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 외부감사제도가 중병에 걸렸습니다. 회계감사품질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회계사업계가 공멸할 지경입니다.
왜 그런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감사보수 덤핑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시즌만 되면 회계법인들이 너도나도 저가로 외부감사를 수임하겠다고 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제값을 줄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외부감사를 덤핑으로 수주하면 회계법인들이 외부감사에 공인회계사를 충분히 투입할 수 없게 되고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공공재인 외부감사의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니 외부감사가 주업인 공인회계사들이 외부감사업무로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非감사업무를 해야 먹고 사는 처지가 되고, 또 다시 외부감사품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외부감사 무용론'이 제기된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지껏 아무런 제도 개선 없이 가속화된다면 외부감사는 기업들이 마지못해 형식적으로 받는 절차에 불과하게 될 것이며 결국 자본주의의 파수꾼인 공인회계사들이 파수꾼은 커녕 '허수아비'가 될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회계법인들의 책임이 큽니다만 자정결의대회 등의 처절한 반성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전면적인 감사인 강제지정제로 가자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표준감사보수제정은 공정거래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자유수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왜 우리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 않은지, 감사보수가 우리보다 2~3배 높은지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것입니다. 동종업자 간 담합을 통한 폭리는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므로 공정거래법에서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덤핑은 어떤가요. 덤핑도 시장질서을 어지럽히는 요인입니다. 미국에서는 덤핑에 대해 패널티(반덤핑관세)를 부과하고 있지 않습니까.
외부감사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덤핑 규제가 시장을 어지럽히는 것일까요? 공정거래법에 위배되는 것일까요?
장사꾼들은 손해를 보고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본주의의 파수꾼인 공인회계사들이 외부감사용역을 헐값에 파는 덤핑을 하는 것은 장사꾼보다 수준이 낮다는 얘기가 아닐까요?
공정거래법을 핑계삼아 외감 덤핑을 외면하고 방치한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해 볼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