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 맥도 다 빠지고…겉만 핥은 국세청 국감

분리국감 무산 여파, 주목도 '뚝'…대형 이슈 부재    
세수결손 대응책, EITC 업무 가중 '인력난' 문제 제기

8일 열린 국세청 국정감사는 한 마디로 '김도 맥도 다 빠진' 국감이었다.

세수결손을 막기 위한 대응책 마련과 세무조사 강화에 대한 우려, 근로장려세제(EITC) 부정수급 문제 등 여러 문제들이 지적됐지만 확실한 임팩트를 주는 대형 이슈는 없었고 전반적으로 국감 분위기를 끌고가는 '동력'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당초 지난 8월 분리 국정감사의 첫 주자였던 국세청에 대한 국감이 무산되고 이날 열리게 되면서 이미 상당수 내용들이 언론에 모두 보도됐고, 지난해 서울국세청장으로 예행연습을 치른 바 있던 임환수 국세청장도 무난하게 의원들의 질의를 소화했다.

대형 이슈가 없다 보니, 의원들의 질의 내용도 제각각으로 나뉘면서 심도있는 질의와 답변보다는 '수박 겉핥기'식 감사가 이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

이날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를 냈던 것은 세수부족 우려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은 "7월 말 기준 세수진도율이 60%이하(58.2%)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9조~10조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할 것이라고 하지만 결손이 이보다 많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감사원이 지적한 사항들을 보면 국세청이 활용할 수 있는 내부자료조차 이용하지 않는다. 예술·스포츠 관련, 사업소득 혹은 기타소득으로 신고할 수 있는 부분이 잘못된 것에 대해 자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방국세청이 세무서에게, 본청이 갖고 있는 자료를 세무서에게 넘겨주지 않아서 세금을 못 걷는 일도 있다" 강조했다.

임 국세청장은 "지금 지적한 내용은 국세청이 보유한 과세자료임에도 불구하고 (과세로) 이행이 안된다는 지적으로 알고 있겠다"며 "이런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도 낮은 세수진도율을 우려하며 대응책 마련을 강하게 요구했다.

류 의원은 "지난해 세수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고 9조원에 가까운 세수결손이 있었다"며 "세수확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진도율이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다.

임 국세청장은 "세수를 확보하는 방안이 4가지가 있다. 납세자가 성실하게 신고하도록 신고세수를 극대화하거나 성실신고 담보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엄격히 하는 것"이라며 "현금체납자가 현금으로 정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고액소송에 국세청이 패소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EITC 부정수급 증가…국세청 '인력난' 우려 = 내년부터 근로장려금 수급 대상이 자영업자와 기초생활수급자로 확대되면서 국세청 인력난에 대한 문제도 불거졌다.

류성걸 의원은 "근로장려금 수급 대상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인력이 충분하냐"고 지적했고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 역시 "내년부터 자영업자가 수급 대상이 되는데 인원이 더 필요하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임 국세청장은 "800명 정도 (추가 인력을) 신청했지만 지금보다 최종적으로 360명 증원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을 충분히 확보를 했느냐, 안 했느냐를 떠나서 내년부터 정교하고 정확하게 집행돼야 한다"며 "업무프로세스를 개편해서 원만하게 집행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근로장려금의 문제는 부정수급인데, 현장에서 확인한 경우가 수급자 75만가구 중 34건에 불과했다"며 "인적자원이 너무 부족하다. 조직개편을 통해 감당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류 의원도 "부정수급 가구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며 "2012년 대비 2013년 부정수급 가구가 3배 증가했다. 근로장려금 대상가구 중 국세체납 가구가 3만5000가구"라고 문제 삼았다.

임 국세청장은 "이는 사후에 가구원의 금융소득과 부동산이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 고액소송 패소율↑ '질타'…"송무조직 개편" = 고액소송에 대한 국세청의 패소율이 높은 것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임 국세청장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국세청의 패소율이 높다. 임 국세청장이 서울지방청 조사4국장이었던 시절, 선박왕 A씨 사건 기억하냐"며 "당시 4000억원 가량을 징수한다고 했었다"고 밝혔다.

임 국세청장은 "(선박왕) 행정소송은 국세청의 입장이 많이 유지되어 가고 있고 조세포탈에 해당되느냐 여부는 1심에서는 이겼지만 아직 대법원 최종심의에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고액소송전담전문가를 둘 것을 제안하자 임 국세청장은 "전적으로 동감한다. 대부분의 대형소송이 서울국세청 소관이다"라며 "안행부와 협의해서 목표는 내년 1월1일자로, 송무조직편성의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패소건수와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세청이 패소한 원인에 대해 질의를 했더니 법령 해석에 관해 견해 차이가 있다는 식의 책임회피적인 답이 왔다"고 지적했다.

임 국세청장은 "패소한 소송의 상당 부분이 실질적으로는 소득이 발생했음에도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고액소송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있는 세금이나 잘 거둬라"…체납정리 실적 '난타' = 세수결손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이 체납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새누리당 박맹우 의원은 "체납에 따른 결손처분이 최근 5년간 연 평균 8조원이었다"며 "결손처분 내용을 보면 부가가치세의 경우 1조6000억원이 있다. 소비자가 구매과정에서 이미 납부한 세금인데, 이것이 결손처분되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

이어 "세금 잘 내는 입장에서 보면, 세금을 안 내도 된다고 인정이 되는 것이 분통터질 일"이라며 "체납을 줄이기 위해선 징수를 잘해야 하는데 그래서 지난해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위탁하고 있지만 실적이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임 국세청장은 "당시 징세권이 국가 공권력의 핵심인데 민간에 위탁하는 것이 맞느냐, 안 맞느냐라는 논란이 많다"며 "캠코에서 하는 것은 간접적인 것만 확인할 수 있고 체납범위도 법 규정이 엄격하게 있어서 그런 것(실적이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은 "국세 5억원 이상 체납한 고액체납을 보면 법인 10곳 중 1곳이 고가의 수입차를 보유하고 있었다"며 "5억원 이상 체납한 개인과 법인은 명단을 공개하는데 지난해 930개 법인이 공개됐다. 고액 외제차 압류를 못하는 것이냐,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냐. 국토교통부와 연계가 안되냐"라고 따졌다.

임 국세청장은 "자료 공유 중에 있다"며 "자동차와 관련한 자료는 국토부로부터 매년 수거해서 국세청 전산시스템과 연계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