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간 '검토단계'에 머무른 채 과세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종교인 과세'에 대한 진일보한 논의테이블이 마련됐다.
한국납세자연합회는 17일 오후 3시 국회도서관에서 '종교인 과세와 종교단체의 회계투명성'이란 주제로 납세자포럼을 개최하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홍익대 정영기 교수는 종교인에 대한 과세는 당연하다는 전제하에 종교단체에 대한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몇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우선 "상증법에 의하면 특별히 종교단체에 대해 그 규모의 크기와 관계없이 재무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하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세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종교·자선·학술 또는 그 밖의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하는 자 중에서 유독 종교단체에 대해서만 국세기본법 제 17조(조세감면의 사후관리)의 기본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를 허용,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는데 장애요인이 되고 있으므로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이어 국무총리실의 '기부금 투명성 제고방안' 중 중교단체에 대한 예외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무총리실의 기부금 투명성 제고방안을 살펴보면 자산규모가 10억원 이상이고 해당연도 기부금이 5억원 이상인 단체는 사업계획·실적, 예·결산 자료, 기부금 수입·사용내역, 과태료 부과내역 등을 1년 이상 공개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종교단체에서는 관리·감독의 범위는 물론 의무부과·관리(전용계좌, 회계감사, 결산공시 등)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어 회계투명성을 흐리고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주장이다.
이밖에도 정 교수는 지정기부금 단체가 작성·공시라는 재무정보를 세법 조항 간에 통일적으로 규정될 필요가 있고, 종교단체의 규모에 따른 재무정보작성과 공개에 대해 전문가 단체의 지원과 외부감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 교수는 "종교인법을 제정해 종교단체를 법인화해야하며 종교시민단체 종교계 지도자 및 교단 그리고 회계전문가 단체로서 회계기준원, 공인회계사회, 세무사회, 회계학회, 세무학회 등의 단체가 참여하는 민간 인증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의 발표 후에는 토론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서울시립대 정지선 교수는 "종교단체의 회계투명성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보여 진다"며 "종교단체가 회계를 투명하게 운영하면 실질적으로 이익이 될 것인데, 종교단체들은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종교단체의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미국의 인증제도와 일본의 종교인법의 내용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올해 천주교가 기부내역을 국세청에 신고하기로 한 것은 종교단체의 회계투명성 제고에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조세연구원 전병목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발표자와 견해를 같이 한다"며 "완결성을 위해 종교인 과세에 대한 기존 논리들을 살펴보고 평가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회계투명성 제고는 사회적 관점에서 종교인 과세문제보다 본질적이며 중요한 문제라는 견해에 동의 한다. 종교단체의 투명성 제고방안으로 미국식 자율규제와 일본식 국가규제에 대한 장단점을 같이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있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중앙대 고성삼 교수는 "종교인도 근로소득자로 보아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고, 4대 보험에도 가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최근 종교단체의 갈등은 바로 '재정'과 관련되어 벌어지는 싸움이라고 본다"며 "좀 더 투명하게 합리적으로 종교단체나 대형교회와 사찰들이 운영 된다면 종교한체 내의 갈등도 많이 해소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종교인 대표로 참석한 최호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은 "종교인 과세에 대해 실정법 차원이기 보다는 정서적 흐름의 대세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2006년부터 근로소득으로 신고 및 납부할 것을 주장해온 입장에서, 입법내용과 종교적 신념이 충돌하는 경우 국민 화합이 아니라 회복하기 어려운 갈등과 분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종교단체의 재정이 투명해야한다는 논의에는 100% 동의한다"며 "종교법인의 결산공시를 면제할 논리와 정책적 타당성을 찾을 수 없다면 상증법 관련 규정은 개정돼야 한다는 관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종교법인의 회계정보의 유용성과 목적걱합성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만 종교법인의 외부감사가 가능하다"며 "종교법인법과 관련해서는 현재 종교단체는 상증법상 일반 공익법인과 대부분 같은 세제혜택을 부여받고 있으므로 종교법인법이라는 특별법은 제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