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정부, 기업 비사업용 토지 법인세 중과 폐지 '공감'
가업상속공제 확대 '신중', 성실신고확인제 법인 확대 '검토'
김낙회 세제실장 "일감몰아주기 '이중과세' 보완장치 마련"
9일 오전 서울 소공동 프라자 호텔 4층 메이플홀에서 조세일보.재무인 포럼(회장 : 박수환 삼일회계법인 대표) 주최, 한국공인회계사회(회장 : 강성원) 후원으로 열린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개편방안' 조찬 포럼에 참석한 재무인들은 대한민국 세법운용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김낙회 세제실장과 함께 짧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참석자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기업들의 애로사항과 고민거리를 가감 없이 전달했고, 올해 세법개정안 막바지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김 세제실장은 "기업경쟁력 확보차원에서 (건의사항들을)최대한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조찬 포럼 참석자들은 올해부터 처음 시행되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비롯해 가업상속공제제도, 기업 비사업용토지 법인세 중과 등 기업세제 관련 '핫 이슈'에 대해 김 세제실장과 심도있는 질의·응답을 가졌다.
"'일감몰아주기' 개선 필요", "보완장치 검토하겠다"
권혁부 대한상의 조세팀장(사진)은 "올해 처음 시행되는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과세요건(세후영업이익, 정상거래비율 30%, 주식보유분 3%)에 불합리한 측면이 나타나고 있다"며 "법인세 이중과세, 미실현이익 과세 등 헌법과 불합치 된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당초 일부 대기업 총수일가의 부당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가 목적이었는데, 상증세법상 일감몰아주기는 중소·중견기업 모두에게 적용된다"며 "이런 부분들은 공정거래법에 맞게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세제실장은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올해 처음으로 시행됐고, 약 1만명 정도가 신고대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소기업 특성을 반영되지 못한 부분 등은 올해 신고내용 분석 통해 보완점을 검토하고, 이중과세 문제 등도 나름대로 보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기업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법인세 중과제도(양도시 30% 추가과세)와 관련된 건의사항도 나왔다. 경기침체로 '투기가능성'이 낮아진 만큼 아예 폐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권 팀장은 "기업들이 과거 부동산 호황기에 구매했던 비사업용토지가 상당한데, 재무개선을 위해 매각하고 싶어도 법인세 중과로 상당한 부담이 있다"며 "실제로 법인 비사업용토지 양도세 추가 과세시 최대 57.2%의 세율이 적용된다. 부동산 과열기에 도입된 중과제도는 폐지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실장은 "비사업용토지 추가과세 문제는 정부도 같은 생각(폐지)이지만, 입법여건이 상당히 어렵다"면서 "국회논의 과정에서 당 정체성 문제와 충돌해서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시간을 두고 꾸준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상속세 제도 기업들에 부담", "신중한 검토 필요"
가업상속공제 문제에 대한 건의사항도 제시됐다. 특히 이 문제는 중소기업 경영승계 문제와 직결된 만큼, 좀 더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주가 됐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유현 본부장(사진)은 "박근혜 정부 들어와 소기업, 중기업, 중견기업으로 발전하는 성장사다리 정책으로 경제체질 튼튼히 하겠다는 했는데 핵심은 상속문제에 있다"며 "현행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준을 연 매출 2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하고 공제한도(300억원)도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이어 "상속개시 2년 전에 해당기업에 종사해야 한다는 조항으로 경영권 자체가 포기되는 불합리한 사례도 있고, 상속공제 후 10년간 고용, 자산, 지분율 유지 문제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도 "상속세는 정말 개선되어야 한다는 말을 기업인들에게 많이 듣고 있다. 예컨대 100억원을 벌면 소득세 40%(40억원)와 상속세 50%(30억원)를 부담하고 나면 30억원만 상속되는 셈이다.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부연했다.
이에 김 세제실장은 "상속세는 소위 '출발의 공평'을 추구하기 위해 만든 제도"라며 "따라서 선대에서 세금을 낸 것은 고려요소가 아니고 일단 후대의 문제라는 측면에서 가업상속 공제한도 상향문제는 다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태규 공인회계사회 조세연구위원(사진)은 "올해 성실신고 확대대상이 늘었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유추가 된다"며 "세무신고 전제가 되는 재무제표 적정성이 검증된 경우 법인에도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법인세 세무신고 기간(결산 후 3개월)을 1~2개월 더 연장하는 한편, 형평성 차원에서 납부불성실 가산세율(10.95%)도 환급가산세율로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 세제실장은 "법인 성실신고확인제 인센티브 확대 문제는 좀 더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납부불성실 가산세율 조정문제도 단기적으로 바꾸긴 어렵지만 궁극적으로는 개선해야 될 과제"라고 답변했다.
"건설사 PF대출 변제, 법인세 감면 필요", "세수 직결…난점 있다"
이밖에도 조찬 포럼에 참석한 우정선 한국귀금속거래소 대표이사는 "고금 의제매입공제제도가 금거래를 양성화시키고 등 순기능이 많지만 연말에 일몰이 예정돼 있다"며 "금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국가 재정에 도움이 되기 위해선 연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00만원 이상의 귀금속에 대해선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데 실제 최근 결혼하는 사람들을 보면 웬만한 보석예물은 200만원이 넘는다"라며 "현실에 맞게끔 기준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윤 세무법인 오늘 대표이사는 "정부가 전문직 사업자를 기업인으로 인정을 안하고 있어서 세제에 대한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며 "조세분야에서 서비스를 하는 이들들에게 인센티브를 줘야만 조세가 발전되고 투명화 되어 세수를 더 거두는 토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진규 대우건설 상무는 건설사들이 파산한 시행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변제해준 것을 손금으로 인정, 법인세를 감면해달라고 건의했다.
이동건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창조경제를 위해선 연구개발 투자를 촉진시켜야 하는데 정부는 비과세·감면의 일몰이 도래하면 없애겠다고 했다"며 "보조금은 직접 지원이고, 세제지원은 간접 지원인데, 이런 지원을 늘려서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질문을 받아 적은 김낙회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기업들의 어려움에 공감을 표하는가 하면, 세제상 난제에 속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특히 PF대출 구상채권 대손금을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요구에 대해선 "세수와 직결되는 문제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해 봐야한다"고 답했으며 R&D 투자와 관련해선""예산을 통한 지원보다 세제지원을 통해 투자를 유도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