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의 담쟁이 넝쿨' 속으로 사라진 도어스테핑의 기억

더 나아진 '소통' 기제 만들어야

'소통'의 상징이었던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대통령실은 '(재개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해 11월 20일경 도어스테핑이 열리던 현관에 가림막이 설치됐고, 올해 들어 가벽으로 느껴지는 가림막에 담쟁이 넝쿨처럼 보이는 장식과 화분까지 놓여짐에 따라 당분간 도어스테핑을 재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설치된 가벽을 지나면서 느꼈던 도어스테핑 재개의 가능성이 더욱 줄어든 느낌과 함께 이제 '불통의 담쟁이 넝쿨'을 드리우고, 5개의 화분으로 막아놓은 도어스테핑 장소는 소통의 기억마저 흐릿하게 만드는 단절 의지의 상징으로 읽힌다.

돌이켜보면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에 대해 내용과 형식면에서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아침 출근길에 맞닥뜨리는 갑작스런 질문에 대해 대통령의 입에서 준비되지 않은 즉흥적인 대답이 꼭 바람직스럽지만은 않다는 지적과 함께, 메시지 관리의 차원에서도 기자회견 등 충분히 준비된 형식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도어스테핑 중단과 함께 지지율이 올랐다는 조사가 발표되면서 도어스테핑 중단이 오히려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그러한 긍·부정 평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어스테핑 중단이 언론과의 소통마저 중단하는 불통의 시작이 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도어스테핑 중단에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여러가지 중요한 사건들이 연결돼 있다.

지난해 11월 18일 아침 도어스테핑 직후에 MBC 기자와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이에 벌어진 설전은 사실 그 이전 대통령 순방길에 MBC 기자들에 대해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가 있었고, 전용기 탑승 배제의 원인은 그 이전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서 논란이 된 '바이든(날리면) 욕설' 방송 사건이 발단이 됐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대통령실의 법적 대처와 MBC에 보낸 공문, 또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게 요청해 현재 대통령실에 출입하고 있는 MBC 기자의 교체와 기자단을 통한 징계 요구 등은 언론단체와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회나 사용하고, 민주주의 위기 원인으로 '반지성주의'를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스스로 우리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자유의 하나로 강조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역설적으로 자신이 취임사에서 주요하게 내세웠던 '자유'(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오히려 '반지성주의'의 행태를 보여준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오는 14일부터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MBC 기자들에게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이 애정을 가지고 시작한 '용산 시대'의 상징이다. 중단에 대한 긍·부정 평가보다는 앞으로 언론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더 나은 소통 기제를 마련할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대통령실에서 더 나은 대안, 더 좋은 언론과의 소통 기제를 갖고 돌아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