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일본 입장 두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일본 입장에선 국제법 위반"

2018년 대법원 판결,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1965년 한일합의 어긴 것"

"대법원 판결, (일본 정부) 국제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

사실상 일본의 입장에서 2018년 우리 대법원 판결을 해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일본 정부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가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발언했는데, 일본 외부상은 오늘 이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며 '최소한의 호응도 안 하는거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취지의 질문을 던지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일본 경제단체나 한국 경제단체가 자발적으로 서로 협의해서 새로운 기금을 조성하고, 직접 피고인 일본 기업이 원고에게 배상하는 것이 1965년 한일합의를 깨는거라 처음부터 일본이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고, 관계가 악화된 것"이라며 "일본 기업이 법적인 조치는 아니더라도, 정치적 사과를 담아서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양국 경제단체끼리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일본 정부의 발표는 그러한 움직임(한, 일 경제단체들의 자발적 조치)에 대해 일본 정부가 반대하지 않는다고 표현한 것"이며 "따라서 어디까지 어떤 조치가 양국 재계에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국제법적으로 65년 양국 정부의 약속에 비춰보면 대법원 판결은 일본으로서는 한국이 합의를 어긴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정희 정부와 노무현 정부도 1965년에 맺은 한일 외교 비밀협약에서 징용문제에 대해 배상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고 특별법을 만들어 (한국 정부가) 배상을 했다"며 "그래서 일본는 1965년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에 대해 피해를 다루고 배상을 해왔는데, 2018년 대법원 판결을 국제법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일본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일본이 볼 때는 한국이 65년 합의에 의해 한국정부 자체적으로 징용 피해를 배상했는데, 일본의 피고기업이 (대법원 판결을) 수용하고 배상절차에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를 일본은 국제법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을 대변할 필요는 없지만, 지난 정부에서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된 이유는 (우리 정부에서는) 일본 피고 기업 2개가 참여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고, 일본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었다"며 "(일본 정부가) 다른 대안을 가져와보라고 해서 5년 동안 관계가 단절됐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일본의 태도와 느낌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한국 정부가 대안을 마련해오면 들어보겠다고 해서 입장이 유연하게 바뀌기 시작해 지금까지 온 것이고, 오늘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늘 해법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1965년 합의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한국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것이고, 일본 전범 피고기업들은 법적으로 일단 피해가면서 정치적으로 사죄하고 기여할 수 있는 방안까지 고려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이번 결정에 대통령실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국민들한테 앞으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경제나 안보 면에서 우리가 어떤 이익을 얻는지 알려달라'고 질문하자, 이 관계자는 "위안부 합의과 강제징용 합의는 질적으로 내용이 다르다"고 전제한 뒤, "위안부 문제는 1991년도에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에, 지난 1965년 청구권 협정에 담을 수 없어서 자신있게 요구할 수 있었고, 그래서 나온 것이 2015년 합의"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2018년에 우리가 일방적으로 치유재단을 해체하고, 파기해서 일본으로서는 어렵사리 (위안부 문제에) 합의했는데, 3년 안에 뒤집힐 수 있구나라는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발표도 어떤 정부에 의해 어떻게 뒤집힐지에 대해 일본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역시 일본의 입장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어 "일본이 명시적으로 명명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담긴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적시한 것을 넘어 동아시아 침략과 피해에 대한 포괄적 사과무이 담긴 무라야마 담화라든지, 한국에 대해서만 꼭 집어 사과한 2010년 담화 등을 포괄적으로 계승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발표로 양국간 화해 치유를 넘어서, 경제 안보 분야의 협력을 가속화하고, 한국의 문화, 일본의 소프트 사회 문화 등에서 교류가 광범위하게 확대될 수 있다면 양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아시아에서 양국이 서로 이익을 도모해나갈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구체적 성과에 대해 "북한의 핵위협 등 동아시아에 있어서 선별적으로 안보협력을 해왔다면 본격적으로 신회를 회복하고, 정치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미래 청년세대까지 전방위적 신회 회복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강제징용 판결 문제는 2018년 대법원 판결로 불거진 뒤에 지난 정부 시기에 해결되지 못하고 이제까지 방치됐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에 2019년 7월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2019년 8월 한국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통보, 그 이후에 양국 경제교류의 위축, 안보협력의 중단, 그리고 인적교류의 단절로 인해 작년 4월까지 한일관계가 사실상 가로막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윤 정부 취임 이래 강제징용 판결 문제 해결과 한일관계 정상화, 그리고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 왔다"며 "그 결과 오늘 해법을 공식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이 중심이 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재단'을 통한 판결금 변제를 통해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피해자 분들에게 그간 미뤄져온 배상을 실시하고, 일본과의 과거의 고통, 그리고 아픔을 함께 극복하고 나아가서 양국의 미래세대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는 방안을 앞으로 계속 논의하고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2018년 10월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하고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 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어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위 대법원 판결에 대해 대통령실은 이날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 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반한다거나,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굴복한 듯한 해법을 내놓고 있어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