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위원회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외감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였다. 주요 골자는 외부감사인에 의한 기업의 재무제표 작성 및 이와 관련한 자문을 금지하는 것과 재무상태가 부실한 상장회사에 대해 외부감사인을 강제 지정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외감법 기준을 강화한 배경은 최근 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규모 회계부실 사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부실회계가 정보이용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보통 두 단계로 설명된다.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주체인 기업이 잘못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단계와 기업의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외부감사인이 충분한 감사절차를 수행하지 못해 부실회계 정보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수정하지 않은 상태로 기업의 재무제표를 공시하는 단계이다.
정부의 정책방향은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하여 위 두 단계 중 후자의 발생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외감법 개정 정책은 회계감사의 기능강화에 집중되어 있다. 이에 따라 회계투명성 제고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논의, 즉 재무제표 작성 주체인 기업의 책임과 의의에 대한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필자는 회계감사의 기능과 한계, 외부감사인의 역할에 대한 관련 규정들을 살펴봄으로써 건강한 회계시장 제고를 위한 의미를 살펴 보고자 한다.
회계감사는 감사대상 재무제표가 회사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 및 기타 재무정보를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표시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감사인이 독립적으로 의견을 표명함으로써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재무제표의 이용자가 회사에 관하여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 (주1)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의견은 회사의 재무상태 또는 경영성과의 양호 여부를 평가하거나 장래 전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즉,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의견은 합리적 확신개념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감사인은 감사과정에서 부정이나 오류에 의한 중요한 왜곡표시가 적발될 것임을 보장하지 않는다.(주2)
그러므로 재무제표의 이용자는 회계감사의 결과로서 표명되는 감사의견이 재무제표에 부정과 오류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절대적 확신을 제공하기 보다는 합리적인 수준의 확신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회계감사에는 부정이나 공모, 고위경영진이 연루된 부정 등 중요한 왜곡표시 발견에 대한 고유한계가 존재하며 감사인의 결론도출과 의견표명의 기초가 되는 대부분의 감사증거는 결정적 증거이기 보다는 설득적 증거이기 때문이다. (주3)(주4)
따라서 정보이용자는 감사인이 문서의 진위 여부를 밝혀내는 수사 전문가가 아니며, 수사에 필요한 법적 권한도 부여 받지 않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주5)
회계투명성 저하나 부실 혹은 분식회계의 책임을 회계법인에 전가하는 것은 회계정보 생산과정에 대한 오해에서 시작된 것이다. 일례로 '분식회계'에 관한 문제가 불거질 때면 회계법인이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처럼 인식되지만, 회계법인의 역할은 기업이 작성한 재무제표의 '워치 독(Watch Dog)'기능임을 인식하여야 한다.(주6)
명확한 사실은 회계감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회계부실을 견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계감사를 통해 기업의 회계부실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는 재무제표 작성금지나 외부감사인 지정제 확대와 같은 회계감사 강화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과 이해관계자, 감사인 등의 선순환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은 재무정보의 생산자로서 정확한 회계정보의 산출과 이를 통한 진실된 재무제표를 작성할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인식하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신뢰를 높여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는 재무제표의 작성책임과 회계감사의 기능 및 한계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하고 정보를 이용해야 한다. 또한 기업과 감사인이 각각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정확하고 가치 있는 회계정보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련 제도개선 및 이슈 등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함께 노력하여야 한다.
최근 금융감독원과 회계학회 등에서 회계선진화 포럼 등을 통해 재무제표 작성금지나 외부감사인 지정제 확대 등 관련제도의 개선방향을 논의하고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감사인은 독립적인 입장에서 기업과 정부,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감사인으로서의 역할을 올바르게 수행하여 회계감사의 사회적 기능을 제고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정책의 개선을 통해 회계감사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시급한 일이다. 그러나 회계투명성에 대한 감시장치로서 회계감사의 한계 또한 함께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책임주체인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는 사회환경 구축이 필요하며 더불어 이해관계자의 올바른 인식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건강한 회계시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과 감사인, 정부와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 모두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건강한 회계시장으로 안착하는 그 날이 조속히 오기를 고대해 본다. 배홍기 삼정회계법인 공인회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