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1~2%대 저리대출 1.6억원→2.4억원 상향

제4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 대출한도, 가구당 1.6억원 比 1억원 상향

전세피해 저리대출 보금금 요건, 기존 2억원→3억원까지 완화

HUG 보증보험 가입자, 대위변제 임차인 늘어... 미가입자에 대책 마련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기 위해 정부가 저리대출 보증금 요건을 완화하고 대상 및 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2일 금융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오는 3월부터 전세피해 저리대출 보증금 요건을 3억원까지 완화하고, 대출액 한도도 가구당 2억4000만원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1일 발표했던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의 후속조치로, 기존엔 보증금 요건은 2억원, 대출액 한도는 가구당 1억6000만원이었다.

이에 따라 전세사기에도 불구하고 기존 전셋집에 거주해야 하는 임차인에 대해 연 1~2%대 저리 대출도 가능해진다. 이 제도는 5월부터 시행된다.

금융위는 "전세피해 임차인을 대상으로 주거 이전 시 주택도시기금에서 저리 자금대출을 지원 중이나, 지원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대항력 유지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기존 전셋집에 계속 거주하여야 하는 임차인에 대한 지원이 어려워 이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전세사기를 벌이다 사망한 속칭 '빌라왕' 김모씨 사건의 피해 임차인 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이들은 보증금을 돌려받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임차인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일 HUG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김씨 보유 주택 세입자(총 1천139채 기준) 중 HUG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들어있는 사람은 656명(사고 발생 이후 보험 가입자 포함)으로 57.6%다. 이 중 239명(36.4%)은 HUG를 통해 대위변제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가 김씨 관련 임차인 피해 현황을 발표할 당시 대위변제가 완료된 139명에서 한달새 100명이 늘은 수치다. 하지만 그간 나머지 임차인들에 대한 지원 대책이 없어 임차인들은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한편 정부는 이날 '전세사기 근절·피해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자기자본 없이 세입자를 끼고 전세보증금으로 다른 주택을 구입하는 ‘무자본 갭투자’에도 제동을 걸었다. 5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을 매매가의 100%까지 보장하던 것을 90%로 낮춘다. 전세보증보험을 역이용한 깡통전세 계약을 막기 위함이다.

빌라왕 사태처럼 전세사기가 횡행할 수 있었던 건 '깜깜이 시세'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실거래가 신고의무가 없는 연립·다세대주택(빌라)의 시세정보를 세입자가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 사각지대도 없앤다.

다만 이미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 보호를 위해 유예기간(통상 계약체결~잔금납부 2~3개월 소요)을 두고, 기존 보증갱신 대상자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적용하고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증가에는 보증제도 악용, 전문 자격사 가담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강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현재의 보증 범위가 악성 임대인의 무자본갭투자, 중개사의 깡통전세 계약 유도에 악용되고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2023년 업무보고'를 통해 잇따른 금리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주거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전세대출보증 제공범위 확대, 보증금반환대출 제한폐지, 시중은행 주담대 대환대출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수도권은 물론 전국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逆)전세, 이른바 '깡통전세' 확산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른 규제 완화인 것으로 해석됐다.

우선 전세 대출 보증대상에서 제외했던 부부 합산 소득 1억원 초과 1주택자 및 시가 9억원 초과 1주택자에 대해서도 전세 대출 보증 제공이 가능해진다. 다만, 갭투자 확대를 막기 위해 다주택자 및 투기·투과지역 3억 초과 아파트 1주택자에 대한 보증 제한은 유지된다.

임대보증금 반환 목적을 위한 대출 규제도 폐지됐다. 기존에는 투기·투기과열 지역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대출 한도는 2억원이었지만 해당 지역의 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해 대출이 가능해진다.

또, 규제지역 내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전입의무나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의 다른 주택 처분 의무도 폐지된다.

보증료 할인을 받는 서민임차인 대상을 연소득 40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확대하고, 할인폭도 50%에서 60%로 늘리는 등 건전한 전세계약 보증이 부족하지 않도록 장치를 뒀다. 아울러 자본금 출자나 보증배수 상향 등 보증기반 확충도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