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심리' 죽이는 환류세제…"도 넘은 정부의 간섭"

정부가 지난 6일 세법개정안을 통해 발표한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근로소득·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의 이익을 투자, 배당, 임금 등을 통해 가계로 흘러가게 하고 가계의 소비 여력을 높여 내수경제에 '신바람'을 불어넣겠다는 복안이 담겨 있다. 

문제는 제도의 실효성.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정부의 정책기조에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전반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처방책으로 여길 수 있지만, 정책수요자 위치에 놓인 기업의 입장에서는 각종 부작용으로 인해 실제 정책을 이행할지 미지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뜨거운 감자로 부각된 환류세제만 놓고 봤을 때, 이미 투자로 유인된 부분에 다시 징벌적 의미가 담긴 과세를 시도한다는 측면에서 도리어 기업심리를 죽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기업 활동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정부의 과도한 간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대학교 홍기용 교수는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가 국민에게 경제살리기에 대한 심리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각종 부작용 등으로 인해 실제 따를지는 미지수이며, 이로 인한 실효성도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홍성일 금융조세팀장은 가계소득 증대세제와 관련해 "내수 진작을 위한 정부의 고민과 노력은 높이 평가한다"면서 "다만 실효성 측면에서 근로소득 증대세제의 경우 일시적 세금혜택을 위해 기업이 역진성 부족한 임금인상에 관심을 가질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서강대학교 곽태원 교수도 "근로소득 증대세제로 인해 단위노동비용의 상승으로 연결되면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대해서는 "이미 제공된 유인에 반응하고 남은 부분에 다시 징벌적 의미가 있는 과세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잉"이라고 평가했다.

가계소득 증대세제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언급도 있었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박사는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좀 더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며 "세제로 인해 가계 소득의 증가로 직접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당소득 증대세제와 관련해 동국대학교 김갑순 교수도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혜택으로 인해 유보하는 것보다 배당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될 기업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고, 이에 대한 합리적 예측자료가 어디에도 없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부정적인 뜻을 보였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회 경제정책팀 국장도 "기업이윤을 민간으로 돌려 가계소득을 증대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부자감세'로 이어지면서 경제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금으로 보조하는 수준으로 임금 및 배당이 행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사실상 세금 감소만큼 내수를 부양할 것"이라면서 "사내유보금 과세(기업소득 환류세제)의 경우도 조세회피 방지용이지 임금 및 배당을 촉진할 목적이 아니었고, 이중과세 성격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항구적인 세제로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가계소득 증대세제의 정책 실효성을 묻는 질문에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겠다는 뜻을 전달해 왔다.

□ 곽태원 서강대 경영학부 명예교수 = 일단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배당소득의 이중과세적 성격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원칙에 벗어나는 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의 배당성향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에 비추어 일정부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매출액에서 인건비 등을 공제하고 남은 당기순이익을 다시 경상비용인 인건비로 지불하라는 것이어서 모양새가 괴이하다. 특히 이것이 단위노동비용의 상승으로 연결되면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이미 제공된 유인에 반응하고 남은 부분에 다시 징벌적 의미가 있는 과세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잉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당기순이익이라는 것은 기업이 매출에서 인건비지출, 납세, 여러 가지 재화와 용역의 구매 등으로 경제와 사회에 기여를 하고 남은 부분으로 기업이 투입한 자본과 기업가의 창의적 노력, 위험부담 등에 대한 보수이다.

따라서 이것은 기업이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부분이고 기업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처분해야 할 성과라는 점에서 이 세 가지 세제들은 정부의 과도한 간섭이라고 생각한다.

□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 기업의 임금 및 배당을 높여서 가계의 소득을 높이고, 이것이 다시 내수로 이어지도록 하자는 것이 패키지의 목적이다.

기업이 더 많은 임금 및 배당을 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금으로 보조하는 수준으로 임금 및 배당이 행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사실상 세금 감소만큼 내수를 부양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임금 인상 및 배당을 증대시킬 수 있을 정도의 기업에 있는 근로자나 주주는 고소득자이고, 소비성향이 그리 높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외국에서도 사내유보금 과세는 조세회피 방지용이지 임금 및 배당을 촉진할 목적이 아니었고, 이중과세의 성격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항구적인 세제로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 근로소득증대세제, 배당소득증대세제 및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국민에게 경제 살리기에 대한 심리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각종 부작용 등으로 인해 실제 따를지는 미지수이며, 이로 인한 실효성도 부족해 보인다.

특히 기업소득환류세제가 개인소득으로 제대로 전환되어 소비창출에 이어져 궁극적으로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있다.

임금은 대기업의 근로자에게만 혜택을 주게 되고, 배당은 대기업의 경우 외국인지분이 높아 국외유출이 우려되며, 기관투자자는 수익창출에만 관심을 갖기 마련이고, 대주주는 늘어난 배당을 지분확대자금 등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고, 소액주주는 배당금외 주가하락으로 인한 손해도 있을 수 있으며 높은 가계부채의 부담도 안고 있다.

따라서 기업소득환류세제가 기업소득을 개인 소득화해 소비창출로 이어지게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근로소득증대세제와 배당소득세제는 대기업외에도 중소기업에 적용된다.

그러나 2012년에 법인세신고법인이 총48만개였지만 중소기업은 39만개였다. 이중 22만개(8657개는 최저한세 적용)의 중소기업만 세금을 내었는데, 평균부담세액은 3200만원이었다. 이런 상황 하에서 기업들이 세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금 및 배당을 인상하고, 각종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 전국경제인연합회 홍성일 금융조세팀장 = 내수 진작을 위한 정부의 고민과 노력은 높이 평가한다. 다만 실효성 측면에서, 근로소득 증대세제의 경우 일시적 세금혜택을 위해 기업이 역진성 부족한 임금인상에 관심을 가질지,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경우 외국인과 기관투자 비율이 높은 현실상 개인 소비증대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경우 기업별로 적정유보 규모가 다른 점, 미래불확실성에 대비한 현금 보유가 필요한 점, 장기투자의 경우 장기간 유보가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하여 세부기준 설계 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박사 =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실효성을 답보하기 위해 좀 더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즉, 세제로 인해 가계 소득의 증가로 직접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소액주주의 단기투자성향을 고려하면 실효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보완이 필요하다.

□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회 경제정책팀 국장 =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 중 배당소득 증대세제(배당금 분리과세)가 이에 해당된다. 현재는 대주주나 자산가들의 배당소득을 사업소득 등과 합산, 누진세율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금융소득종합과세 원칙을 적용한다.

이자와 배당을 합친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최고 38%의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대주주들이 분리과세를 선택할 경우 향후 3년간 한시적으로 25%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만약 이를 2013년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적용할 때 배당부자 상위 10위에 속하는 재벌총수들은 총 187억원의 감세혜택을 받게 된다.

결국 소액주주들의 감면액에 비해 배당을 결정하는 대주주들의 감면액이 지나치게 커서 기업이윤을 민간으로 돌려 가계소득을 증대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부자감세로 이어지면서 경제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 김갑순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 100원의 근로소득세액공제를 받자고 1000원의 임금을 인상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또한 주주가 받는 배당소득에 대한 세율이 낮아졌다고 기업이 배당을 더하거나 주주가 배당을 더하라고 강하게 기업을 압박할 이유는 없다.

왜냐하면 기업의 소득을 배당할 것이냐 유보할 것이냐는 어느 쪽이 경제적으로 유리할 것이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혜택으로 인해 유보하는 것보다 배당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될 기업이 얼마나 될 지는 의문이고, 이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자료가 어디에도 없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