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은 국가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제의 근본적인 생산성은 기술개발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도끼를 쓰는 나뭇꾼이 전기톱을 사용하는 나뭇꾼을 따라갈 수는 없는 노릇. 이 때문에 각국은 기술개발에서 타국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기업들의 연구개발에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의 지원을 합니다.
우리나라도 주로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을 통해 기업들에게 세금을 깎아줌으로써 연구개발의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이 부분에서 생길 수 있는 쟁점은 '연구개발'의 범위입니다. 어디까지를 '연구개발'로 볼 수 있냐는 논쟁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죠.
현행 조특법 시행령에서는 ▲일반적인 관리 및 지원활동 ▲시장조사와 판촉활동 및 일상적인 품질시험 ▲반복적인 정보수집 활동 ▲경영이나 사업의 효율성을 조사·분석하는 활동 ▲특허권의 신청·보호 등 법률 및 행정 업무 ▲광물 등 자원 매장량 확인, 위치확인 등을 조사·탐사하는 활동 ▲위탁받아 수행하는 연구활동을 연구개발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이 중 '일상적인 품질시험'이라는 부분을 두고 최근 조세심판원에서 낸 심판결정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과연 어디까지를 '일상적인' 품질시험으로 볼 것이냐는 것이죠. 품질시험 또한 연구개발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세심판원은 이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OEM 제품점검도 연구개발인가?" = A법인은 식품 첨가물인 드레싱류, 소스류 등 조미식품을 제조하는 업체입니다.
A법인은 제품개발을 위해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했고, 연구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조특법상 규정에 따라 연구개발전담부서에 근무하는 것으로 정부에 신고했습니다. 또한 이들에 대한 인건비 및 부대비용은 법에 따라 공제를 받았는데요.
하지만 과세관청은 이를 문제삼았습니다. A법인 연구소의 연구관리팀의 업무분장에 대한 지적을 하고 나선 것입니다.
과세관청은 A법인에 대한 세무조사 중 해당 연구관리팀의 업무에 'OEM 제품점검'이 포함되어있다며, 이를 연구개발비로 볼 수 없어 이 부분에 대한 비용을 세액공제에서 빼고 다시 계산해 법인세를 부과했습니다.
하지만 A법인은 'OEM 제품점검'도 연구개발비에 포함된다며 맞섰는데요. 과세관청의 처분을 받아들이지 못한 A법인은 결국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 "연구개발의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 = 결국 조세심판원에서 맞붙게 된 A법인과 처분청은 'OEM 제품점검'의 범위를 두고 다투게 되었습니다.
A법인은 "OEM 제품점검은 OEM 제품개발을 위해 주문업체와 함께 제품의 레시피 배합 등을 변경하고, 그 시제품을 점검하는 업무를 의미한다"며 "이는 연구개발에 해당되고 최종 완성 제품의 점검은 별도의 품질팀에서 수행하고 있으므로 연구관리팀은 연구개발과 관련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마디로 조특법 시행령상 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는 '일상적인 품질시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품질 점검이기는 하나 엄연히 연구개발의 범위에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의 입장은 확고했습니다. 과세관청은 "업무분장표상 연구관리팀 직원의 업무에 일상업무인 'OEM제품점검'이 포함되어 있다"며 "연구소장인 임원들이 OEM제품점검 업무 부서를 관리했고, 연구실적 관련 증빙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박했습니다.
또한 "연구개발과제 수행의 근거로 제시하는 기업부설연구소인정서 및 연구개발활동조사표는 조특법 상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에 준용할 수 없다"며 "해당되는 연구인력개발비는 세액공제에서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맞섰습니다.
□ 심판원 "연구개발비는 제품 중간시험까지 포함" = 심판원은 A법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A법인의 시제품 제품점검이 '연구개발비'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심판원은 그 근거로 '기술개발촉진법'(이하 기술법) 제2조를 들었습니다. 현재 기업들이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이 법의 기준을 따라야합니다.
현재 기술법에서는 '기술개발'에 대해 '산업기술의 연구 및 그 성과를 이용해 재료제품장치시스템 및 공정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활동을 말하며, 시범제작 및 공업화 중간시험의 과정까지를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심판원은 "기술개발은 시범제작 및 공업화 중간시험의 과정까지를 포함한다고 봐야 한다"며 "A법인 연구관리팀의 OEM제품 개발 및 점검업무를 이와 달리 볼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해당 연구인력개발비는 조특법 제10조에 따라 세액공제의 대상이 되는 연구․인력개발비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과세관청이 연구관리팀의 인건비 등 경비를 손금불산입해 법인세를 부과한 처분은 잘못됐다"고 못박았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4전22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