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발명가로 인정할 수 없다"...1심에 이어 2심도 기각

개발자 "AI가 일반적 지식 학습 후 스스로 창작"

법원 "인공지능 물건에 해당할 가능성 높아"

인간의 개입없이 '자연인'이 아닌 인공지능(AI)을 발명자로 표시한 것은 특허법에 위배되므로 특허출원을 할 수 없다는 법원의 두 번째 판결이 나왔다. 이번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AI가 발명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특허심사 사례로 전해져 관심을 모았다.

16일 법조계·뉴시스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이날 미국의 AI개발자 테일러 스티븐 엘이 특허청장을 상대로 "특허출원 무효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AI개발자는 지난 2019년 9월 AI를 발명자로 표시한 국제특허출원(PCT)을 냈다. 우리나라에서도 출원이 완료돼 국내 1차 심사가 진행됐다.

AI 개발자인 테일러 스티븐 엘은 AI 프로그램 '다부스(DABUS)가 '식품 용기 및 개선된 주의를 끌기 위한 장치'를 스스로 발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해당 발명과 관련된 지식이 없다. 다부스가 일반적인 지식에 대한 학습을 한 후 2개의 서로 다른 발명을 창작했다"고 강조했다.

1차 심사에 착수한 특허청은 AI를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출원서 양식에 형식상 하자가 있다고 지적하고 '자연인으로 발명자를 수정하라'는 보정요구서를 통지했다. 하지만 개발자가 이에 응하지 않자 해당 특허출원은 무효 처분됐다. 그러자 개발자는 지난 2022년 12월 특허청의 무효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특허법상 자연인이 아닌 인공지능은 물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특허에 대한 독자적인 권리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현 단계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어떠한 개입 없이 독자적으로 발명할 수 있는 기술적 수준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수 기업의 AI 기술 독점에 따른 규제 및 법적인 책임 문제가 불분명하는 등 상당한 우려와 문제점이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산업 발전에 반드시 기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테일러 스티븐 엘 측은 "시대가 바뀌고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자연인 이외에도 발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될 때가 왔다"며 반박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개발자 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한편 해외에서도 발명자는 자연인만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특허받을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유럽·호주·영국에서도 대법원(최종법원)에서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되었고, 독일에서는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며,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2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