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렌터카 업체들이 벤츠·아우디·그랜져 등 고급렌터카의 번호판에 '허'자를 표기하지 않고도 장기렌트 해준다는 말로 고객들을 속이는 사례가 있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계약 자체는 장기렌트가 아닌 리스 계약으로 부가가치세가 면세되는데도, 소비자로부터 이용요금의 10%를 부가세로 받아 국세청에 납부하는 등 소비자들이 굳이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세금을 징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비자로부터 받은 소액의 부가세를 국세청에 납부하는 대신, 리스차량으로 사용한 고급승용차를 구입할 때 납부했던 상당한 매입 부가세를 국세청으로부터 조기환급 받는 등 세수확보에 큰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선 세무서에서도 렌터카 업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자동차등록증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서에서 영업용 렌터카로 사용할 수 없는 일반 '자가용'으로 등록된 리스차량(면세)에 대해서도 부가세를 환급해주는 등 세무행정에 큰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 '허'자 없는 '장기렌터카'…"알고 보니 리스차량?" = 지난 2010년경 승용차를 구입하려던 의사 A씨는 렌터카 업체로부터 솔깃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한 번에 목돈을 내지 않고도 매달 150만원 가량의 비용만 지불하면 고급 외제차를 장기렌트해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특히 의사로서의 품격(?)이 떨어지지 않도록 번호판에 렌터카의 상징인 '허'자 표시가 없는 차량을 빌려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렌터카를 운전하고 어디를 다녀도 다른 사람들이 렌터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도록 '허'자를 빼주겠다는 세심한 배려였다.
A씨는 렌터카 업체와 당장 계약을 맺고 고급 외제차를 장기렌트해 매달 150만원 가량의 렌트료를 지불해왔다. 이후 렌트료 명세서를 꼼꼼히 살펴보던 A씨는 다소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자신이 예상했던 요금보다 상당금액 이상이 더 청구돼 왔던 것이다.
렌터카 업체에 이 사실을 문의해보니 렌트료에 10%의 부가세가 더해진 요금이라는 설명을 듣게 됐고,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부가세가 과세된다는 상식을 잘 알고 있던 A씨는 당연히 내야할 세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렌트카의 경우 차량 번호판에 절대로 '허'자 표시를 뺄 수가 없다.
최근 정부가 급증하는 렌터카 수요를 감안해 기존 '허'자 번호판 이외에 '하'자와 '호'자를 추가하기로 결정했지만 허·하·호 등 3글자 이외의 다른 글자는 번호판에 표기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렌터카 업체들이 말하는 '허'자 없는 차량은 실제로는 렌터카가 아니다. 차량등록증에도 렌터카로 사용할 수 있는 '영업용'이 아닌 일반 '자가용' 승용차로 등록돼 있다.
일부 렌터카 업체에서 소비자에게 장기렌트라고 말한 차량임대 계약은 실제로는 금융상품으로 분류되는 '리스' 계약이다. 계약서에도 대여상품 구분이 장기렌트가 아닌 '리스'로 표시돼 있다.
또한 만기 이후 업체에 차량을 반납해야 하는 장기렌트와는 달리 계약서상에 만기 이후 매입옵션이 포함돼 있는 등 렌터카 업체들이 장기렌터카라고 속여 계약한 차량은 실제로는 '리스차량'으로 나타났다.
□ 리스차량은 부가세 면세…"소비자만 10% 부가세 부담" = 문제는 렌터카의 경우 렌트요금에 10%의 부가세가 과세되지만, 차량 리스업의 경우 부가세법상 면세대상에 포함돼 리스이용료에 부가세가 한 푼도 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행 부가세법에 따르면 차량리스업은 여신전문금융업으로서 금융·보험업에 포함돼 부가세가 면세된다. 다만 리스업체가 리스차량과 함께 정비용역까지 제공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를 창출했다고 인정돼 부가세가 과세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렌터카 업체들의 경우 '허'자를 빼주겠다는 달콤한 말과 함께 소비자에게는 장기렌트라고 설명하고, 실제로는 리스 계약을 맺어 왔다.
소비자들로서는 부가세가 면세되는 리스 계약을 맺고도, 리스료에 더해 부담할 필요가 전혀 없는 10%의 부가세까지 추가로 납부해온 셈이다.
실제로는 리스차량이었던 '가짜 렌터카' 피해자는 "렌터카 업체에서 '허'자가 없는 승용차를 장기렌트 해준다는 말에 계약했는데 알고 보니 리스차량이었다"며 "리스차량의 경우 이용료에 부가세가 면세되는데,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10%의 부가세까지 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