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존↔세무사랑2, "호환 안 돼 불편"
더존, 서비스 질 떨어질까 우려
세무사랑2,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더존 프로그램(Smart-A, I-Plus)과 세무사랑2를 병용하고 있는 세무사무소의 비율이 3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군데 사무실 중 1군데는 사실상 성격이 같은 두 프로그램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규모가 있는 사무소일수록 두 개 프로그램을 함께 사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 수도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세무사들이 더존과 세무사랑2 양쪽에 유지보수비를 이중으로 부담하면서까지 두 프로그램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무사들은 이에 대해 프로그램의 '호환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일산의 한 세무사는 "거래처에서 무슨 프로그램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쓸 수밖에 없다. 규모 있는 업체는 대부분 더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신규업체는 주로 세무사랑2를 사용하는데 호환이 잘 안 되는 문제점이 있다"며 "차라리 두 개를 다 설치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사 역시 "호환이 제대로 안 된다. 세무사랑2의 경우 변환이 가능하지만 세무사랑2 측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면이 있다"며 "이중으로 유지보수비가 들어가는 부담이 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답했다.
이에 두 프로그램의 호환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이곳저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세무사는 "더존과 세무사랑2(세무사회) 측이 현재 법정공방 중에 있어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겠지만 세무사들 이중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이 부분은 넓은 마음으로 해결해 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무사랑2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세무사회에서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세무사랑2를 1개라도 '끼워 넣기 식'으로 쓰고 있다는 세무사도 있었다.
그는 "세무사랑2를 사용하지 않는 회원은 본회 및 지방회 회직자로 임명할 수 없도록 패널티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1대를 억지로 쓰고 있다"며 "세무사회에서 독려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좀 지나치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1월 세무사회는 세무사랑2의 조기정착과 보급 확대를 명분으로 세무사랑2로 전환하지 않은 회원들을 포상과 외부추천 및 강사 선정에서 제외토록 했다.
더존-"세무사들과 공존해야", 세무사랑2-"없어지면…" 걱정
설문조사 결과 세무사들은 프로그램의 문제점으로 40.3%(50명)가 전화연결에 대한 불만을 꼽았다.
이밖에도 문제해결능력에 대한 문제 27.4%(34개), 불친절 9.7%(12개), AS 문제 8.1%(10개)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가 없다는 의견은 14.5%(18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설문조사 항목에는 없었지만 취재과정을 통해 더존 프로그램과 세무사랑2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들을 수 있었다. 더존 프로그램의 경우 독점에 대한 불안함과 우려가 공존하고 있었으며, 세무사랑2는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과거의 '트라우마'가 작용하고 있었다.
더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한 세무사는 "더존 프로그램은 독점 형태로 가다보니 세무사들이 느끼기에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며 "최근 더존의 서비스가 급격히 향상됐는데 세무사랑2라는 경쟁프로그램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사는 "더존은 초기에 세무사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으로 안다. 물론 세무사들의 생산성을 향상해 주는 등 기여도 많이 했지만 세무사들 역시 기업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라며 "서로 공존할 수 있는 관계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세무사랑2와 관련 세무사들은 과거 키컴이나 세무명인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세무사들에게 아픔을 준 경우가 있기 때문에 세무사랑2로 쉽게 교체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유율이 20%를 밑돌아 프로그램 회사가 적자를 지속할 경우, 프로그램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은 과거 프로그램들을 통해 이미 경험해 봤다는 것이다.
서울지역의 한 세무사는 "오래된 세무사들은 알겠지만 과거에 몇 번 그런 적(프로그램이 유지되지 못하고 사라진 적)이 있었다. 나는 그동안 세무사회 차원에서 독려했던 프로그램으로 전부 바꿔왔는데 결과가 다 좋지 않았다. 그런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있어 쉽게 교체를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세무사는 "세무사회 집행부가 바뀌면 정책이 바뀌는 것도 문제"라며 "현 집행부가 세무사랑2 보급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불과 1년 뒤에 바뀔 다음 집행부의 생각은 모르는 것 아닌가. 안 그래도 소송까지 걸려 있는데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