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J, '라파 공격 중단' 긴급명령에 이스라엘 "반유대주의 법원 결정 불복"

ICJ "새로운 긴급명령을 내릴 조건들 충족"

한 달 이내 후속 조처에 관한 보고서 제출

이스라엘 "ICJ 판결에 하마스 궤멸로 화답"

유엔 최고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군사작전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휴전을 명령하지는 않았다.

AP,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ICJ는 이날 오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심리에서 "이스라엘 정부는 라파 지역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삶에 물리적 파괴를 가져올 수 있는 행동들과 군사적 공격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월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내 대량학살 행위를 예방하고 민간인 구호를 위해 더 노력할 것을 명령한 이후 가자지구 상황은 더 악화됐다"면서 "새로운 긴급명령을 내릴 조건들이 충족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법원은 납치된 인질 중 상당수가 여전히 포로로 잡혀 있다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이들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ICJ는 이같이 판결한 뒤 이스라엘에 한 달 이내에 후속 조처에 관한 보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명령은 15명의 ICJ재판관 중 이스라엘과 우간다를 제외한 13명의 찬성으로 채택됐다.

이스라엘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모두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협약 가입국으로 이번 판결은 남아공이 지난 10일 ICJ에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을 막기 위해 긴급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남아공은 과거 이스라엘과 가까운 국가 중 하나였으나, 최근 몇년간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이스라엘을 앞장서 비판하고 있다. ICJ는 지난해 12월 남아공이 이스라엘을 집단학살 혐의로 제소한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베테랑 전범 검사인 리드 브로디는 "매우 구체적인 ICJ 판결로 인해 이스라엘은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발키스 자라 국제사법담당 부국장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위험한 상황을 강조한 것이지만 국제사회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번 판결이 무시될 수 있다"며 "각국 정부가 무기 금수 조치와 표적 제재 등을 통해 이스라엘이 법원의 명령을 긴급히 이행하도록 압박을 가해야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기존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남아공이 ICJ에 이스라엘을 상대로 제기한 대량학살 혐의는 거짓이고 터무니없으며 도덕적으로 혐오스럽다"며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반박했다.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도 "이스라엘은 자국 내 안전을 확보하고 인질들의 송환을 위해 하마스를 상대로 정당하고 필요한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ICJ의 명령은 반유대주의적"이라며 "법원의 무의미한 명령에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둘 때까지 라파 점령, 군사적 압박 강화, 하마스 궤멸이라는 단 하나의 답만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