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회계기준원 회원사들의 분담금 납부의 형평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각종 협회들이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회계기준 제정에 관여는 하고 싶지만, 이를 위해 분담해야 하는 회비가 부담인 눈치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회원의 회비납부가 꾸준할 리 만무하고, 이는 곧 '누구는 내고, 누구는 안내는' 형국을 연출시키는데 이르렀다.
7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회계기준원의 13개 회원사 중 코스닥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분담금 납부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회계기준원은 이 밖에 한국공인회계사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국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한국회계학회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각 회원사가 매년 납부하는 분담금은 예산규모에 비례해 차등 적용된다.
현재 상장협과 코스닥협회, 대한상의는 전체 회비의 5% 미만을, 한공회는 5% 수준, 손보협회와 생보협회는 8% 수준을 부담하고 있다. 더불어 금투협과 전경련은 15%, 거래소와 금감원은 30% 이상씩의 비중을 차지하며, 중기중앙회와 회계학회는 회비를 면제받았다.
이중 코스닥협회의 경우 지난 2003년 자발적으로 가입을 신청했지만, 그해 이후로 한 번도 회비를 내지 않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회원기관의 고위관계자는 "회원사의 기본적인 의무는 회비를 내는 것"이라며 "각 기관별로 분담률을 설정해 이를 토대로 운영을 하는 것인데, 어디는 내고 어디는 안 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분담금을 못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입 이후 1~2년 정도만 내고 그다음부터는 못 낸 것으로 기억한다"고 시인했다.
다만 분담금액이 협회 규모에 비해 과도하기 때문에 회비 납부가 어렵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해명.
그는 "올해 납부해야 할 금액은 5000만원이 조금 넘는 액수였다"면서 "우리가 진행하는 사업 10건을 한 번에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액수다. 설명회나 자료 만드는데 한 건당 많아야 500만원 정도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스닥협회가 회원사로부터 받는 연회비는 1사당 약 400만원 수준. 1000여개 회원사의 실제 납부율이 8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1년 예산이 최소 3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경련은 분담금의 일부만을 납부하고 있어 눈총을 받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분담금은 1억 5000만원 정도 나오는데 매년 1억 정도씩 납부를 해왔다"면서 "올해는 회관도 새로운 곳으로 옮기기도 해서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다. 회비납부는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고 답했다.
거래소의 경우 지난 10여 년 간 성실히 회비를 납부했지만 올해는 증권시장의 침체와 공공기관 재지정 등의 영향이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거래소 실무자는 "올해 공공기관으로 재지정 되면서 예산이 줄어 납부의 시점이 달라진 것"이라며 "그동안은 문제없이 진행해 왔다. 조만간 납부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금투협 담당자도 "요즘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절반이 적자여서 사실 우리도 회원사들에게 회비받기가 어렵다"면서 "예산을 많이 절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도 거의 회원사들이 납부하는 회비로 운영되고 있는데 최근 증권 쪽 업황이 너무 안 좋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회계기준원 분담금 납부가 법적으로 강제성을 지니지 않는다는 점은 우려할만한 부분이다.
회계기준원 관계자는 "사단법인으로 등록돼 있어 기부금 식으로 회비를 받다보니 강제화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 문제"라며 "회비를 내지 않는다면 회원 탈퇴를 고려할 수 있지만 어떤 산업을 대변하는 기관이 기준 제정에 빠지게 내버려둘 수 는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계기준이 공공재 성격이다 보니 이득이 눈앞에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무임승차가 가능한 측면이 있다"면서 "미국이나 영국처럼 강제징수를 하는 방법이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