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국경 지킴이', '경제경찰' 등 관세청 직원들은 경제국경을 수호한다는 의미의 별칭이 늘 따라다닌다. 우리나라 국경 최일선에서 수출입 물품을 관리하며 세수는 물론 안전까지 지키는 관세청 직원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상 국경 인접지역에서 일선 세관 직원들은 바다를 접하면서 일하는 것이 일상이지만 국경이라고 부르기 애매모호한 곳에서 수 년째 일하는 세관 직원이 있다.
그 어느 국경보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숙연해지는 곳이면서 도시와는 떨어져 있어 세관 직원들의 기피근무지 1위로 꼽히는 곳, 도라산통관사무소다. 이곳은 남북의 유일한 통로이자 남북의 화해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곳이다.
서울세관 도라산통관사무소에서 6년째 화물검사를 하는 설명호 관세행정관(사진)은 28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에서 "2008년 늦깍이 새내기로 첫 임용돼 도라산 통관장에서 근무하게 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이곳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사람 중 한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설 행정관은 "그간 남북관계가 변화되는 역사의 시기에 누구보다 일선 현장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개인적으론 도라산 통관장에서 세관공무원으로서 관세국경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것에 무한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 "특별한 곳이라 봐준다 생각하면 '오산'" = 도라산 통관사무소는 다른 곳과 달리 남측으로 들어오는 통관물품에 대해 어느 정도 관대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물품과 같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물샐 틈 없는 통관검사를 하고 있다.
그곳에는 항상 설 행정관이 있었다.
설 행정관이 도라산 통관사무소에서 근무한지 2년째였던 지난 2009년, A업체가 개성공업지구용 면세유류(경유)를 반출하면서 세관에 9000리터를 반출한다고 신고했다.
화물검사팀 분석 결과, 유류 운송차량 적재한도는 8000리터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검사팀이 사전에 유류 운송차량의 탱크 격실구조 및 유류 게이지 확인방법 등을 익혔다. 이후 실제 유류 운송차량을 확인한 결과 실 반출중량은 신고중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000리터로 확인됐다.
검사팀은 A업체가 세금을 환급받기 위해 이런 거짓신고를 했다고 판단하고 그동안의 북한 통행실적 등을 분석해 과거에도 여러 차례 신고내용과 적하물량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 A업체를 '수출용 원재료에 대한 관세 등 환급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입건하는 성과를 냈다.
설 행정관은 "그 때 정보분석을 이끌어 주시던 선배들이 보여준 업무에 대한 열정은 정보분석 및 상황판단이 얼마나 예리해질 수 있는지를 항상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지난 2011년에는 B업체가 고급양주를 불법 반입하려고 한 사건도 있었다.
개성공업지구에는 123개의 정해진 업체만이 임가공 등의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사업 특성상, 화물 반출입시 세관의 잦은 화물검사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에 세관에서는 검사대상 선별 방법의 다변화 및 선별기법 개발을 통해 민원을 최소화 하는 노력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검사결과 이상이 없는 업체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업체 스스로 성실신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B업체는 이런 점을 악용해 정상 반입 신고화물인 주얼리 케이스 안쪽에 미신고 면세물품인 고급양주 30병(발렌타인 17년산·21년산 750ml, 2300달러)의 밀반입을 시도했다. B업체는 일정기간 동안 자신들이 선별검사 대상이 안 될 줄 알았던 것이다.
설 행정관은 "B업체 적발 이후 개성공단을 왕래하는 화물은 언제라도 검사대상으로 선별돼 컨테이너검색기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과 선별돼 검사를 받으면 아주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확인된다는 소문이 전달됐다"며 "이후 업체들이 적하신고를 성실히 하게 하는 상승효과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 "기피근무지이지만 자부심으로 버틴다" = 도라산 통관사무소가 근무 기피지역 1위로 꼽히는데는 매일같이 힘든 출퇴근 때문이다.
오전 8시에 첫 출경(출국과 같은 의미) 업무가 시작되기 때문에 일산 마두역에서 도라산 출입사무소로 가는 출근버스는 매일 오전 7시 출발한다.
일산에 사는 직원들도 6시 이전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은 말 그대로 출근전쟁이라는 말 외에는 적절한 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힘들어한다는 후문이다.
겨울에 폭설이라도 내렸다하면 직원들은 다음날 출근길이 걱정돼 모두가 숙직실에서 밤을 보내기도 한다. 그만큼 출퇴근길이 고될 뿐 아니라 주변이 모두가 산으로 둘러싸여있는 등 편의시설이 없어 직원들의 식사해결도 힘들 때가 많다.
특히 북한에 체류했던 우리나라 사람이 다치거나 아파서 응급상황이 발생했다거나 우리나라에 있는 가족에게 일이 생겼을 때 급하게 입경하려는 사람이 발생하면 새벽에 자다가도 비상 출근을 하는 경우도 있어 항상 대기해야 하는 것도 힘든 점이다.
설 행정관은 "이것 때문에 가끔 부인이 '당신 공무원 맞아? 공무원은 9시 출근, 6시 퇴근 아니야? 나 몰래 엉뚱한 짓 하는거 아니지?'라며 농담을 할 때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설 행정관을 버티게 해주는 힘은 남북 화해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뒷받침 해준다는 자부심이라고 한다.
설 행정관은 "개성공단이 재가동된 후 최근에 북한 출입경 시스템 견학차 개성공단을 다녀왔다"며 "우리 근로자 및 북한근로자가 힘들지만 서로 어울려 열심히 생산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통일을 향한 주춧돌이 될 개성공단 관련 반출입 화물의 통관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묵묵히 남과 북 경협일선 현장을 오고가며 근무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근로자들이 건네는 '수고하십니다' 한마디 인사에 오늘도 '관세국경지킴이'라는 무한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근무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설 행정관은 "관세청엔 다양하고 복잡한 여러 관세행정 업무분야마다 최고의 열정과 지식을 가진 선배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 선배들과 함께 업무를 하면서 얻은 소중한 경험들을 더욱 발전시켜 맡은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