. 당시 정부에서는 종교인 과세 수정안을 들고 조세소위에 왔지만 안홍철 KIC 사장 사퇴 문제 등으로 인해 기재위 의사일정 전체가 파행되면서 조세소위는 정부의 수정안에 대해 단 한번도 논의하지 못했다.
□ 종교인 과세, 무엇이 문제였나 = 기획재정부가 처음 종교인 과세안을 내놓았을 당시 종교계가 반발했던 이유는 종교인 소득을 '사례금'으로 보고 과세를 하겠다는 방침 때문이었다.
신성한 종교활동으로 발생한 소득을 사례금으로 분류해 자신들의 활동을 '폄하'한다는 것이 종교계의 주장이자 불만이었고 종교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치권은 종교계와의 합의를 거쳐 과세해야 한다며 방어전선을 구축했다.
국회의 방어태세에 기재부는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고 해가 바뀌고 처음 국회가 열리는 올해 2월 임시국회를 기약했다. 두 달 동안 기재부는 종교계와 꾸준하게 간담회를 가지며 원안보다 파격적인 두 가지 대안을 들고 국회에 나타났다.
당초 일률적으로 소득의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준다는 원안과 달리 정부가 들고 온 대안은 소득수준별로 공제율에 차등을 두는 내용이었다. 소득공제도 가능하도록 했으며 종교계가 요구했던 저소득 종교인에 대한 근로장려금(EITC) 적용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종교계의 가장 불만이었던 소득세 항목도 사례금 대신 '종교인 소득'이란 항목을 신설하는 등 공제율이 높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종교계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해주는 통 큰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국회는 기재부 의지를 품을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지난 2월 임시국회 때는 기재부가 종교인 과세 대안을 설명하기도 전에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의 야당 인사 비판 트위터 글이 문제로 떠오르며 4월 임시국회까지 파행됐다.
6월 임시국회 때는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 선거로 종교인 과세를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 되면서 정기국회까지 단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 '심기일전' 기재부, 국회는 과연? =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최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에서 종교인 과세를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히는 등 종교인 과세안 통과를 위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과세형평성 '확립', "종교인 과세 법제화 시키겠다"' 조세일보 11월5일字 기사 참조)
기재부는 과세 인프라 미비, 종교계 합의, 대안 마련 등 지난해 국회에서 지적한 사항을 모두 수정하고 보완한 만큼 더 이상 국회에서 반대할 명분과 논리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종교인 과세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 소속 의원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지난해처럼 통과불가를 전제로 강력하게 반대했던 상황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문제는 '변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조세소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찬성하는 등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지역구를 둔 일부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통과가 무산됐었다.
후반기 국회 조세소위 의원들 역시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의원은 적지만 지난해 강력하게 반대했던 모 의원이 조세소위에 다시 들어와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종교계에서도 불교와 천주교, 기독교 등 종교인 과세에 대해 온도차를 보이고 있지만 가장 심한 반대를 했던 기독교는 기재부가 수정안을 들고 나온 현재까지도 여전히 법안 통과에 미지근한 반응이다.
'정교분리 윤리회복을 위한 한국교회 시국대책위원회'의 박종언 목사는 "교계에서는 종교인 과세 법안 통과가 올해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자발적 납세 운동을 통해 목회자들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