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출규제 완화 합의에... 반도체 물꼬 틀 것으로 보여

1년째 반도체 중심으로 무역 적자가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 양국이 지난 2019년 대립한 수출 규제를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로 협의하면서 통상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긍정적 의견이 나왔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전날(7일) YTN 라디오 생생경제에 출연해 "한일 수출 규제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림으로써 한국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를 다시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는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전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불화수소 등과 같은 4개의 핵심 품목에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함으로써 한국 반도체 생산의 불확실성이 커졌던 상태"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로 중소기업의 경우 일본에서 소재 수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생산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 대해 정 교수는 "불화수소 물질의 경우 국내에서 일부 가공 후 부가가치를 높여 팔기도 하는데 수출 규제 초기에는 절차상 문제로 일부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 문제가 됐던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그것은 건수 문제라기보다는 시간 지연 문제였다"며 "예를 들어 3일 만에 들어올 물건이 한 달 후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수출이 중단되거나 이런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 반도체 업체의 경우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것이 단가가 가장 싼데 직수입을 하지 못해 우회 수입 한다거나 일본 외에 다른 곳에서 수입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이 많이 들었다는 점을 부연했다.

정 교수는 "일본이 수출을 완전히 막아버리면 대체 물질이 없는 경우 생산 라인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데 일부 그런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 반도체 생산 공정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 6일 '한일 간 수출 규제 해결 방침'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들도 공동성명을 통해 환영 및 지지의 뜻을 표했다.

이들 단체는 입장문에서 "한일 간 경제 현안이었던 수출 규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한 것에 크게 환영한다"며 "이를 통해 한일 관계 개선 및 경제협력이 더 확대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간 한일 관계 악화로 직간접적 피해를 본 양국 경제교류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정치 때문에 양국이 경제협력 지장을 받는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다"며 "어느 쪽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정치 사회적인 문제로 양국 기업간의 불편한 관계 해소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경제계도 긍정적인 반응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이 전처럼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한다 해도 한국 기업은 기술 개발 및 수입국 다변화에 대한 노력,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 등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한다'는 진행자 의견에 정 교수는 "정부의 산업 정책의 가장 핵심 부분"이라며 공감했다.

정 교수는 "조달의 문제가 있다면 수입해서 쓰는 것이 바람직하나 할 수 있는 부분은 국산화하고 그렇게 하게 되면 국내 일자리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재정이 허락한다면 정부·한국은행 등이 각 기초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투자 지원으로 기술 개발을 통해 한국의 독자적인 힘을 더 키워나가고 한일 관계 역시 반도체 부분에서의 협력은 지속적으로 이뤄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반도체 같은 경우 비행기와 더불어 생산 공정이 가장 긴 품목"이라며 "많은 국가로부터 중간재나 기술을 도입해 반도체라는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관계를 원만하게 가져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