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관세법은 수입신고를 하지 않은 채 수입된 물품에 대한 과세물건 확정시기를 '수입된 때'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수입된 때, 즉, 보세구역으로부터 물품을 반입할 시점 이미 과세물건이 확정되어 관세가 부과돼야 하며, 관세 부과 시에는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도 함께 부과되어야 하므로 부가세 과세표준의 신고기한 역시 수입된 때가 됩니다.
만약 신고기한 내에 수입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관세법과는 별개로 국세기본법에 의한 '가산세'를 얻어맞을 수도 있습니다.
이중처벌이라는 일각의 주장도 있지만 실체적 과세요건에 대해서는 개별세법 규정을 적용해야 하며, 가산세는 행정적 제재로서 그 성질이 달라 이중처벌 금지규정에 반하지 않는다는 측의 주장이 더 힘을 얻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입물품의 무단반출 사실이 적발되어 관세법상 밀수입죄로 고발당한 A법인. 국세기본법상의 부가세 가산세까지 부과된 막막한 상황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었을까요.
□ '설상가상(雪上加霜)' = A법인은 물건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업체로, A법인 및 자회사는 2011년 6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약 20개월간 총 472회에 걸쳐 자회사보세창고에 보관 중이던 물품을 수입신고 없이 무단으로 반출했습니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이 같은 사실은 얼마 못가 과세관청에 의해 적발되었고, 지난해 9월 과세관청은 자회사 및 A법인, 자회사보세창고 소속 보세사 등을 관세법상 '밀수입죄'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과세관청은 A법인이 자회사 보세창고에서 무단 반출한 물건 대해 국세기본법상 무신고가산세와 납부불성실가산세를 적용, 올해 2월 A법인에게 거액의 가산세까지 고지했습니다.
무단 반출은 했지만, 나름대로 세금납부에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한 A법인. 이에 즉각 불복하고 심판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 "이중처벌이다" vs "가산세는 별개 문제" = A법인은 우선 물품에 대한 가산세 부과와 관련해, 법정신고기간을 따로 규정하고 있는 국세기본법상의 가산세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관세법에 의해 부과되어야 하고, 같은 법 제42조에 가산세 규정이 별도로 있으므로 이를 적용해야 된다는 것이 A법인의 주장입니다.
아울러 A법인은 "물품은 선 반출된 것이 맞지만 이후 자진해 수입신고도 하고 관세 등을 납부한 사안에 대해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미 밀수입죄로 고발된 사안에 대해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처벌이며, 본세에 대한 부족세액이 없음에도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한 처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물품이 우리나라에 수입돼 A법인에게 수입신고의무가 발생된 시점에서 관련법령에 따라 수입신고를 한 사실이 없으므로, 국세기본법에 따라 부가세 가산세를 부과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 관세법은 수입물품에 대한 부가세의 부과·징수 등에 있어 국세기본법과 관세법이 상충하는 경우에 한해 관세법을 적용하라고 규정되어 있을 뿐이며, 수입신고물품의 부가세 가산세에 대해서는 국세기본법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상충되는 관세법 규정은 없으므로, 국세기본법에 따라 가산세를 부과한 처분은 적법하고 타당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밀수입된 물품에 대해 밀수입죄를 적용하는 형벌 절차와 별도로, 수입된 물품에 대해 관련한 세금의 납부의무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가산세의 경우 성실신고 불이행에 대한 제재에 해당, 형사절차가 진행된다는 이유로 가산세 부과가 부당하다는 A법인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 심판원 "이중처벌 금지규정에 반하지 않는다" = 양측의 의견을 면밀히 살핀 심판원은 형벌과 가산세는 성질이 달라 이중처벌 금지규정에 반하지 않는다며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심판원은 밀수입물품에 대한 과세물건 확정시기는 관세법에 '수입된 때'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 내국세와 관련된 과세물건, 납세의무자, 과세표준, 세율, 가산세 등 실체적 과세요건에 대해서는 개별세법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는 점 등으로 볼 때 과세관청의 처분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심판원은 "형벌은 행위의 반사회성 내지는 반도덕성에 따른 처벌이고, 가산세는 행정적인 제재로서 그 성질이 달라 이중처벌 금지규정에 반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봐도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A법인이 쟁점물품을 수입신고 없이 보세창고에서 무단으로 반출한 사실에 대해 과세관청이 국세기본법을 적용해 부가세 가산세를 부과한 처분은 달리 잘못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전했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4관02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