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 유족·하태경 "사망 사실 은폐, 文 지시였나…스스로 진실 밝혀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고(故) 이대진 씨의 유족은 12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최근 구속기소 된 것과 관련 "서 전 실장의 기소는 진실을 밝히는 시작"이라며 "최고 책임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제 국민 앞에 스스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故) 이대준 씨의 친형 이래진 씨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서훈 기소,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 기자회견을 열고 "문 전 대통령은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는 조카와의 약속을 지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2020년 9월 22일 오후 15시 30분 이후 제 동생은 북한군에 6시간을 끌려다니다 총살되고 불태워졌다"며 "서 전 실장의 기소장에는 그동안 꽁꽁 감추려 했던 거대한 거짓의 일단이 드러나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우리 유가족들을 더 절망케 한 건 문 전 대통령이었다. 동생의 피격 사실을 은폐하고 월북몰이를 주도한 서훈을 최고의 안보전문가, 협상가라 칭하고 두둔했다"며 "그렇게 유능했다던 자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고 그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은폐·조작을 지시했다. 최고의 안보전문가가 아니라 처벌을 받아야 하는 최고의 은폐·조작 전문가였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윌북몰이를 정책적 판단이라고 하셨나"라며 "어떻게 사건을 은폐하고 국민을 월북몰이한 범죄행각이 정책적 판단이 될 수 있나. 국민을 월북몰이 하기 위해 자료를 삭제하고 증거를 조작하는 것이 어떻게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일 수 있나"라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정책적 판단에 단호히 묻는다. 동생이 살아있다는 보고를 받고 '구조방송' 지시하셨나. '송환요청' 지시하셨나"라며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대해 감히 '무례하다' '화가 나있다'고 하실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문 전 대통령은 서훈 실장으로부터 모든 보고를 받고 승인하셨다고 말씀했다. 그렇다면 서훈의 기소장에 나온 사건 은폐와 윌북몰이도 보고를 받고 승인하셨다고 스스로 밝혔듯이 그 다음 수순이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정원, 국방부, 해경, 안보실에서 올라온 모든 보고서에 대한민국과 국민은 존재했는지 그 물음에 답하셔야 한다"며 "승인했으면 누가 책임이 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3가지 공개 질의를 던졌다.

△이씨의 피격 사망 사실 은폐는 문 전 대통령의 지시였는지 △이씨 생존 당시 받았던 서면보고가 한줄인지 한페이지인지 보고의 내용과 횟수 △이씨의 북측 해역 생존 사실을 보고받은 뒤 문 전 대통령은 왜 구조지시를 왜 즉각 내리지 않았는지 등이다.

하 의원은 "서 전 실장은 법원에 A4 한 장 분량의 서면보고를 제시했고 그 내용에는 '살아 있으면 건져 주고 죽었으면 그냥 두라' 등 더 많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면서 "또 서 실장의 변호사는 대통령 보고가 수차례 이뤄졌다고 밝히기도 했다"며 보고 내용과 횟수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 "문 전 대통령은 구조를 지시하지 않으셨다. 그날 밤 유엔총회 종전선언 연설 이슈가 묻힐까 봐 두려우셨나. 북한이 구조할 줄 알았다는 기막힌 변명도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최소한 관련부처에 통지하고 '송환협상' 준비하라고 지시라도 하셨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제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진실에 응답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직권남용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서 전 실장을 구속기소했다.

서 전 실장은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날인 2020년 9월 23일에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피격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합참 관계자와 해경청장에게 '보안 유지' 조치를 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서 전 실장은 피격 사실을 숨긴 상태에서 해양경찰청으로 하여금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