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자초한 은행권?... 예대금리·마진 공시 '법제화' 봇물

은행권 압박 거세져... '돈장사·이자장사'에 곱지 않은 시선인 듯

정쟁 일삼던 여야, 은행권 압박에 한 목소리... 2월 임시국회 논의 주목

"주택담보대출자들이 연소득의 60~70%를 원리금으로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예대마진으로 엄청난 돈방석에 앉은 은행들이 고객들의 곡소리나는 이자폭탄 고통은 외면한 채 돈잔치를 벌인다면 국민들의 분노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수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대기업과 달리 국내은행들은 대부분 금리가 오르내리는 것과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예대마진 수익을 원천으로 삼고 있다" 예대금리차로 소비자들의 금융권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최근 은행권을 압박하는 법안들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다. 전자는 정우택 국회 부의장(국민의힘)이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내놓은 입장이고, 후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이 유사한 내용의 법안 발의 시 꼬집은 발언이다.

한국은행의 사상 유래없는 7차례 연속 금리 인상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권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은행권에 대한 압박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 현상’으로 민생경제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반해 은행들은 '이자장사'를 통해 거둔 수익으로 300%~400%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점에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과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은행의 예대금리차 공시를 의무화하고 예대마진을 금융당국에 보고토록 하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 부의장이 지난 11일 대표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은행에 예대금리차를 연 2회 이상 공시토록 하고 예대금리차와 그에 따른 수익을 분기별로 금융위원회에 보고토록 해 은행 예대금리차를 당국이 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져있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예대마진이 큰 은행에 대해 당국이 금리산정체계가 합리적인지에 대해 들여다볼 여지가 생기게 된다. 기존에 금리인하요구권을 알리지 않은 은행에 부과할 수 있는 2000만원 이하 과태료 조항에 연 2회 공시 의무나 분기별 금융위 보고 의무를 위반할 경우도 추가했다.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이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도 은행이 각종 예금 및 대출 이자율과 예대금리차를 정기적으로 공시토록 하고 예대금리차와 그에 따른 수익을 매년 2회 이상 금융위에 보고토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도 '금리폭리방지법(은행법 개정안)'을 국회 처리가 시급한 7대 법안으로 결정해 놓고 있다. 해당 법안은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이자율 산정방식 근거를 공개하거나 가산금리 원가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예대금리차가 증가할 경우 금융위가 은행 금리 산정의 합리성과 적절성을 검토해 필요한 경우 개선 등의 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한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의 개정안이 계류돼 있고, 은행의 대출금리를 구성하는 기준금리, 가산금리, 가감조정금리 등을 공시하고 있는 것에 더해 스크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목표이익률 등 가산금리 설정의 근거가 되는 세부 항목도 주기적으로 공시토록 하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이처럼 여야가 시장 자율로 결정되는 대출금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는 데 적극적인 상황으로 결국 예대금리차와 이에 따른 수익의 공시와 금융당국 보고를 의무화한 이번 은행법 개정안들은 은행에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여야가 이같이 합심해서 은행권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것은 예금 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될수록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 또한 가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연 3%대까지 물러났지만 대출금리는 여전히 8%대를 훌쩍 넘기면서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연합회 자료에 의하면,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이자는 지난 10일 기준 연 3.89~4.27%인 데 비해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높게는 연 8% 초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6%대로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 오르면서 대출 금리도 또다시 소폭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은 예대금리차의 경우 시차를 두고 조정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에 따라 대출금리가 결정되는 구조상 무턱대고 금리 인하 조치가 이뤄지지 어렵다는 항변인 셈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4대 금융지주가 거둬들인 누적 순이익은 13조8544억원에 달한다. 4분기 실적을 합산하지 않았지만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2021년 연간 순익(14조5429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에선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 합계가 약 16조64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금융지주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기록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만 기준금리 연 1.00%에서 3.50%까지 오르면서 대출금리가 동반 상승했고, 결과적으로 은행에 들어오는 이자 규모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자장사’를 통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주요 시중은행들이 ‘나눠먹기식’ 성과급할 예정인 것과는 달리 코로나19로 단축된 영업시간 원위치에 소극적임은 물론 일부 은행에선 점심시간 영업중단 등 고객 서비스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여야가 공히 예대금리차 축소를 통한 서민 부담 경감과 은행의 지나친 이자장사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2월 임시국회에서 은행권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은행법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성과보수 체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개선을 금융권에 지속 요구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은행의 성과보수 체계가 단기 성과에 너무 치우쳐 중장기적으로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소홀, 금융사고 발생 등 문제점이 초래되지 않도록 은행권과 함께 성과보수 체계의 개선 노력도 지속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하강 우려도 커지면서 서민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그간 충실한 자금 중개 기능을 통해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은행권과 함께 감독당국이 서민경제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