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토부에 방음터널 화재안전기준 보강 의견 제시”
도로공사 보고서 "PMMA 위험성이 있어 방음터널 사용 부적합"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2022.12.30 사진:연합뉴스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발생전부터 전문가들이 터널형 방음 시설의 화재 취약성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한국도로공사가 관련 연구보고서를 두 차례 내놨지만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다가 지난해 말 감사원의 지적으로 뒤늦게 연구용역을 발주한 사실도 알려졌다.
감사원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자세히 공개할 수는 없지만 감사 과정에서 국토부에 터널형 방음시설의 화재안전기준 보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이에 대해 국토부도 올해 7월부터 관련 용역 시행 중에 있는 등 자체적으로 관련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은 지난 2012년 방음 자재의 연소 특성을 파악한 연구보고서를 냈다. 연구진은 연소 실험 결과를 통해 "아크릴 재질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방음판이 폴리카보네이트(PC)보다 화염 전파 속도가 빠르다"면서 "방음벽 화재 발생 시의 피해 영향을 예측해 합리적인 방염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5년에 발표된 국토부의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 개정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도 "터널형 방음시설 자재로 플라스틱, 목재, PMMA 등 가연성 재료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제안했다. 다만 해당 제안은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가 진행한 용역 과정에서 '자문 의견'으로 제시해 보고서의 부록에 별도로 첨부된 내용이다.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은 2018년에도 터널형 방음시설의 화재안전 및 방재대책 수립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수평으로 방음판을 거치시킨 화재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1분후부터 아크릴(PMMA)이 녹으면서 불티 형태로 바닥에 떨어졌고 바닥에 떨어진 잔해에도 불꽃이 남아있어 강제로 불을 껐다고 했다.
◆…자료: 2018년 도로교통연구원 ‘고속도로 터널형 방음시설의 화재안전 및 방재대책 수립 연구’보고서
연구진은 "아크릴 재질인 PMMA가 섭씨 280도로 인화점이 낮으며 화재 시 재료가 녹으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후에 굳지 않고 지속적으로 불에 타 2차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으며 “PMMA는 2차 화재확산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어 방음터널에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고했다.
방음터널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경고는 계속해서 제기돼 왔지만 사고가 터지고나서야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부가 파악한 전국 방음터널 55개 중 96%가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플라스틱 일종인 PC는 47개소에 활용됐고 강화유리가 사용된 곳은 2곳에 불과했다. PMMA 소재를 사용한 곳은 불이 난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와 금토대교 2곳, 수성IC 인근 대구부산선 내 3곳, 무안광주선 내 1곳 등 총 6곳이다. 한국도로공사에서 관리하는 무안광주선 1곳 외 나머지 PMMA 터널은 모두 민자고속도로 구간에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비용, 채광, 경관, 조명 등 다른 이유로 안전을 도외시하고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 미뤄왔던 정부의 업무 태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사 중인 방음터널이 화재에 취약한 소재를 쓰고 있다면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화재에 튼튼한 소재와 구조로 시공법을 바꾸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