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 SVB 등과 자산·부채 구조 상이…유동성 비교적 양호”
“취약부문 잠재리스크 현실화 우려 등에는 유의해야”
“금융시장 불안 시 적기에 시장안정화 조치 실시할 것”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모습. 로이터 제공
한은은 이날 '금융안정 상황: 美 SVB 파산 사태 상황과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지난 10일 파산 후 예금자 보호조치가 시행중에 있다. SVB는 벤처캐피탈 및 기술스타트업 전문은행이자 美은행 자산규모 기준 16위(22년말 기준)이었다.
SVB는 금리인상 기조와 거시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예금·투자약정 잔액이 감소한 가운데 자금조달 목적의 유가증권 매각과정에서 발생한 평가손실이 수익성·신뢰도 악화로 이어지면서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이 발생했다. 美 정부와 연준은 SVB 예금인출이 시스템리스크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SVB 영업중단(3월 10일) 및 예금보호 조치(12일)로 대응했다.
이후 12일 암호자산 거래 관련 시그니쳐은행이 폐쇄되는 한편 퍼스트 리퍼블릭은행 등 자금조달여건 및 자산구조가 취약한 미국 중소형은행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조정되고 있다. 이와 함께 스위스 2위 은행인 Credit Suisse(크레딧스위스, CS)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재부각됐다.
국내 금융시장은 SVB 파산 직후 변동성이 높아졌으나 미국·스위스 정책당국의 빠른 대응과 함께 시장 기대가 美연준 긴축기조 완화로 기울면서 글로벌 금융불안 우려가 진정되고 국내 금융시장 내 위험회피심리 확산도 제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채권시장금리는 SVB 파산 직후 美 국채금리 급락의 영향으로 하락했다. 주식시장에서 주가(코스피)는 SVB 사태 후 외국인 순매수로 소폭 상승했다가 이후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은행 등 금융업종 주가 하락폭은 제한적인 상황이나 지방은행의 경우 대형은행에 비해 다소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가상자산시장은 SVB 사태 본격화 전부터 급락했다가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은 美 연준의 긴축기조 약화 기대로 큰 폭으로 하락 후 등락하고 있다. 외화자금시장에서는 시장참가자들의 보수적인 달러 운용으로 원·달러 스왑베이시스가 크게 확대됐다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
한은은 국내 금융기관은 SVB 등과 자산·부채 구조가 상이하고 각종 금융규제로 인해 유동성 및 건전성 상황도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외화유동성의 경우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유동성 사정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금융기관은 예대업무 위주의 영업구조로 총자산중 채권 비중이 낮고 이에 연계된 금리리스크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일반은행 만기보유채권의 미실현 손익을 반영하더라도 자본비율이 1%p 내외 하락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국내에서 SVB 사태와 같은 '운용자산 손실 확대→뱅크런→유동성부족' 등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동 사태로 인해 글로벌 금융여건이 급변할 경우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 확대, 일부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경계감 부각 및 취약부문의 잠재리스크 현실화 우려 등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과거 대외 불안시(글로벌 금융위기 등)마다 국내 금융불안이 확대되며 취약부문의 문제가 크게 부각되었음을 감안할 때 이들을 중심으로 신용 및 유동성 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SVB 등 미국 중소형은행 파산과 CS은행 등의 유동성 우려가 국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으나 사태 악화 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일부 취약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경계감 고조로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글로벌 금융여건 변화가 국내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주요국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부동산 익스포저가 많고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부문에 대한 조기경보 활동과 금융기관 건전성 점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와 감독당국은 취약 금융기관에 대한 현장정보 수집활동을 강화하고 금융기관 건전성 제고를 위한 조치를 검토·추진할 예정"이라며 "한국은행도 결제리스크 확대 가능성에 대해 유의하는 한편 금융시장 불안시 적기에 시장안정화 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