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라는 말을 짊어지고 직장생활을 하기는 여간 쉬운 것이 아니다. 출산과 육아로 다니던 직장을 관둬야 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이며 관둔 직장을 다시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정부가 출산장려를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 무색하게도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벽은 여전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최은선 서울세관 관세행정관(사진)도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는 입장에서 경력단절 여성들의 취업이 어려운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젊은 사람들보다 일 배우는 속도 등은 좀 떨어질지 몰라도 끈기있게 일하는 면에 있어선 젊은 사람들이 따라오기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FTA 인력이 필요한 중소기업과 FTA 교육을 이수한 인재를 서로 연결시켜 주는 서울세관의 'FTA 인재 잡매칭(Job-Matching)' 자료를 검토해보니 특성화고교생을 고용한 중소기업은 많았지만 경력단절 여성을 고용한 기업의 거의 없었다.
최 행정관은 25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FTA 양성교육을 받았던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지금도 여전히 미취업 상태라는 것을 듣고 무척 안타까웠다"고 입을 열었다.
경력단절 여성에게 필요한 지원책을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제도를 찾은 끝에 FTA 교육을 이수한 경력단절 여성 20여명이 취업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 "아줌마의 아픔은 아줌마가 잘 알아요" = 최 행정관이 경력단절 여성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FTA 활용·지원 업무를 맡게되면서이다. FTA의 활용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대체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어떤 지원방법이 기업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까 고민하다가 최 행정관의 눈에 들어온 것이 FTA 전문인재 양성 교육 이수자들의 취업 현황이었다.
서울세관은 FTA 인재가 필요한 중소기업과 구직난에 시달리는 청년층과 경력단절 여성을 연결시켜주는 잡매칭 사업을 진행하게 됐지만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률은 상당히 저조했다.
최 행정관은 "저도 똑같은 아줌마로서 이들의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을까 고민하게 됐다"며 "고민한 결과, 경력이 한동안 단절된 여성들의 취업을 위해서는 지원금이 지원되고 역량 또한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청년들에 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깨달음을 얻은 최 행정관은 인터넷을 통해 주부들을 위한 취업 지원제도를 하나씩 검색한 뒤 고용노동부나 지자체 등 유관기관을 직접 방문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각 기관에서 이미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경우에는 중간에 끼어들 틈이 없을 뿐더러 까다로운 자격심사 등으로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최 행정관은 '여성새일센터 교육 운영 및 지원제도'를 확인해 보기로 하고 무작정 서울 및 경인지역 일대의 센터 교육과정 담당자와 취업팀장을 만나 FTA 전문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22명의 경력단절 여성이 취업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최 행정관은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은 청년인재에 수적으로 미치지 못하지만 사회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약자 계층인 경단여성에게 교육부터 직접적인 취업까지 지원할 수 있었던 사실에 공무원으로서 보람을 느꼈다"며 "나와 같은 동년배의 주부들의 일이기에 기쁨은 배가 되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 "미안한 엄마라서 더 열심히 일해요" = 맞벌이를 하는 부부라면 다 비슷하겠지만 최 행정관의 경우는 남편이 항상 일을 늦게 마치는데다가 본인도 최근 FTA 지원업무로 야근이 잦아지면서 자녀들에게 죄인 아닌 죄인이 된 심정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자녀 2명은 스스로 밥을 지어 먹고 정리정돈도 잘하는 등 엄마를 도와주는 착한 아이들이지만 늘 바쁜 엄마 때문에 아이들이 일찍 철들지 않았나 하는 미안한 마음도 든다.
이럴 때마다 최 행정관은 자신이 하는 잡매칭 사업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자식 같은 고등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것이 앞으로 자녀들이 살아가게 될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 행정관은 "FTA 교육과정을 수료한 특성화고교생 450여명 중 취업대상자인 3학년 중 83명이 이미 취업에 성공했다"며 "서울세관에서 배운 FTA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각 업체에서 원산지관리, FTA통관, FTA활용 등을 담당하고 또 기업의 FTA수출입을 진흥시키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말했다.
FTA 지원 업무를 하면서 최 행정관이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국민들이 이런 지원제도를 국민들이 많이 알았으면 하는 것도 하나의 바람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세청이 조사를 하거나 세금만 걷는 기관으로 오해하는 등 지원제도를 잘 알지 못해 속상한 적도 많다고 하는 최 행정관.
최 행정관은 "국민들이 세관을 딱딱한 곳이라고만 여기지 말고 기업이나 학교 입장에서 좋은 의견이 있다면 편하게 의견을 전달해 연령 및 계층에 따른 맞춤형 시스템을 구현한다면 취업지원제도가 더 좋은 결실을 맺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말까지 FTA 인재교육을 통해 경력단절 여성 60여명을 FTA 전문가로 양성하고 이분들의 취업을 모두 성사시키는 것이 올해 제 목표"라며 "세관이 가지고 있는 전문지식과 타 유관기관과의 지원제도를 접목시킨 시스템 개발로 많은 국민들에게 유익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 다양한 계층의 FTA 인재계발에 힘쓰는 관세인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