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도시화, 산업화는 우리의 생활 양식을 크게 바꿔 놓았고, 그 중 가장 급격하게 변화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장례문화입니다.
병원에서 돌아가신 분을 잠시 안치해 놓은 영안실이 장례식장으로 변해 버린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웃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생활환경을 고려할 때 과거처럼 가정에서 장례를 치른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 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장례식은 가정을 벗어나 병원에서 행해지게 되었고, 장례식을 대행해주는 업체 또한 많이 생겨났는데요. 현행 법은 장례의식을 위한 비용의 부담을 가볍게 하기 위해 시신의 보관, 염습, 빈소설치 등 장의업자가 제공하는 장의용역을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의용역에 필수적으로 부수되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도 면세되는 재화에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례식장에서 문상객들에게 육개장, 편육 등 음식물을 공급하는 것은 '필수적' 장의용역에 포함되는 것일까요? 언뜻 보면 장례식장에서는 으레 문상객들에게 음식이 제공되니 이것 또한 면세 대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최근 이 문제에 대한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과연 장례식장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면세 대상에 포함되는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 "대법원 판례 상 면세 아닌가요?" = A법인은 장례식 대행업체로서 장의용역과 빈소에 음식물을 공급하는 용역을 해왔습니다. A법인은 2010년 1분기부터 2013년 1분기까지 부가가치세 신고를 할 때 음식물 공급에 대한 부분을 과세사업으로 보고 신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음식물 공급을 장의용역에 통상적으로 부수되는 사업으로 보고 이를 면세대상으로 판결한 대법원 판례(2013두932)를 접한 A법인은 2010년 1분기부터 2013년 1분기까지의 부가가치세를 환급해달라는 경정청구서를 과세관청에 제출했습니다.
과세관청은 "장의용역 중 음식물 공급에 대한 면세는 기획재정부 예규(기획재정부 부가가치세제과-640)에 따라 2013년 10월30일 이후 분부터 적용된다"며 "그 이전분에 대한 면세를 구하는 A법인의 경정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A법인은 "'부가가치세법 제26조 제2항'의 규정 및 대법원 판례(2013두932)에 근거해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대상으로 한 음식물 제공 용역은 기획재정부 예규에서 정한 적용시기에도 불구하고 2013년 10월30일 이전 공급분에 대해서도 당연히 면세가 적용돼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과세관청의 처분을 받아들이지 못한 A법인은 결국 조세심판원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 심판원 "음식물 제공은 '필수적' 용역 아니다"=하지만 심판원의 결정은 대법원과 엇갈렸습니다. 대법원은 "거래의 관행상 장례식장에서 음식물 제공용역의 공급이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인 장의용역의 공급에 '통상적'으로 부수되고 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판결 이유를 밝히고 있는데요(2013두932).
심판원은 "'부가가치세법 제12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에서 장의업자가 제공하는 장의용역과 이에 '필수적'으로 부수되는 재화나 장의용역의 공급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장례식장에서 문상객 등에게 음식물을 공급할지 여부는 상주의 선택에 따른 것으로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장례용역에 필수적으로 부수되는 공급으로 보기 어렵다"고 못박았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4전10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