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부산 이전' 논란 속 '이동걸 전 회장'도 반대 입장 밝혀

이동걸 전 산은 회장, 2일 서울시의회 토론회 참석... '반대 입장' 내놓아

강석훈 현 회장 강력 추진에, 서울시-금융노조-산은노조 등 강하게 반발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산은 부산 이전 추진에 힘 실은 바 있어

[편집자주] 지난해 6월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취임하면서 산은 본점 부산이전이 본격화된 가운데 산은 내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찬반이 강하게 갈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국가균형발전 차원의 산업은행 부산이전'을 위해 강 회장은 그간 조직개편과 인력 재배치를 통해 본격적인 이전 절차에 돌입했지만 노조와 직원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팽팽한 줄다리기' 상황에서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주최로 열린 '산은 이전 논란을 중심으로 한 국제금융도시 서울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전 반대 목소리가 강하게 나와 이를 취재정리했다. 서울특별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는 2일 오전 시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제금융도시 서울을 위한 정책토론회-산업은행 이전 논란을 중심으로-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이 특별 참석해 산은 부산 이전 반대 입장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이동걸 전 회장 "산은, 정치금융기관 돼선 안돼"... 이전 반대 입장 표명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은 토론회 전 축사를 통해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으로 정치금융기관이 돼선 안 된다"며 부산 이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회장은 "산업은행은 그간 국가 산업과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때로는 최전방에서, 때로는 최후방에서 민간금융기관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은 민간금융기관을 도와서, 이들이 수행하기 어려운 일들은 산은이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떠맡아 수행하고 있다"며 "그것이 산은에 주어진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산은이 '정치적 목적'보다는 '정책적 목적'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장과 밀접성 ▲고객과의 친밀성 ▲정부기관과의 상시 소통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소통 등 4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세계 2위 금융중심지인 '시티 오브 런던' 사례를 들어 이곳이 런던에서 가장 작은 행정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금융인이 집결해 세계를 움직이는 금융패러다임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설명한 뒤, 뉴욕 월스크리트, 홍콩, 싱가포르 등 세계 금융중심지는 모두 금융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이 한국의 금융허브 역할을 하고 있음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한 산은은 은행인 동시에 정부 정책을 금융 측면에서 수행하는 정책금융기관임을 들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 기업 유동성 지원 등 정부 정책에 발맞추어 신속한 금융지원을 실행해야 한다는 점과 이를 위해선 유관기관들과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금융인프라가 집중된 곳에 위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전 회장은 "산은이 정책 철학을 상시 공유해야 하는 금융당국과 멀리 떨어지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단순히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국책금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이는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되지도 않으면서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뼈아픈 손실을 초해할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이 전 회장은 앞서 지난해 새정부 출범 직전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그는 "정부와 정책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 회장직을 수행하는 게 순리"라며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의를 표한 바 있다.

산은 회장을 지낸 그로서는 산은 부산 이전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 수행에 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박홍배 금속산업노조위원장 "국책은행의 공공성 더욱 강조돼야"

박홍배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이날 서면 축사를 통해 "고용 불안으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이 확대 재생산되는 중요한 시대일수록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의 공공성은 더욱 강조돼야 한다"며 부산 이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고용의 관점에서 산업전환의 속도와 폭을 점검하고 고려해야 한다"며 "경쟁력을 논하며 노동자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민간금융이 해결할 수 없는 고용불안정 문제를 국책은행에 그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윤 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산은과 수출입은행 포함 최대 360개의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점을 언급한 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거창한 담론을 얘기하지만, 그 누수도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노동자의 경제적, 정신적 손해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 거라는 우려도 있다"면서 "지역균형발전보다는 일부 건설사의 배만 채운다는 의심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국제 금융허브를 목표로 했던 금융중심지 정책에서 산은의 역할도 따져봐야 한다"며 "2009년 금융중심지 중복 지정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다수의 금융 공공기관이 이전한 후 집적효과가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기존 정책의 문제점과 이후 대안이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교수 "서울 동북아 금융중심지 최적... 산은 본점 서울 유지해야"

이날 '산업은행 서울유지, 아시아 금융허브 전략'이란 주제로 발표자로 나선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세계 30위권인 한국 금융업을 제조업 수준과 걸맞게 세계 5위 수준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산업은행 본점을 현재대로 서울에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한국 금융에 대한 SWOT(강약점·기회위협요인) 분석을 통해 ▲세계 최고 교육으로 우수한 인재 보유 ▲세계 최상 IT, 통신인프라, 전자정부(1위) 보유 ▲제조업 세계 5위, GDP 9위 등 강점을 보유한 우리나라 서울이 동북아 금융중심지(허브)로서 최적이란 점을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금융업 수준을 세계 5위권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당위성으로 ▲국제결제시 통화비율이 매우 저조 ▲매년 하락하는 서울의 금융경쟁력 순위(2015년 6위→2019년 36위) ▲세계 주요도시 금융경쟁력 순위 등을 꼽았다.

세계 도시 금융경쟁력 순위(2019년 3월 기준)를 보면 미국 뉴욕(1위), 영국 런던(2위), 홍콩(3위), 싱가포르(4위), 상하이(5위), 도쿄(6위), 베이징(9위) 등 1·2위를 제외하고는 아시아 경쟁도시들이 10위권에 포진하고 있으나 서울(36위), 부산(46위) 등 우리나라 최대 도시들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 지적이다.

특히 김 교수는 이전 노무현 정부 당시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을 통해 해외 주요 글로벌 금융기업의 유치를 비전(Vision)으로 제시하면서, ▲2007년 세계50대 자산운용사 유치 ▲2020년 대형 상업은행·투자은행 지역본부 유치 등을 목표로 했지만 이후 20년간 유치 사례가 '없음'을 꼬집었다. 정부의 강한 규제 때문이라는 설명과 함께다.

반면 한국을 떠난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미국 골드만삭스(2017년) ▲스위스 UBS(2018년) ▲호주 매쿼리(2019년) ▲미국 시티은행 국내 소비자 금융 철수(2021년)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모든 정권이 국가 균형발전을 명목으로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있지만 이는 '표플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증권거래서·예탁원, 캠코(부산) ▲국민연금(전북 전주) ▲사학연금(전남 나주) 등 주요 공기업을 전국에 분산해 '표심만 생각한 정책의 결과'라는 지적도 내놓았다.

대안으로는 금융공기업, 즉 산업은행 등은 서울 집중화가 필요하고, 비금융공기업은 지방이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윤 정부의 산은 부산이전 역시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뉴욕, 싱카포르와 같이 서울 '금융기관 집적화'를 통해 효율성과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김현준 산은노조위원장 "산은 역할 분명... 기업과 유관기관 긴밀한 협업체제 이뤄야"

'이어 '시장형 정책금융기관 산업은행의 역할 소개' 제목 발표자로 나선 김현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업은행지주 위원장은 "많은 분들이 산업은행의 역할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산은 업무를 상세히 설명하며 부산 이전 부당성을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 산은이 일반 시중은행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기업금융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지난 2021년 1월 반도체 글로벌 시장 규모 확대를 목적으로 한 3개 금융기관(산은·수은·논협) 공동참여로 SK하이닉스 자금 지원(30억 달러) 사례를 비롯해 같은 해 5월 한화그룹에 대한 그린에너지 분야 투자 관련 자금조달 지원(5년간 5조원 규모) 등을 들면서 산업·금융 협력프로그램을 통한 첨단산업 및 탄소중립 이행 등 정책금융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IMF 외환위기 등 대외 여건 악화로 인한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대한 지원을 통한 국가 핵심 산업 보호 및 금융시장 혼란을 방지한 점과 글로벌 공급과잉 등 산업구조적 문제로 악화된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킨 사례 등도 꼽았다.

김 위원장은 이런 국가 정책적인 금융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고객기업 및 유관부서와 긴밀한 협업을 위해, 또한 대상기업, 금융기관 및 정부 등과 긴밀한 협업을 위해 산은 본점은 반드시 서울에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혁신성장 산업 및 유망 스타트업 투자 등 직접투자는 물론 펀드 조성 확대를 통한 혁신생태계 지원을 위해 투자유관기관, 즉 운용사·증권사·VC 등과 긴밀한 협업 차원에서도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은 어렵다고 했다.

특히 민간 금융기관 참여가 어려운 대규모 PF사업에 대한 금융자문 및 금융주선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도로·항만·철도 등 인프라와 발전, 자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금융주선을 수행하는 산은으로서는 국내외 금융기관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PF 대주단을 구성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서도 산은 본점은 서울에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발행시장 금융상품 및 채권 발행 주선(연간 10조원 내외), 사모펀드 조성자 역할(414개 운용사 중 7위 수준, 2022년말 기준), M&A 자문업무는 물론 인수금융주선 및 컨설팅 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이 두드러진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산은의 자금이 '국민 세금'으로 조달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뒤. "산은은 높은 대외 신용도를 바탕으로 변동성이 높은 금융시장에서 민간금융기관 대비 낮은 조달 금리로 필요자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국책금융기관이지만 국민 세금이 아닌 산업금융채권이나 외화채권 발행 등으로 민간금융기관 대비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를 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 시 거래비용 상승 및 대외 신용도 하락 등에 따라 조달 금리 상승, 채권 수요 감소 등 자금조달 여건 악화가 예상된다"면서 "이런 부작용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부산 이전이 타당한 것이냐"라고 정부 정책에 대해 반문했다.

강석훈 회장, 조직개편-인력 재배치 통해 이전 준비 착수... 노조는 강하게 반발 중

한편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 노조와 직원 반대 속에서도 부산지역 영업조직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관철시켰다.

이에 산은 노조와 직원들은 조직개편안의 핵심내용이 동남권 영업조직 확대인 만큼 본점 부산 이전을 본격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강력 반발했다.

노조는 또한 이를 위법 행위임을 강조하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도 청구했다. 본점 이전 과정에서 절차 위반은 물론 예산집행과 기관장의 업무 실태 등에 문제가 있는 만큼 감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우면서다.

산은 노조는 "강석훈 회장의 일방적이고 불법적인 부산 이전 졸속추진에 대해 감사원은 감사 실시를 결정하고 조속히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절차를 위반한 이전준비단 설치 ▲법률을 위반한 본점 부서 부산 이전 ▲이전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임원 직무해태 등 공공기관 사무처리 ▲이전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예산 낭비 ▲부산 집무실 설치 및 출장비 부당 수령 등을 국민감사청구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강 회장은 지난해 11월 29일 이사회를 열어 서울 본점의 '중소중견부문'의 명칭을 '지역성장부분으로 변경 후 부산 이전, '동남권 투자금융센터 신설', 부산 '해양산업금융본부 산하에 해양산업금융2실 신설' 등 조직개편안을 의결했다.

강 회장은 또 지난해 12월 26일 부산에서 열린 '산업은행 부산 이전 시민 대토론회'에서는 "2023년초 산업은행이 지방 이전 대상기업으로 지정되면 행정절차는 마무리된다"며 "국회를 설득해 법률적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밝혔다.

또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서도 '국가경제의 지속 발전을 위한 지역 성장' 관점에서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 혁신을 견인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 체계를 갖춘 만큼 제조업 중심의 지역 산업을 신산업으로 변모시키고 벤처투자 플랫폼을 십분 활용하여 취약한 지역 벤처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수도권과 동남권을 국가성장의 양대 축으로 삼고 그밖에 소외된 지역까지 세심히 살펴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점 부산이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됐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해 산은 부산 이전 추진에 힘을 실은 바 있다. 그는 지난 해 10월 6일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산은 부산 이전이 올해 안에 가능하겠냐는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산은과 얘기해서 그런 식으로 하려 한다"며 "최근에는 연말까지도 안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우려 사항은 파악하고 있어 빨리하겠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산은에서 지난 7월 (부산 이전) 전담 TF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시기를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식적으로 정부 입장이 되려면 국토균형발전위원회에서 (부산 이전을 공식)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산은 노조는 작년 6월 강 회장 취임 후 본점 로비에서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