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과다 기관의 성과급 지급, 과도한 복리후생 등 방만한 경영사례가 지속되면서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 임원들의 보수체계를 손질하고, 직원복지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등 건전재무관리에 중점을 둔 대대적인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나선다.
특히 마사회, 인천공항, 강원랜드 등 방만경영 소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관 20개를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부채증가를 주도했던 12개 기관도 지난 5년 동아 부채를 발생 원인별·성질별로 분류해 공개하기로 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제15차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주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 공공기관, 부채는 '많고' 경영은 '방만' = 방만 경영과 예산낭비로 인해 공공기관의 빚은 계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2년말 기준 295개 공공기관 부채는 493조4000만원으로 지난 2008년(290조원)과 비교해 1.7배나 늘어났다. 또한 2011년부터는 국가채무 규모를 넘어섰으며, 2012년에는 국가채무(446조원)의 1.1배 수준까지 증가했다.
이 가운데 LH·한전 등 주요 12개관의 부채(412조3000억원) 중 금융부채는 305조2000억원이며 2008년 대비 136조5000원 늘어났다. 이들 기관의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충당하지 못하는 상태이며, 자구노력 추진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특히 공공기관의 빚은 늘어나는데 임원들의 보수를 과도하게 책정하거나 '성과급 파티'를 벌이는 등 방만한 경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로 기재부가 제공한 '공공기관 임원 보수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성과연봉상한선이 금융기관은 200·100%, SOC 기관은 200%인데 반해 금융 322%, SOC 258% 등 임원들에게 과도한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용세습이나 과도한 휴가 등 복리후생 수준도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 성과급은 줄이고…임금 구조체계 '손질' = 정부는 우선 공공기관 임원들의 과도한 보수를 대폭 삭감하기로 했다. 금융·SOC·에너지 등 분야 기관장의 성과급 상한을 SOC·에너지는 200→120%, 금융은 200·100→120·60%로 하향 조정했다.
성과급을 최대로 받는다고 가정할 때 금융형 기관장은 평균 3억7000만원에서 2억9000만원, SOC기관장은 3억2000만원에서 2억4000만원, 에너지기관장은 3억3000만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각각 연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상임이사의 기본연봉 상한을 감사와 동일한 기관장의 80%로 조정하고, 비상임이사의 경우 월정액 또는 회의참석수당 등을 포함해 연 3000만원을 상한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295개 공공기관 중 1인당 복리후생비가 높은 20개 기관을 선정해 중점 관리한다. 해당기관은 기관별 정상화 계획을 주무부처와 협의해 내년 1월까지 '정상화 협의회'에 제출하며, 협의회는 이를 검토해 미흡한 공공기관의 기관장에 대해 해임을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중점관리대상 기관은 마사회, 인천공항, 대주보, 부산항만공사, 조폐공사, 방송광고진흥공사, 지역난방공사, 거래소, 예탁결제원, 원자력안전기술원, 무보, aT, 코스콤, 수은, 강원랜드. 가스기술공사, 한전기술, 부산대병원, 투자공사, GKL 등 20개 기관이다.
□ 빚더미 공공기관, 현미경 감시 = 정부는 이와 함께 국민의 감시를 강화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의 부채 및 복리후생과 관련된 정보공개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과거 5년 동안 부채증가를 주도했던 LH, 한전, 수공, 가스 등 12개 기관의 사업별 과거 5년간 부채증가규모를 추정하고, 국민들이 알기 쉽도록 분석보고서 형태로 공개된다.
실제로 SOC(LH, 수공, 철도, 도공, 철도시설), 에너지(한전, 가스, 석유, 광물, 석탄), 예보, 장학재단 등 12개 기관이 전체 부채증가(203조원)의 89%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 기관에 대해서는 중점적으로 관리해 2017년까지 부채비율을 200%(2012년 220%)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12개 기관은 내년 1월까지 기관별 자구노력을 포함한 부채감축계획을 주무부처와 협의해 기재부에 제출하도록 했다.
다만 부채감축계획 이행실적 평가비중을 확대하고 계획보다 미진한 경우 다른 분야가 우수하더라도 성과급을 제한시키기로 했다.
이 밖에도 불요불급한 공사채 발행이 이뤄지지 않도록 12개 기관은 주무부부처에 기채 승인을 받도록 조치하는 한편, 공공기관 사업관리 강화를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 내실화와 사후 심층평가 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원전 납품 비리, 고용세습 등 방만경영 사례가 지적되면서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증가했다"면서 "이번 대책은 공공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획기적인 부채감축과 자율적인 경영혁신 및 범정부적인 추진점검체계 구축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