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對아세안5 수출, 중간재 수준 높이고 소비재 비중 늘려야"

한은, ‘우리나라의 對아세안5 수출 특징 및 향후 전망’ 발표

“아세안5, 우리나라 총수출 비중 美·中 이어 세 번째로 높아”

“높은 중간재·낮은 소비재 비중, 美 소비·中 산업생산에 크게 좌우”

“對아세안5 수출 꾸준히 증가하겠지만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 치열해질 것”

아세안5의 글로벌 생산거점 기능이 공고해지면서 해당 지역내 수입시장에서 우리의 주요 수출품목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의 대(對)아세안5 수출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력 중간재 수준을 높이고 양질의 소비재 수출 증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27일 '경제전망보고서: 우리나라의 대(對)아세안5 수출 특징 및 향후 전망'에서 이같이 밝혔다.

아세안5는 전체 ASEAN 10개국(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중 우리나라와 수출비중이 높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의하면 아세안5 지역이 2023년 우리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아졌으며 대(對)아세안5 무역수지 흑자규모 역시 2019년 이후 대중 흑자규모를 크게 넘어섰다.

또한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에서도 동 경제권역에 대한 투자(2023년 기준)가 대미 투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아지는 등 아세안5 지역은 우리 교역에서 그 위상이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

2020년 이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중‧일의 아세안5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및 소비재 수출시장으로서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對아세안5 수출 특징으로 ▲높은 중간재 비중, 낮은 소비재 비중 ▲미국 소비와 중국 산업생산에 크게 좌우 등을 꼽았다.

아세안5 국가들은 글로벌 공급망 구조에서 주로 한‧중·일 등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 후 미국·EU 등 선진국으로 최종재를 수출하거나 중국 등 인접 국가로 다시 중간재를 수출하는 생산공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對)아세안5 수출 역시 현지 생산공정에 투입되는 중간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소비재 비중은 아직 매우 낮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이상이고 석유제품‧화공품 등 여타 중간재 비중도 60% 이상의 높은 수준을 차지하고 있어 우리의 대중 수출구조와도 유사하다. 반면에 식품, 의복 등 최종재는 5%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별로 보면 우리의 아세안5 국가에 대한 총수출중 60%는 베트남이 차지하고 있으며 여타 4개국에 대한 수출비중은 각각 10% 수준이다. 베트남의 경우에도 반도체가 24%를 차지하고 소비재 비중은 4%로 매우 낮다.

이같은 중간재 위주의 수출구조는 우리 기업들의 아세안5 투자가 현지시장 진출(horizontal Foreign Direct Investment) 목적보다는 생산비용 우위에 기반한 수직적 생산분업(vertical FDI)의 성격이 강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더해 최근 우리의 아세안5에 대한 직접투자에서 제조업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중간재 위주의 수출구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대(對)아세안5 수출은 미국과 중국이 자국내 소비와 생산을 목적으로 아세안5로부터 수입하는 수요에 크게 영향받고 있으며 특히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미국 소비의 영향이 크게 확대됐다.  먼저 아세안5의 수출구조를 보면 대미 수출에서는 식료품, 의복 등 소비재 비중이 높은 반면 대중 수출은 석유화학, 금속·비금속 등 중간재 비중이 높다.

따라서 아세안5로 수출된 우리 중간재는 역내에서 가공을 거친 후 주로 미국의 최종소비 용도로 수출되거나 중국내 생산에 사용되는 중간재의 용도로 수출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국제산업연관표를 이용한 최종귀착지분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을 기준으로 우리의 아세안5 국가에 대한 중간재 수출중 약 절반은 아세안5들의 소비와 투자로 인해 유발된 생산(직접경로)에 사용됐다.

나머지 절반은 아세안5 역외 국가들의 소비와 투자에 의해 유발돼 아세안5 지역에서 생산공정을 거쳐 수출(간접경로)됐는데 역외 국가들 중에서는 미국(11%)과 중국(9%)으로 귀착된 비중이 높았다.

이러한 직‧간접 경로의 크기를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되기 전과 비교해 보면 2022년 우리 대(對)아세안5 중간재 수출중 아세안5 역내를 최종 귀착지로 하는 비중은 2015년 대비 7.7%p 축소된 반면 미국·EU와 중국을 귀착지로 하는 비중은 각각 5.6%p 및 4.6%p 확대됐다. 한은은 우리나라 아세안5에 대한 수출은 2022년 4분기 이후 글로벌 IT 경기부진 등의 영향으로 감소세를 지속했으나 지난해 3분기부터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對아세안5 수출은 IT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 경제성장세, 주요 신흥국으로의 투자 확대 등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아세안5의 경기회복에 따른 직접경로뿐 아니라 미국의 양호한 경기흐름과 유럽의 소비회복에 따른 간접경로도 우리나라의 對아세안 수출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아세안5의 글로벌 생산거점 기능이 갈수록 공고해지면서 중장기적으로 해당 지역내 수입시장에서 우리의 주요 수출품목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간재뿐만 아니라 전기차‧배터리 등 소비재 부문에서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중국과 일본 기업들은 자동차‧배터리(전기차) 공장 착공 등을 통해 현지생산 및 역내판매 증대를 추진하는 한편 스마트폰 공장 준공, 차량용반도체 공장 건설 등 아세안 지역의 풍부한 소비시장을 겨냥한 투자도 늘려나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중국시장을 생산기지로 삼아 중간재 중심의 對중국 수출구조를 성공적으로 활용해 온 반면 내수시장 안착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2010년대부터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고 내수중심의 성장을 도모하면서 우리의 대중 수출은 구조적 제약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볼 때 앞으로 대(對)아세안 수출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산기지로서의 활용 측면에서 우리 주력 중간재의 질적 고도화에 힘쓰는 한편 아세안의 인구 및 소비시장 성장 가능성을 감안하여 양질의 소비재 수출 증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