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이 된 삼성전자…'슈퍼 갑' 엔비디아 HBM 시험 통과 불합격

삼성전자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가 '갑'사인 엔비디아의 납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24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 세 명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HBM이 열 및 전력 소비 문제로 인해 납품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이 문제가 현재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4세대 HBM 표준인 삼성의 HBM3와 5세대 HBM3E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로이터에 "HBM은 고객의 요구에 맞춘 최적화 과정이 있어야 하는 맞춤형 메모리 제품"이라며 "고객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제품을 최적화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특정 고객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엔비디아는 로이터의 논평 요구를 거부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이다. 방대한 데이터 처리를 요구하는 AI 열풍이 일면서 HBM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로이터는 AI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글로벌 GPU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를 만족시키는 것이 HBM 제조업체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AI와 GPU 시장에서 철저한 '갑'사임을 뜻한다.

세 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HBM3와 HBM3E에 대한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두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의 8층 및 12층 HBM3E에 대한 시험이 지난 4월에 실패했다.

소식통들은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지만, 엔비디아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 삼성전자의 실패가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삼성전자가 경쟁자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더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달리 국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주요 HBM 공급업체로서 2022년 6월부터 HBM3를 공급했다. 또한 지난 3월 말에는 5세대 HBM3E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론도 HBM3E를 공급할 예정이다.

산업 분석가들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담당 디바이스솔루션(DS) 수장 교체가 HBM 위기에 따른 결과라고 보고 있다. 지난 21일 삼성전자는 DS 수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전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교체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하지 못했지만, AMD 등 다른 고객에게는 공급하고 있다. 2분기에는 HBM3E 대량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로이터에 보낸 성명에서 제품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분석가들은 SK하이닉스가 2013년 첫 HBM 칩을 개발한 이후 지난 10년 동안 HBM 연구개발에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에 HBM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소식통들은 엔비디아와 AMD와 같은 GPU 제조업체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로 가격 경쟁을 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HBM 분야에서 약세를 보이는 점을 투자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해 들어 변동이 없지만, SK하이닉스의 주가는 41%, 마이크론의 주가는 48%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