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협상 공전만…野 "민심 악화, 중재안 수용해야" 與 "합법기관, 정상 예산 태워야"

여야는 20일에도 내년도 예산안 처리 협상 관련 여전한 입장차를 보이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은 대치를 이어갔다.

여야는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예산 5억여원을 놓고 양당 원내대표 회동 없이 장외전을 펼쳤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용산 아바타'로 전락한 여당과 도돌이표 협상을 해봤자 대통령 거부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교착 상황이 길어지면서, 연일 부정적 민심만 높아지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의장 중재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민심 악화를 거론하며 압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이 있는 곳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이지, 용산 대통령실이 아니다. 입법부 일원이라면 의장 중재안에 대한 명확한 공식 입장부터 밝히기 바란다. 불수용한다면 그 이유를 밝히고 떳떳하게 대안을 제시해달라"며 "국회의장도 시한을 정하고 여당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즉시 본회의를 열어 의장 중재안이든, 민주당 수정안이든, 정부 원안이든 처리해야 한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경찰국이든 인사정보관리단이든 위법적인 시행령으로 설치됐지만, 이 (정부)조직들이 운영될 수 있는 예비비가 편성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어렵게, 통 크게 양보해서 수용했다"고 반박했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정부조직법 범위 안에서 합법적으로 설치된 기관이다. 예전에 그 일들을 대통령 민정수석실에서 다 근거 없이 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여러 가지 폐단을 낳았기 때문에 정부 조직안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기 위해서 만든 제도인데, 이것을 부정하고 발목 잡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맞받았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에서 "경찰국, 인사검증단에 들어가는 예산 5억을 못 주겠다는 건데 윤석열 정부를 인정을 못 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 생떼 쓰기, 발목잡기다. 윤석열 정부 한 발짝도 못 나가게 만들겠다는 그 전략으로밖에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의 경우 예비비에서 5억 빼면 되는 것인데, 실제 가동은 되는 것 아니냐는 야당 주장에 대해 "정상적인 국가조직이고 공무원인데 정상적인 예산을 태워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예비비는 천재지변이나 긴급한 상황일 때만 쓸 수 있는데 그 조직이 국가의 정상적 조직이 아니라고 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의장의 법인세 1% 인하 중재안이 보류 상태에 놓인 것에 대해 "군사적으로 전쟁할 때는 군단·사단·연대·대대가 나가서 싸우는 전투단이고, 경제전쟁에서는 전투 단위가 대기업·중기업·소기업이다. 세계와의 경제전쟁 중인데 선진국들에 비해 대한민국의 법인세가 좀 높기 때문에 경쟁력을 주기 위해 좀 내려야 되겠다는 것이다. 대만이 20%, 저희가 27.5%"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는 차이나리스크가 크다"며 "중국의 경제나 정치 쪽으로 상당히 위기가 많이 있기 때문에 탈중국 하고 있어 우리가 받아와야 된다"며 "법인세 같은 경우가 우선적인 고려사항"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정부는 여야의 예산안 협상 대치 국면이 더 길어지면 정부의 정책 추진에 차질이 생겨 국가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며 조속한 합의를 당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 정부의 첫 예산안은 미래세대를 위해 건전 재정으로 전환하면서도, 어려운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두텁게 지원하고자 하는 정부의 핵심 가치와 정책이 담겨 있다"며 "정부가 중단 없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여야가 원만하게 합의해 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해주기를 거듭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